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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원희룡 의원이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원희룡 의원이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한나라당 대표직에 도전한 원희룡 의원에게는 두 가지 꼬리표가 붙어 있다. 하나는 직전 지도부의 사무총장으로 4·27 재보선을 진두지휘한 그가 재보선 패배로 열리는 전당대회에 나왔다는 책임론이다.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권력을 좇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책임론에 대해 그는 지난 20일 전당대회 출마와 함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면으로 맞섰고 나름의 성과를 얻어내는 분위기다.

 

반면 한나라당 '원조 소장파'로 당 개혁 요구에 앞장서 왔고, 2007년 대선 후보 경선과 지난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분배 성향의 정책을 내세워 '한나라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공격을 받았던 그가 보수 색채를 강화한 배경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원희룡 한나라당 대표 후보는 "언제까지 문제제기만 하는 소장파로 머물고 있을 거냐"며 "성숙해지면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을 지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12년 동안 3선을 하는 사이에 내 역할이 당 전체를 놓고 문제 해결을 추구하고 조정·설득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이 변했다"는 것이다.

 

'친이계가 지지를 결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원 의원은 "지금 대통령이 워낙 인기가 없으니 나를 '친이계가 미는 후보'라고 하면 내가 불리할 것"이라며 "친이계에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원희룡은 제치자'라고 생각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닌가.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친이' '친박' 대신 '동행이·우호박'이라는 말로 자신의 입지를 설명했다. 정권 말기 차기 대선 주자와 현직 대통령의 차별화에 대해 그는 "생산적 차별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대선 주자가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일이지만, 무조건 대통령을 적대시하면서 탈당을 요구하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공멸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원희룡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친이계 의원들이 모여서 원희룡 의원을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는데.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흐름이란 게 친이·친박을 떠나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전당대회이기에 당 내 주요 세력들이 모두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 사실이 아닌 말들이 돌아다니는 걸 보면, 선거구도를 흔들고 반대세력을 자극하기 위한 음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 이런 보도들이 원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뜻인가.

"지금 대통령이 워낙 인기가 없으니 나를 '친이계가 미는 후보'라고 하면 내가 불리할 것이다. 친이계가 지지해 준다면 감사하지만, 친이계에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원희룡은 제치자'라고 생각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닌가.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차기주자는 '생산적 차별화'해야, 무조건 탈당 요구는 공멸"

 

- 당 대표가 된다면 청와대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이 차별화를 인정하면 탈당 요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게 제일 바람직한 얘기다. 차기 주자의 차별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모든 문제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면서 나만 살기 위해 대통령을 적대시하고 '탈당하라'는 분열적 차별화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공멸하는 길이다.

 

한국 정치사를 돌아보면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대선을 4번 했다. 집권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한 경우가 2번, 실패한 2번이다. 성공한 경우는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인데, 현직 대통령이 집권 여당과 큰 틀에서 공존·협력했고, 심지어는 '나를 밟고 차별화하라'고까지 하지 않았나. '김영삼-이회창' '노무현-정동영' 관계는 실패한 사례인데, 현 대통령과 미래 차기 주자 세력이 민심 이반의 책임을 전가하는 공방을 하다가 갈등을 흡수 못해서 분열해 결국 졌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집권 말기에 총선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차기 주자는 역동적으로 가되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안정감 있게 갈 것인가가 핵심이다. '생산적 차별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통령이 집권 말기에 새롭게 일을 벌이면서 '내 국정 어젠다를 따르라' 한다면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지만, 대통령이 책임성 있게 국정을 마무리하는 과정인데도 여당이 '대통령 탈당하시오'라고 내치고 공격하는 것은 안 된다."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원희룡 의원이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원희룡 의원이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후보들 중에 홍준표 의원과 벌이는 설전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양강구도를 만들기 위한 전술 아닌가.

"아무래도 양강대결로 가야 하니까. 또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는 흐름이다."

 

- 당대표 후보들의 박근혜 전 대표 관련 언급을 보면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는 것을 전제한 것 같다.

"지금 박근혜 전 대표를 빼고 총선과 대선을 생각할 수 있는가. 박근혜를 대체하는 사람이 나오려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고 넘어서야지 과거의 인위적인 후계자 정리, 계파 세력 대결로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민심이 이반해 있고, 현재 민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이가 박 전 대표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 상태로만 간다면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다양한 주자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많은 주자들이 가세해 국민에게 선택을 받을 텐데, 책임감을 갖고 당내 갈등요인을 협상·조율하는 안전장치를 만들어 주는 게 당 대표의 역할이다."

