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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아타이 전 원장
 터키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아타이 전 원장
ⓒ 에르한 아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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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의 비극과 함께 시작된 21세기의 세계는 기독교문명과 회교문명의 충돌로 비쳐진다. 내 생각, 문화, 생김새가 독특하고 소중하듯 남의 생각, 문화, 생김새도 소중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다가 불현듯 터키가 떠올랐다. 터키는 회교를 주요 종교로 하는 국가이지만 기독교 국가들이 주류를 이루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이다. 그러면서 다른 회교국들과는 사뭇 다르게 기독교국이 주류를 이루는 유럽연합과 별 충돌이나 갈등 없이 원만하게 지낸다. 그래서 그 비결이 궁금했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터키는 우랄알타이어를 뿌리로 언어상의 공통점도 있다.

그 외에도 한국전쟁 중 터키는 미국과 영국을 다음으로 가장 많은 1개 보병여단 병력을 파병하여 전사 721명, 부상 2147명, 실종 175명, 포로 346명의 인명 손실을 겪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 산 16번지에는 터키군 한국전쟁 참전기념비가 있다. 그 기념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유엔군의 기치를 들고 터키 보병여단은 한국의 자유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침략자와 싸웠다. 여기 그들의 전상자 3064명의 고귀한 피의 값은 헛되지 않으리라.

터키 수도 앙카라에도 터키의 한국전쟁 참전을 기리는 '한국전쟁참전기념탑'과 '한국공원'이 있으며, 부산광역시의 유엔묘지에는 터키군 462구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내가 국제결혼을 해서 그런지 나는 국제결혼을 한 부부에 관심이 많다. 에르한 아타이씨는 전 터키문화원장이고 그의 부인은 한국인이다. 한국부인 때문인지 얼마 전 그는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지난 19일 터키 전문가인 그를 만났다. 기독교문명과 회교문명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비결에 대한 어떤 영감을 그에게 받고 싶은 욕구에서였다. 그리고 터키와 한국의 공통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다음은 아타이씨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요즘 세계는 회교국과 기독교국의 갈등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반면 터키는 회교 국가인데도 유럽연합 가입국이고 기독교국가와도 갈등 없이 지내는 것 같다. 터키의 이런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터키는 1000년부터 현재까지 다민족과 함께 살아오고 있다. 현재 터키가 위치해 있는 소아시아 반도에서는 셀축투르크제국 오스만제국까지 다종교 다민족 국가였다. 세계 3개 대륙에서 47개국을 600여 년 동안 다스렸던 오스만제국의 인구가 가장 많았을 때 2억3천만 명이었고 그들 중에서 터키인은 총 인구의 약 5%인 1200만 명밖에 안됐다. 터키 역사에서 오스만제국의 가장 유능하고 유명한 지도자, 장군, 정치인 등도 터키인이 아닌 타 민족 출신이었다.

그래서 수백 년 동안 이렇게 포용성 많은 문화 속에서 살아왔던 터키민족에게는 종교나 피부색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와 남을 가르거나 차별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했다. 터키 공화국을 건립한 케말 파샤가 남겨준 '자기를 터키인이라고 부르는 자는 누구나 다 터키인이다'는 말이 터키인의 공생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도 터키에 들어와서 터키어만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알면 터키인이라고 부른다. 또 정부든지 기업이든지 차별을 두지 않고 가장 높은 자리까지도 진급할 수 있다."

-  터키어와 한국어는 우랄알타이어로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한국말을 그렇게 잘하시나? 한국말과 한국에 대해 그렇게 열심히 연구하게 된 동기가 있었나?
"내 고향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용사 두 분이 살고 있었다. 그분들 덕에 나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많이 들었다. 그 때 세상에 어떤 나라가 얼마나 있었는지 몰랐던 나는 그분들의 영향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일찍부터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한국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성장하게 되었다.

대학에 입학 후에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한국에 있는 대학생들과 친구가 되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당시 터키 대학생들도 주로 미국이나 유럽지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성장한 나는 한국전쟁 후 양국의 교류가 거의 없는 점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결국 내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한국어와 터키어는 어순이 비슷해서 배우기가 아주 쉽다.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가 터키어가 될 것이다. 문법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기본적인 생활단어 2천개 정도만 외우고 6개월 공부하면 터키어를 잘할 수 있을 것이다."

