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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달팽이밥에 거미국? 뭐야 이거?

 

상상만 해도 코믹했습니다. 달팽이가 밥에서 노닐고 무채국에 거미가 헤엄쳤으니, 나름 육수가 포함된 프리미엄급 급식이라 땡큐! 해야 하는 걸까. 나름 잔머리 살짝 돌려봤습니다. 그런데 점점 화딱지가 저 밑바닥에서부터 치받쳐 오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급식으로 사기 쳐도 지나쳐야 하는 건가.

 

다들 아시는 것처럼 '고기 없는 쌈밥'으로 유명세를 탔던 전남 광주시 서구 S어린이집은 급기야 지난 9일 점심 메뉴로 달팽이밥에 거미국을 내놓았습니다. 원래 메뉴는 옥수수밥과 무채국, 한우 불고기와 사과상추 무침 그리고 배추김치였습니다. 그러나 이 안에 달팽이와 거미가 포함된 거죠.

 

문제는 이 어린이집이 지난달 16일 점심 메뉴로 흰 쌀밥에 상추 몇 장, 된장, 깍두기가 전부인 '고기 없는 쌈밥'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해 비난을 샀던 바로 그 어린이집입니다. 광주 서구청은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어린이집을 현장 점검했고 실제 이물질이 섞여 있던 걸 확인해 '행정처분' 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행정처분이라뇨? 결국 과태료 내고 다시 영업하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이 어린이집에서 급식에 그 어떤 문제가 생겨도 계속 몇 십만 원 수준의 과태료를 내면서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실에 따르면, 영유아보육법상 급식이나 아동학대로 사회문제가 됐던 그 어떤 어린이집도 행정처분 이상의 처분에 처해진 바 없다고 하더군요. 서울 이태원의 한 어린이집에서 한겨울 발가벗겨 바깥에 세워두는 체벌을 해서 깜짝 놀라게 했지만 그 어린이집 원장님도 근처에 다시 개업하셨습니다. 물론 과태료는 내셨겠죠.

 

아동 성추행이나 아동 성폭행 등을 이유로 시설장의 자격이 정지되기는 하지만 영업을 못하도록 하는 '폐쇄명령'은 내리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영유아보육법상 폐쇄명령을 내리지 못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지요.

 

급식 문제로 걸리면? 식품위생법상 몇십만 원의 과태료, 성추행이나 성폭행이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신고돼 시설장 자격정지. 문은 안 닫는다는 얘깁니다.

 

정부에서 '어린이집 관리' 좀 제대로 해주셔야

 

전국의 엄마들이 분노할 일입니다. 워킹맘들은 더구나 더 화가 불기둥처럼 솟을 일이지요.

 

박차옥경 여성단체연합 국장님께 물었습니다. 한숨부터 내쉬더군요.

 

"원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급식이나 아동학대의 경우에도 시설을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폐쇄명령' 조처가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빠졌죠. 왜일까요? 민간보육시설장님들의 요구로 법이 바뀐 겁니다. 일종의 이해관계자 로비에 의해 정치권이 힘차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차 국장은 이런 대안을 제시합니다. 문제가 된 어린이집의 경우에 정부가 이를 인수해 국공립시설로 전환하라고 말입니다. 매일 아침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부모의 경우에는 그 지역에 살면서 다른 곳에 아이를 맡길 별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그러니 문제가 발생하는 즉시 이를 국가가 인수해 국공립화하고 제대로 운영하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라는 거지요. 그런 방식으로 국공립 시설을 확대하고 동시에 민간보육시설의 질 관리도 동시 다발로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가만 보면, 보육예산은 매년 늘어납니다. 연간 1조9천억 원이 보육예산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매년 보육예산은 부족하고 시설에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될까요? 바로 민간시설에 대한 공적 통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행정력으로만 할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강력한 정부조치를 통해 '어린이집 관리' 좀 제대로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일하는 엄마들, 밖에 나와서도 불안하지 않고 열씨미!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톡톡! 정치카페#달팽이 밥#거미 국#최영희 의원#박차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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