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의 홍준표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이 두 번째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1년 만에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하게 돼 유감스럽다"며 말문을 연 그는 전 지도부의 당권 재도전에 대한 문제제기를 "차포 다 떼고 장기 둘 수 있냐"고 받아쳤다. "대권 주자 없는 전당대회는 마이너리그"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마이너리그 운운하는 분의 지지율이 나보다 더 낮을 때도 있다"고 호통쳤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가 또 다시 계파 대리전으로 흐르면 한나라당은 참으로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된다"며 "홍준표는 계파를 초월하는 한나라당의 대표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더 이상 공천이 '사(私)천'이라는 시비가 일지 않도록 개혁공천을 위한 공천개혁을 하겠다"며 "국민들이 수긍하는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겠다"고 선언했다.
홍 전 최고위원은 '수평적 당·청·정 관계'를 벗어나 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선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내년 총·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는 민의수렴에 보다 더 가까이 있는 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선도'해야 한다"며 "모든 정책을 사전 조율해서 발표하고 추진해야 한다, 긴밀한 정책 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나라당의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을 지낸 점도 강조했다. 그는 "그간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을 하면서 많은 서민정책을 추진했지만 참으로 힘들고 미흡했다"며 "앞으로 당대표가 되면 거당적으로 서민정책이 추진되도록 모든 당력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다만, "반값등록금은 정치적 슬로건"이라며 "일률적으로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자는 게 아니라 저소득층 등을 차등 지원하고 등록금 장사하는 사학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 전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4·27 재보선 패배 인정하지만, 차포 떼고 장기 둘 수 있나"
- 4·27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도부가 다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4·27 재보선 패배에 대해 전 지도부로서 포괄적 책임을 진다고 누차 얘기했다. 문제는 내년에 총·대선이라는 큰 판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차·포 다 떼고 장기 둘 수 있나. 내년 총·대선 큰 판을 이끌려면 경험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당은 당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지도부에서 당의 방향, 당청관계, 당 내부 문제 등에 대해 많이 지적했는데 사실상 그대로 이뤄진 게 없다. 이번에는 당대표를 맡아서 당을 바르게 만들고 국민 속으로 가게 하기 위해 전당대회에 나왔다."
-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전임 지도부 중, 내년 총선 불출마를 전제한 분도 있다. 어떻게 보나. "사실 그분들의 지역구는 다른 사람이 출마하더라도 되는 곳이다. 하지만 제 지역구(서울 동대문구 을)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내가 안 나가면 되기 어려운 곳이다. 나는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 내년 총선 반드시 출마하겠다. 만약 저 말고도 그 지역구에 당선될 후보가 있다면 안 나가겠다. (불출마를 선언한다는)그분들의 이벤트에 동의하지 않는다."
- 정권 말로 갈수록 당·정·청 관계 재정립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편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전당대회 때는 모든 후보들이 '수평적 당·청 관계 확립'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권 후반기다. 선거는 당이 책임지고 당이 심판받는 것이다. 큰 판이 벌어지는 후반기에는 당이 선도하는 수밖에 없다. 청와대,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되 선도하겠다. 또 지금 전당대회 후보 중 청와대와 가장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은 나일 것이다. 친이계는 아니지만 이 대통령과 가장 오래 신뢰를 쌓고 있다. 내가 원내대표할 때 정책위의장(임태희)으로 일했던 사람이 지금 비서실장으로 있다."
"반값등록금은 정치적 슬로건, 등록금 차등제부터 시행해야"
- 공천 개혁에 대해 따로 생각한 복안이 있나. "당 공천개혁특위가 내놓은 '오픈 프라이머리'도 좋은 사람을 공천하기 위한 방편이라 생각한다. 사실 현재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18대 공천의 악몽 때문이다. 나는 개혁공천의 기준을 '물갈이'로 두지 않는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국회의원 품위에 반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한 사람을 어떻게 공천에서 배제하겠나. 어느 계파에 줄을 안 섰다고 사감으로 공천 작업에 임하면 그것이 '사(私)천'이다. 무엇보다 공천에서는 당선가능성이 최우선이다."
- 거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서민정책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지난 전당대회 이후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으로서 많은 일을 했다. 정부와 소통해 2010년 예산 중 서민예산 5조6000억 원을 미리 집행케 했다. 또 은행 영업이익의 10%를 서민대출로 활용케 했다. 하지만 등록금 문제, 서민전세 문제 등 많은 반서민 문제가 남아 있다. 그동안 당 정책위와 협조관계가 원만치 못했다. 당내 의견을 조율하거나 정부와 의견을 조율하는 데 서민정책특위만으로는 어려움이 많았다. 내가 당대표가 되면 (이런 점들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 반값등록금 문제를 놓고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반값등록금 자체는 정치적 슬로건이다. 일률적으로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저소득층과 등록금을 내기 힘든 사람들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제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등록금을 제어할 방안을 마련하고, 등록금 장사하고 있는 사학들을 정비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황우여 원내대표 등이 이를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반값등록금 그 자체에 방점을 두는 게 아니라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키면서 가난한 수재들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등록금 차등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나는 2년 전 이미 등록금 차등제와 등록금 심의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 사법개혁특위가 좌초됐다. 대검 중수부 폐지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나. "중앙수사부가 설립된 지 30년이 지났다. 30년 공과를 전체적으로 돌아볼 때 거악 척결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어느 정도는 개편돼야 한다. 일본은 동경지부 특수부를 확대해서 중수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중앙지검에 특수부를 설치해 중수부 기능을 대신할 수 있지 않겠나. 사실 이 문제는 대통령령 문제다. 행정부 권한이다. 정부가 다시 한 번 검찰 조직 전반을 짤 필요가 있지만 국회가 나서서 행정부 직제를 폐지하는 건 맞지 않다."
- 이번 전당대회를 마이너리그라고 하는 분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선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전당대회를 마이너리그라고 지적하는 그 분의 지지율이 나보다 낮은 경우도 있다. 그러면 그 분이 나와야 메이저리그인가. 내가 오늘(19일) 전당대회 출마를 밝힌 것도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시점이 바로 오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당대회 출마자들을 폄하하는 건 본인 스스로도 부끄러운 짓이다. 당을 맡겠다고 나선 분들 모두 훌륭한 사람이다. 왜 그런 고정관념에 붙들려 '누워서 침뱉기' 하는지 모르겠다. 당대표나 최고위원들이 모두 관리형이라고? 관리형은 뒤에서 조정당하나? 홍준표는 조정당하지 않는다. 관리형은 힘이 없다? 천만이다. 홍준표가 당대표가 된다면 가장 힘있는 당대표가 될 것이다. 마이너리그란 말이 안 나오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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