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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통큰 부모가 아이를 크게 키운다>
책 <통큰 부모가 아이를 크게 키운다> ⓒ 동아일보사
한 달 전 쯤 뉴스에서 지휘자 정명훈의 엄마 이원숙 여사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평범한 일반인인데, '정 트리오'의 엄마라는 이유로 별세 소식이 뉴스에까지 나오다니 좀 놀라웠다.

뉴스에서는 이원숙 여사의 일생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고 조의를 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니 그녀의 일생이 궁금해졌다. <통큰 부모가 아이를 크게 키운다>는 고 이원숙 여사의 자녀 교육기이면서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북한 땅을 고향으로 둔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과연 그녀가 뉴스를 장식할 만한 큰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일곱 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낸 배경에는 남다른 그녀의 강인함과 사랑, 부지런함이 담겨 있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의미는 아이를 사회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 자녀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사람들은 우리 아이들의 사회적 성공을 부러워하지만 나는 그 아이들이 자기 몫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 더 기쁘고 자랑스럽다. 내가 아이들 교육에 성공했다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많은 엄마들은 자녀들의 성공을 바라고 교육에 매진한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것, 명예와 권력을 쥐는 것, 배우자를 잘 만나 편안하게 사는 것?

고 이원숙 여사는 성공이란 곧 자신의 행복을 찾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웬만한 교육학자보다 더 철학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이 여사의 자녀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회적인 성공과 명예, 행복을 거머쥐었다. 사람들은 정 트리오만 알지만 그녀의 자녀들 중에는 대학교수, 플루티스트, 의사도 있다.

일곱이나 되는 아이들을 음식 장사를 하며 훌륭하게 키워낸 바탕에는 그녀의 이런 철학이 기본이 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 부르는 경화 씨를 키우며 6.25 전쟁 때 사방에서 총알이 빗발치는 피난길에서 '우리 경화는 특별한 아이니까 내가 죽으면 누구든 데려다 잘 길러주세요' 라고 말하는 모성.

음악을 하는 아이들이라고 하니 부유하게 자랐을 것 같지만, 정명훈 씨의 가족들은 평소 장사 일을 하시는 어머니의 부지런함과 근검함에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었다고 한다. 이원숙 여사는 아이의 적성과 재능을 발견하는 데에 부모의 욕심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과도한 욕심이 아이를 망칠 수 있으며 다양한 접근을 통해 아이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야말로 그 아이의 행복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것. 과잉 교육으로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하는 현대 엄마들이 새겨 들어야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 여사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가정의 행복을 꾸리기 위해 엄마가 많이 노력하라는 것이다. 사랑이 넘치는 가족은 절대 아이들이 비뚤어지지 않는다. 배우자와의 행복한 관계, 아이들과의 즐거움 찾기 등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이지만 가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일들이 많다.

"아이들 모두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니기는 했어도 생활비는 늘 빠듯했다. 그래서 위의 네 아이를 유학 보냈을 때 명소와 명근이가 동생들 뒷바라지해가며 공부하느라 부모 대신 고생을 톡톡히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명소는 늘 자기와 명화, 경화의 점심 티켓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학 구내식당은 점심이 무료였으므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그 애들은 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갓 유학 온 명화와 경화는 오디션이다 뭐다 해서 연습에 바빠 명소가 점심 티켓을 대신 받아놓기로 했던 것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가 된 이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다들 성공한 모습만 바라볼 뿐 그들의 고생은 알지 못한다. 책을 읽다 보니 다른 오만한 음악가들과 달리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정 트리오의 생활은 그 어머니의 바른 교육에서 비롯되었단 생각이 든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의 성공을 무척 소망한다. 어떤 방법을 감수해서라도 내 아이만큼은 좋은 학교, 좋은 직업, 좋은 삶을 살길 바라는 게 부모 맘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옳고 그른가를 제대로 고민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풍족하게만 자란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에게 어느 날 '세상에는 네가 싫어하는 양파나 스파게티조차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리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요즘 아이들 또한 고생이라고는 조금도 모르고 자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 정명훈 씨 남매들이 자라온 과정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어렵고 힘든 생활을 극복하고서 사람들에게 행복과 꿈을 주는 멋진 어른으로 자란 이들의 뒤에는 고생 또한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한 이원숙 여사의 철학이 담겨 있다.


통큰 부모가 아이를 크게 키운다

이원숙 지음, 동아일보사(2005)


#정 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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