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금리인상 배경에) 총재가 아무래도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고, 기획재정부의 물가안정 신호에 따라 뒤늦게 금리를 인상했다는 억측도 있는데."(기자)
"금통위 의사결정은 대내외적인 경제여건, 미래 경제전망을 보고 하는 것이지, 그 외는 고려대상이 아니다."(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10일 오전 한국은행 기자회견장.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린 금리인상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 설명을 위해 들어섰다. 한은 금통위는 당초 시장의 전망과는 달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날 회견에선 금통위의 금리 인상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금통위가 열리기 전에 새로 취임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을 소집해 물가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의 "물가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발언이 금융시장에 전해졌다. 금통위의 금리 동결을 예상했던 시장의 분위기는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바뀌었다.
정부의 물가안정 신호에 화답?... 짜증난 김중수 총재 "답할 가치 없다"
실제 금통위는 전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발표했다. 시장에선 "역시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부의 물가안정 신호에 화답하는 차원의 금리인상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중수 총재는 짜증섞인 말투로 "답할 만한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김중수 총재는 취임 때부터 꾸준히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에 휘말려 왔다. 총재 내정자 시절부터 "대통령으로부터 (한은) 독립은 적절치 않다"고 말해, 시장과 전문가들로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통화당국의 주요 정책결정은 청와대나 과천(기획재정부) 쪽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기도 했다. 특히 물가폭등의 원인으로 꼽히는 현 정부의 고환율 등 정책실패와 함께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은행이 그동안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장에 풀린 막대한 양의 돈을 회수하지 못했고, 결국 물가상승과 시장의 거품이 키웠다는 것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이미 김중수 총재의 한국은행에 대해선 시장이 평가가 끝난 사안 아닌가"라며 "금통위의 금리 결정 과정을 보면, 여전히 시장과의 소통보다는 다른 곳에 방점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에 대한 해법은... 김중수 총재 "범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김중수 총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리인상은 결국 정부의 물가안정 신호에 화답하는 차원의 모양새를 갖췄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중앙은행의 설립목표인 "물가 안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금리인상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총재의 예상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올 들어서만 물가상승률이 4%를 초과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농산물 등 가격변동이 큰 일부 품목을 뺀 근원적인 물가 상승세가 크게 오르고 있다. 이미 지난달 근원물가는 3.5%, 23개월만에 최고치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전기료와 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폭등' 수준을 넘어섰다.
김 총재는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2~4%인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를 넘어설 것인지는 공공요금과 유가 등에 달렸다"며 "이러한 변수들이 한은의 성장 전망치를 바꿀 정도로 오를 것으로는 예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9%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가계 빚 문제에 대해서도 김 총재는 "현재의 가계부채 수준이 그리 낮지 않지만, 국가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수준도 아니다"면서 여전히 낙관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어 "거시적으로 통화정책차원에 적절한 유동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미시적인 접근도 중요하기 때문에 범 정부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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