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초코렛을 하나 먹자 딸이 울었다

여섯 개나 남았다며

하나 더 먹자 발버둥 친다

손가락 걸며 약속해도

이를 악물고 거짓말 하지 말란다

그저 웃어보고 달래보지만

여섯 살 딸아이 보면

부처도 별 수 없이 사람인 것 같다

언어에도 맛이 있다면

시 한편에 눈물 쏟던 그 때 그 기분은

나도 어린 아이의 마음이었다

돌아보니 내가 세운 마음의 절간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오늘 하루

혓바닥에 녹아든 달콤함이 눈물로 이어지는 고통을 보면서

덫에 걸린 짐승처럼 밤이 깊도록 끙끙거렸다

생각 없이 산다는 거 그게 어렵다

 

[시작노트]

밤늦도록 공장에 다니는 아내는 베트남 이름이 토티 마오이다.  마오는 베트남식 발음으로 메오이라고 하는데 고양이란 뜻이다. 결혼한 지 8년이 되었으니 아내의 한국어 구사능력이 늘긴 늘었다. 그래도 깊은 대화를 나눌라치면 답답한 때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신혼초에는 한베사전을 찿아가며 손짓 발짓했는데 이제 그런 열정과 애정도 애들 뒷바라지에 점차 수그러들었다. 나는 그런 아내가 이제 중년으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며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도 느껴진다. 부부간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얼굴 표정이나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인간은 모두 언어에 얽매여 사는 것이지만, 돈에 얽매여 사는 것이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새롭게 느낀다.

 

놀이터와 과자를 좋아하는 둘째는 유난히 제 엄마를 많이 닮았다. 미운 일곱 살이 가까워서인지 의사표현이 분명한데 자주 떼를 써서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계는 자신이 접한 곳에서 존재한다. 아이의 눈에는 그것들이 주는 행복은 내가 느끼는 것 그 이상 일게다. 고양이의 울음으로 세상은 밤에도 또 다른 세상이 될 수 있다. 동물의 울음이 아기 울음으로 들리는 그 세계는 시인에게는 매혹적인 세계이다. 새끼 고양이의 앙증맞은 모습을 매일 보면서 나는 숨겨진 언어의 비밀이 세상에 널려있다고 믿은 적이 많았다. 잠든 아이의 얼굴이 그렇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자치안성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