-  6월 21일 터키문화원에서 한국인을 위해 터키에 관한 강의를 하는데 주요 강의 내용은 무엇이고 왜 이번 강의를 준비하게 되었나?
"일단 터키를 소개하고 싶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강의 내용은 터키민족이 중앙아시아에 있었을 때의 역사로부터 시작하여 셀축투르크, 오스만제국, 터키공화국 까지의 간단한 역사를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터키의 지리, 문화와 종교를 소개한 후 13세기의 유명한 평화운동가이며 시인 수피인 루미 선생님의 관용정신을 소개하고자 한다."

-  한국에서 살면서 터키와 특히 다른 문화충격이나 생활습관 차이로 어려움을 느낀 점이 있었나?
"사실은 터키와 한국문화가 많이 다르지 않아서 고생했다. 그래서 힘들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대신 한국에서 영원히 살아도 나의 외모와 피부색 때문에 영원히 외국인이라고 불린다는 점이 마음 아프다. 내 아내는 한국인이고 10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서울 아닌 다른 도시에 가면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얼마 전에 한국국적을 받고 귀화했다. 그렇지만 이제 내 나라가 된 한국에서 아직도 나는 한국인으로 인정받기보다는 귀화한 외국인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이점이 아주 슬플 때가 많다."

 터키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아타이 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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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한 아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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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주한 터키문화원장을 했고 현재는 루미포럼 대표인데 두 기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은 1998년 한국과 터키의 활발한 상호교류를 목적으로 터키인에 의해 서울에 처음 설립되었다. 문화원에는 터키관련도서, 영상자료, 간행물, 문서 등이 있고 누구나 와서 열람할 수 있다. 또 터키에 관한 특별 전시회 등을 통해 한국과 터키의 문화적 교류를 촉진시키는 일과 학술적 교류 사업도 한다. 그 외에도 터키어강좌, 요리강좌, 문화강좌 등 여러 종류의 강좌를 운영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터키문화원에서는 이렇게 여러 프로그램과 행사를 통하여 한국에 터키를 소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치원, 초·중·고등학생들부터 대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문화·역사소개 프로그램'과 여러 주제를 가지고 소개하는 '터키 문화기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터키식 티파티 행사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등에서 각종 전시회를 열고 전국에서 개최하는 각종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다.

루미포럼은 학술과 문화교류를 통해 한국과 터키의 상호이해와 협력증진, 그리고 타민족에 대한 경계심을 없애고 궁극적으로는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루미포럼의 이름은 평생 관용과 평화정신으로 살았던 13세기의 수피 철학자 및 시인인 메블라나 루미에서 딴 것이다. 그가 수백 년 전에 외쳤던 '오라오라 누구든지 오라'라는 부름을 다양한 문화와 사회적인 배경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관용의 정신으로 베푼다. 루미의 철학인 '사랑을 사랑하고 미움을 미워하라'라는 말씀을 기본 목적으로 하고 '지식교류와 대화로 넘을 수 없는 벽을 허물자'라는 그의 정신을 오늘 현실에 되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로간의 사랑, 정신적 성숙함, 평화적인 삶을 위해서 지식(학문)의 자유, 정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추구한다. 그래서 루미포럼은 인종과 국적을 넘어서 인류에게 봉사하고, 각종 차별과 갈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 한국인들이 왜 터키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터키역사를 보면 터키인들은 다양한 민족과 종교인들이 큰 갈등 없이 함께 살아왔고 현재까지도 그런 포용성과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지리적으로 유럽, 지중해, 중동, 흑해 문화가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에 터키만 방문하면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또한 단일민족이 아닌 다민족 국가가 관용 속에 서로 배려하면서, 평화롭고,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는 아직까지도 한국은 형제나라라는 인식이 너무나도 깊다. 터키에 가면 한국인들은 터키가 전혀 이방인의 나라가 아니고 자기나라인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인들이 터키를 가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을 추천해 달라. 그 이유는?
"터키에서 한 지역만 방문한다면 이스탄불을 추천한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는 동로마, 비잔틴, 오스만제국 그리스 종교, 이슬람 종교가 함께 만들어 왔던 여러 문명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모자이크 같은 도시이다. 로맨틱한 휴가를 원하면 자연이 아름답고 바다가 터키석 같이 푸른 지중해 작은 도시들을 추천한다. 특히 안탈랴시 근교에 있는 작은 마을들을 추천한다."

