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노사 갈등이 깊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공권력 투입 여부로 관심이 높은 속에, 전국금속노동조합 문철상 부산양산지부장과 채길용 한진중공업지회장이 '성실교섭 촉구, 공권력투입 반대, 민주노조 사수'를 내걸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문 지부장과 채 지회장은 17일 오전 영도조선소 정문 안쪽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1~12일 사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공장 안으로 들어오고 충돌사건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13일 '노조와 협상 거부'를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에 대해 지난 2월 직장폐쇄 조치를 했고, 법원은 지난 13일 '출입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사무실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영도조선소 안에는 일부 조합원들이 들어와 있고, 35m 높이 85호 크레인에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이날까지 6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손해배상소송을 벌였으며, 김 지도위원은 하루 100만원씩을 내야 하는데, 현재까지 1억원이 넘는다.
문 지부장과 채 지회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한진중공업과 경찰들은 조합원들을 자극하지 말라. 공권력 투입을 즉각 중단하다"며 "긴박해지고 있는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원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한진중공업은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성실한 교섭에 임해야 한다. 16일 한진중공업을 찾아와 이재용 사장에게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이채필 노동부장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조합원들도 이 자리에서 같이 순환 단식농성에 돌입한다"며 "권력과 재벌들이 노동자들만 죽음으로 몰고가는 사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영훈·박유기 위원장 "한진중공업 노동자, 희망버스 엄호투쟁"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이날 오전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을 원한다면 거침없는 투쟁으로 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 부산 개최와 한진중공업 노동자·희망버스 엄호투쟁을 결의했다.
김 위원장 등은 "자율교섭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며 "더 이상 비극은 없어야하고 노동자들에게 절망적 선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회사는 즉각 자율교섭에 임하라. 그리고 노동자들을 자극하지 말 것을 경찰과 관계기관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노총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희망버스 시민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23일로 예정된 서울도심농성의 범위와 수위를 높이고 한진중공업 문제를 비롯한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대정부 직접교섭과 투쟁, 광범위한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행동전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 "공권력 투입 절대 안돼"
정치인들의 한진중공업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한진중공업 노사 양측을 만나 대화와 원만한 타협을 유도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정길 전 장관은 15일에 이어 16일에도 한진중공업을 방문했다. 김 전 장관 은 15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최우영 사무장 등을 만나 입장을 들었고, 16일 오전에는 한진중공업 이재용 사장을 만났다. 김 전 장관 측은 "한진중공업 사장과 만나 노조측과 원만한 타협, 이번 사태로 인한 공권력 투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고 전했다.
김 전 장관은 16일 서천호 부산지방경찰청장을 만나 공권력 투입 자제를 요청했다. 이날 김 전 장관 측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조합원과 김진숙 지도위원을 자극하게 되어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공권력 투입은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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