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정부 보조를 더 받느냐, 보상 받느냐 이런 사고에 젖어서는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농어촌의 새로운 희망을 선도하는 전국 농수산 공직자 격려오찬'에서 한 말입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이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법인세는 왜 깎아주느냐"고 말입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때부터 "마음 놓고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드리겠다"라면서 '기업프랜들리' 정권임을 선언했습니다.
특히 200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사 때는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 세금도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 투자와 소비가 살아납니다. … 기업은 국부의 원천이요, 일자리 창출의 주역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자본권력을 치켜세우고 대기업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다 치워주겠다는 말인데, 바로 법인세 인하입니다.
농민에 정부보조 바라지 말라는 MB, 대기업은요?
이 대통령은 집권하자 법인세율을 2단계에 걸쳐 25%→22%→20%로 낮추는 세제개편을 했습니다. 첫 단계인 3%포인트 인하는 2009년 시행됐다가 2단계를 앞둔 2010년 여야는 22%에서 20% 인하는 2012년으로 2년 유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12년 2% 인하를 앞두고 법인세 인하 철회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감세철회를 주장하고 한나라당도 그동안 반대하다가 감세철회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법인세 인하 철회는 안 된다고 합니다. 특히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는 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법인세 인하 혜택을 톡톡히 봤기 때문입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이 17일 발표한 '법인세 감면이 재벌기업 실효세율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자본금 5000억원 초과 대기업은 2008년 2조711억원, 2009년 2조1551억원 등 2년 동안 총 4조2262억원의 법인세를 감면받았다(<경향신문>0.03% 배 불린 '법인세 감면' - 2011.04.18)
2년 동안 4조원 2262억원을 감면받았습니다. 이렇게 기업에게는 엄청난 감세 혜택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왜 농민에게는 "정부 보조 바라지 말라"고 닥달을 합니까? 농민들에게 보조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다 빚이지 대기업처럼 4조 2천억원씩 세금을 깎아주는 것 아닙니다. 이런 말씀도 했더군요.
"나는 평소에 농업이, 농민이 자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민들이 매번 정부보조를 받아서 살아간다, 이것 갖고는 농촌의 발전은 없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다.…보조받은 산업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어느 것도 없다. 대한민국 기업도 초기에 다 지원을 받았지만 어느 단계에서 그것을 탈피하고 발전했다." - <뷰스앤뉴스> MB "농촌, 정부보조로 살아선 안돼")
법인세 인하, 종부세 개정으로 이득 본 건 다 MB의 측근들
물론 대기업에 직접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는 세금을 덜 걷는 것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기업에 대한 직접 혜택입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한진중공업 노동자 170명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5m 높이 크레인에 올라가 22일 현재 168일째 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씨를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적자가 났다며 정리해고를 하고 영도조선소를 폐쇄했지요. 그런데 조남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170명 노동자를 해고한 후 배당금 174억 나눠 가졌답니다. 조 회장은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야 했지만 21일 출국해버렸습니다. 노동자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정말 무책임한 회장입니다.
"기업은 국부의 원천"이라며 팍팍 띄워주었던 대기업은 이처럼 노동자와 사회를 위해서는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부자감세로 득을 본 이들은 대기업만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개정으로 톡톡히 이득을 챙긴 이들이 있지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2008년 지식경제부차관 시절 강만수 당시 장관과 함께 종부세 개정을 주도했고 지난 1월 임명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입니다. 인사청문회 당시 '까도남'이라는 별명이 이름보다 더 많이 회자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종부세 인하 혜택을 누렸습니다. 지난 1월 7일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종합부동산세 완화, 고환율 정책을 주도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종부세 완화로 1100여만원의 세금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강창일 의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7년 종부세를 1202만9950원 냈는데 2009년 30만5500원, 2010년 36만5140원입니다.
"농민들에게 보조 더 받으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던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가 임명한 장관이 그냥 앉아서 1100여 만 원을 벌었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농민들은 지난 겨울 구제역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자식처럼 키웠던 소와 돼지를 350만 마리 이상을 땅에 파묻는 것도 고통스럽습니다. 물론 국가가 보상을 해주지만 심리적 충격은 매우 큽니다. 지난 2월 충북 충주시 한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3일경 13년간 한우를 키우다가 구제역으로 121마리를 살처분한 한 한우 농가 아들이 다음 <아고라>에 "121마리가 밥 달라고 울어대던 부모님 농장에 적막만 흐릅니다…이땅의 자존심 한우…라고 하면서 유명 여가수가 웃으면서 선전합니다. 이땅의 자존심 한우/한돈을 생산하는 Producer들이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려 전 국민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13년 한우를 키웠고, 한우 마릿수도 비슷한 막내동생이 생각나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 같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농촌이 바뀝니다"라고? MB 생각부터 좀!
요즘 소값이 조금 오른다고 합니다. 동생에게 소값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한우를 키운 지 올해로 14년째로 120~130마리 키웁니다. 약 10마리가 차이 나는 이유는 소를 팔면 120마리가 되었다고 송아지를 낳으면 130마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500kg 1등급 기준으로 지난해 구제역이 터지기 전에는 약 480~490만 원 정도였는 데 요즘은 380만 원 정도 나간다고 합니다. 약 100만 원이 떨어진 것이지요. 사료값이 지난 연말보다 25%는 정도 올랐는데 25kg 한 포대(비육사료)는 1만4000원이라고 했습니다. 1000원이 올라 한 달에 300포 이상을 먹이면 한 달에 30만 원 1년이면 360만 원입니다.
사료을 먹이지 않으면 소는 굶습니다. 사료값 올랐다고 두 번 먹일 것을 한 번만 먹일 수 없는 노릇입니다. 1kg 먹였는 데 0.8kg을 먹일 수 없습니다. 이게 지금 축산농민들 현실입니다. 그래도 동생은 볏짚과 청보리와 풀, 보릿대를 먹여 조금 나은 편이지만 한우 농가는 떨어지는 소값과 오르는 사료값때문에 이중고를 겪으면서 정말 하루하루 살아가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공짜를 바라지 않습니다. 빚 탕감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정부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생떼도 써지 않습니다. 한-EU FTA와 한미 FTA가 비준되면 농민들이 입을 피해가 엄청나므로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입니다. 기업이 얻는 이익과 똑같이 농민들도 보상을 받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농민들 고통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나는 평소에 농업이, 농민이 자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민들이 매번 정부보조를 받아서 살아간다, 이것 갖고는 농촌의 발전은 없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농촌과 농민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 발언입니다.
청와대 < me2day >는 대통령 발언이라며 "옛날에는 농업을 1차산업이라고 했지만 2, 3차, 미래 4차 산업까지 농촌에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농촌이 바뀝니다"고 소개했습니다. 정말 생각이 바뀔 사람은 1970년대 '삽질의식'을 2011년에도 가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임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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