- 터키와 한국이 향후 서로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양국 간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나는 문화의 힘을 믿는다. 지금 아시아와 중동에서 맹위를 떨치는 한류의 힘을 봐라. 또 K-POP이 유럽에 미치는 열풍을 봐라. 문화의 힘과 영향은 정치나 외교보다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국도 정치나 외교를 떠나서 국민과 국민들끼리 서로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연, 전시, 강연 같은 여러 면에서 교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모든 것을 나라와 정부에게 떠넘기기 보다는 민간차원에서 이러한 문화교류 활동에 적극 동참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 터키가 세계인들에 내 놓을 수 가장 큰 자랑이나 긍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물질적인 것보다는 위에서 이야기한 터키인들의 생활 속에 담긴 관용정신을 자랑하고 싶다."

- 현재 한국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외국에 한국을 알릴 때 특히 한국의 어떤 면을 알리는데 중점을 두나?
"세계에서 한국인처럼 쉽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민족이 있을까 궁금하다. 내가 자라온 지중해 주변 나라 사람들도 지중해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풍부한 감성을 지녔다고 들었다. 그런데 한국에 오래 살다 보니 한국인들 또한 쉽게 감동을 받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서는 일요일 아침만 되면 사람들의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렇게 일요일 마다 슬피 우는지 궁금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옆 교회에서 새벽기도에 나온 신자들이 슬피 울고 있던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된 사건들에도 마치 나한테 일어난 것처럼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한국인과 결혼한 나는 가끔 집에서 아내와 같이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를 보는데 슬픈 장면이 나오면 아내의 눈에는 금방 눈물이 맺혀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깊은 감정을 가지고 사는 한국인들이지만 표현은 쉽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배려심에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라는 말을 상대방에기 쉽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나는 한국인들로부터 '술 한 잔 합시다'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다. 그 말 속에는 당신과 친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또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느낌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등에 대해 서먹함과 부끄러움의 벽을 술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다는 제안인 것 같다.

아쉽게도 나는 술을 못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한국인들이 술 마시기 10분 전과 10분 후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무엇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 일에 대한 정리, 개인생활문제, 속상함을 술로 풀고 있는 한국인, 울면서 노래 부르고, 울면서 그리움을 표현하는 한국인, 이별, 슬픔, 가질 수 없는 괴로움에 대한 내용이 많은 노랫말들, 이 모든 것들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힘들게 절제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러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외로움이라 표현해야 할지 아니면 깊은 애정과 관심이라 표현해야 할지 헤아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자기 자신보다도 남에 대한 깊은 배려심이 많은 한국인들의 속 깊은 감정 앞에서는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 한국생활은 얼마나 되었나? 그리고 향후 계획은?
"한국에 산지는 15년되었다. 일반인 대상으로는 문화원에서 홍보를 많이 하고 있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는 양국 간에 학술교류 중심으로 여러 포럼, 강연, 세미나를 등 학술분야에서 활동을 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에르한 아타이(Erhan Atay)는 1974년 터키의 앙카라에서 태어나 중동기술대학교와 서울대학교 기계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터키인으로 한국에서 살며 왕성한 활동력으로 본국 잡지의 한국 담당 기자, 터키-태평양 경제문화교류재단의 한국 지부장, 한국 유네스코 CCAP 프로그램 CIV, 터키 산업경제인연맹 한국 지부장, 아시아 문화교류재단 연구위원 등으로 다방면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주한 터키 이스탄불 전 문화원장으로 한국인에게 터키를 알리고 민관 양면으로 양국 친선을 도모하는 한편, 외국인 한복홍보대사로 임명되는 등 한국을 알리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에르한 아타이#터키#한국전쟁#루미포럼#돌궐,고구려,이스탄불,앙카라,한복,메블라나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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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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