 

"난 친이도 친박도 아니다, '동행이·우호박'이다"

 

- 대표가 될 경우, 청와대와의 관계도 중요하고 박 대표와의 관계도 중요한데 어떻게 할 건지.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우호적 관계이고, 과거처럼 인위적이고 배타적인 적대감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월박' 혹은 '친박'도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친이라기 보단 국정의 공동 책임자라는 위치에서 '동행이' 정도 되지 않을까. 친이·친박이 아니라, '동행이·우호박'."

 

- 이명박 정부의 국정 수행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은 매우 험악하고 심각하다. 특히 특정 인맥에 치우친 인사 문제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반감이 심각하다. 경제 위기를 탈출하면서 불가피한 면도 있었지만 바닥 경제를 개선하는 문제에선 때를 놓쳤다. 나는 집권 여당 사무총장까지 했으니 60점대는 줘야 하지 않겠나."

 

- 등록금 문제 해결의 단초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참여정부 김진표 교육부총리 시절인 2005년에 등록금 상승곡선이 물가 상승곡선을 넘어 확 뛰었다. 2005년 이전 등록금 수준에서 물가인상률을 기준으로 적정 등록금 수준을 찾아야 한다. 또 솔직한 말로 중학교 수준의 수학이 안 되는 학생이 어느 대학 환경공학과에 앉아서 수업을 받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 아닌가.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대학이 꼭 필요하고 다녀야 할 사람들이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

 

또 대학의 자구노력이 우선 돼야 한다. 적립금으로 건물 짓는 데 퍼붓거나 매점 만들거나 하지 않고 실제 교육의 질 향상에 투입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에 국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지금 문제는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뭔가가 부족하면 재원을 마련해서 해결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그늘진 곳을 먼저 하고, 미래의 씨감자가 될 곳을 우선시해서 재정 운영계획을 세워 돈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

 

- 각종 현안에 국가 재정 투입이라는 대책이 남발되고 있다는 건가.

"재정여력이 있다면 복지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반대다. 이제는 경제 위기가 전 세계에 동시에 오고 있고 한국은 자본의 대외 개방도가 높아 수시로 금융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IMF 구제금융을 졸업하게 된 것은 당시 재정건전성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재정 여력이 있다면 국제 금융위기의 충격에 대비,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여력을 더 쌓아 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정건전성에 올인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축내지 않는 선에서 복지에 쓸 가용자원을 판단해야 한다."

 

- 이번 전당대회에선 후보들의 '좌클릭'이 두드러진다. 어떻게 보나.

"예전 같으면 '당을 나가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쟤 찍지 마라'고 논쟁하니까 훨씬 건전한 논쟁이 되고 있다. 지금 얘기하는 정도의 '좌클릭'은 한나라당에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런 정책 내용 중에는 동의할 수 없는 게 많아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언제까지 문제제기만 하는 소장파? 권력 좇지 않았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19일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결의에 찬 표정으로 전대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19일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결의에 찬 표정으로 전대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 권영세 후보가 "'개혁 아이콘'이었던 원 의원이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을 좇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왜 이런 말이 나온다고 보나.

"사무총장을 하면서 예전의 튀던 모습에 비해선 의외로 안정감 있고 다양한 세력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니 '주류'라고 부르더라. 언제까지 문제제기만 하는 소장파로 머물러 있을 것인가. 성숙해지면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을 지는 주체가 돼야 한다. 12년 동안 3선을 하는 사이에 내 역할이 당 전체를 놓고 문제 해결을 추구하고 조정·설득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 철학과 정책방향 자체를 버리고 권력을 좇아갔다면 뼈아픈 얘기겠지만, 지금은 성숙한 입장에서 당의 중심부로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개혁하겠다는 걸 '권력을 좇아갔다'고 하면 안 맞다."

 

- 나경원 후보와의 단일화를 일축했는데.

"그 쪽에서 오면 반갑겠지만 내가 갈 일은 없다. 또 양보하라고?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 전당대회 선거인단이 21만 명으로 크게 늘었는데 선거 전략은.

"전당대회에서 야당과 칼 들고 싸우는 전사를 뽑아서 좌충우돌하고 당의 작은 갈등이 대혼란과 대분열의 불씨로 갈 수 있는 위협요인을 우리 스스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박근혜 6·3 회동처럼 현재 세력과 대권 세력이 생산적 차별화와 협력·공존하면서 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것인가. 민심에 대한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원들이 다 안다. 2012년 12월 19일 과거 집권 여당이 분열 때문에 실패한 전철을 밟을 것인가. 후보가 누구든, 대통령이 인기가 있든 없든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길로 갈 것인가 그 갈림길을 결정하는 선거다. 이걸 선거인단이 인식하게 되면 거기에 걸맞은 선택이 나올 것으로 본다."


#원희룡#한나라당#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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