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9시가 넘자 제주종합경기장 주변에 차들이 몰려들었다. 가끔 승용차도 보이지만 대부분 트럭들인데, 차체에는 '해군기지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과 깃발이 부착되었다.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여 모처럼 맑은 날씨다. 밭에 급하게 해야 할 일도 많을 텐데도, 농민들이 시위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농민회, 여성농민회를 중심으로 제주해군기지 반대 읍면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24일 오전에 출범식을 열었고, 출범식 이후 첫 행사로 제주도를 일주하며 해군기지 반대 차량행진을 펼쳤다.
이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게 된 이유를 "만약에 우리 마을에서 강정처럼 옆에 있는 삼촌은 반대하고 난 찬성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 우리마을에 최근 강정에서 벌어진 일처럼 주민간의 갈등으로 농약을 먹고 자살하는 사태가 온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보니, "고생하는 강정주민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책위의 활동 목표를 밝혔다. 읍면대책위는 "제주도의회와 정치권, 도내외 각계각층의 여론이 공사를 중단하고,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달라고 요청했지만 해군은 막무가내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더 나아가 읍면대책위는 "강정마을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달리고, 높은 건물 옥상에서는 군인들이 주민을 감시하는 불법 '도촬'이 진행되고 있으며, 심지어 해군장교가 주민을 무참히 폭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최근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해군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읍면대책위는 "제주지사 역시 10년간 수수방관해 화순 위미 강정주민과 해군의 싸움으로 만들었고, 갈등을 부추기는 구실을 제공했다"며, 제주도정을 향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따라서 읍면대책위는 이제 자신들이 나서서 "비이성적 해군의 폭주를 막고, 10년 동안 도민의 갈등을 유발한 해군기지를 막아내서, 진정한 평화의 섬이 실현되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읍면대책위는 출범 후 첫 행사로, 제주종합경기장을 출발하여 제주도를 동서로 나눠 강정마을까지 차량행진을 펼쳤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에 강정마을에 도착하여, 현지에서 정리 집회를 마친 후 해산했다.
읍면대책위 한 관계자는 "앞으로 강정마을 주민들, 범대위, 전국대책위 등과도 연대해서 투쟁할 것이며, 그와 별도로 회원들 삶의 기반인 읍면 소속 마을에서 해군기지를 저지하기 위한 홍보전도 펼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