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한진중공업 같은 철거민, 해고노동자 등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이 있는 곳에 늘 보이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종교인이라면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권재단 사람'의 상임이사인 박래군님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다가옵니다.1988년 6월 4일 숭실대학교 학생회관 옥상에서 "광주는 살아있다", "청년학도여 역사가 부른다. 군사파쇼 타도하자"고 외친 후 온몸에 신나를 뿌리고 분신한 동생 박래전 열사가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청년이던 형의 삶의 방향도 틀었습니다. 소설가가 아닌 인권지킴이가 된 그는 사람의 연대가 필요한 곳,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소외되고 가난하고 힘든, 그래서 자기의 권리나 인권에 대한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사람들과 늘 함께 했습니다. 조용히 소리 없이 그림자처럼...
이제 그가 10억 원을 모으기 위해 온몸으로 뛰고 있습니다. 인권센터를 지어 인권지킴이들이 언제든지 깃들어 쉬기도 하고, 토론도 하고 생산적인 꿈을 키워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말이지요. 10만 명이 1만 원씩 모아 10억을 만들겠답니다. 문정현 신부님도 팔고, 인권변호사도 팔고, 박래군님 자신의 말품도 발품도 팔며 뛰어 다닙니다.
그런데 그 분이 살짝 안타까움을 표하는군요. 지금까지 모금액수는 1억5000만 원이라네요. 목표액의 15%. 우리나라 인권 지킴이가 10만 명은 되는 줄 알았다는 그이의 말에 가슴이 철렁합니다. 전 그 10만 명 중 한 사람이 되지 못했거든요.
주춧돌은 그저 재정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이 놓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무임승차하려고 한 제 자신이 몹시도 부끄럽군요. 그래서 제 <오마이뉴스> 적립 원고료가 12만6200인데요. 그 원고료 전액을 내놓으려고 합니다. 비정규직인 저는 사실 7월부터 실업급여를 받아야 합니다. 3개월짜리 임시직이 6월 말로 끝나거든요. 제 급여는 130여만 원이었습니다. 중식비까지 합쳐야 140만 원.
나 하나쯤이야, 난 형편이 안 되니 여건이 되는 누군가 하겠지라며 슬며시 몸을 사리면 안 되는 일이 참 많더라고요. '희망버스'처럼 그저 머릿수라도 보태야지 하면서 실천하면 예상치도 않은 새 길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인권 지킴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인권센터 주춧돌을 놓는 일에 함께 해주세요. 당신의 인권을 지키는 일입니다. 인간의 자존감을 지켜내는 인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보험에 지금 투자하세요.
"연대는 주머니를 여는 것이다" -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저는 지난해 말부터 인권센터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하여 10억 원을 만들자, 그 돈으로 공간을 빌려서 인권센터를 짓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이제 겨우 1억5천만 원을 모았을 뿐입니다. 목표액의 15%에 해당하지요. 저는 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 인권지킴이가 10만 명은 되지 않겠는가, 그 10만 명이 1만 원씩만 내면 10억 원이라는 생각했습니다.
그 동안에도 많은 분들이 인권센터 만들자는 우리 일에 함께 했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기꺼이 우리의 모금에 앞장 서 주었습니다. 배우 김여진, 명계남, 영화감독 여균동, 방송인 김미화, 가수 안치환, 소설가 김별아, 그리고 홍세화 선생님과 시사평론가 유창선 씨 등은 기꺼이 홍보영상 촬영에 임해주셨고, 서울대 조국 교수, 소설가 공지영, 노동운동가 하종강, 영화감독 김태용, 이해영, 변영주 등은 연속 강연회에 재능을 기부해주셨습니다. 선대인, 정혜신, 이우화, 박노자 님도 연속 강연회에 강사로 서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직 지갑을 열 준비가 덜 되었나 봅니다. 아니면 사람들이 아직은 잘 모르기 때문에 모금에 동참하지 않는 것일까요?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세우려는 인권센터저는 인권센터를 만드는 일에 지금까지의 운동 인생을 걸겠다고 했습니다. 인권센터는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에게 인권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맞아. 국민소득 2만 불이라는데, 인권센터 하나 없어." 이렇게 호응해 줍니다. 맞습니다.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적은 나라에도 있는 게 인권센터입니다. 물론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우리나라에도 이런저런 인권센터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인권센터들은 대새 한 단체의 이름을 표현한 것이거나 부분적인 기능을 하는 곳입니다.
즉 우리가 꿈꾸는 인권센터는 인권과 관련한 문화행사나 토론회가 항상 열리고, 인권교육과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인권과 관련한 모임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인권단체들이 모여 있고, 시민들이 언제고 모일 수 있는 그런 시끌벅적한 곳이라야 합니다. 그곳에서 인권에 대한 정보도 얻고, 토론도 하고, 모임을 가지면서 시민들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곳이라야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데 인권센터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런 분들께는 지금 정권에서 국가인권위가 망가졌지 않느냐고 하면 금세 이해합니다. 인권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초이자 토대에 해당합니다. 기초와 토대가 부실하면 그 민주주의는 사상누각 위에 세워진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현 정권에 들어와서 단박에 무너져 내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권은 국가권력과 대기업으로부터 독립되어서 세워져야 합니다. 그것은 결국 시민사회가 세워야 하는 일입니다. 인권의식으로 무장된 강력한 시민사회가 있을 때라야만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될 수 있습니다.
인권센터는 미래의 토대를 놓는 일그래서 이런 종합적인 기능을 하는 인권센터는 시민들의 힘으로 세워야 합니다. 인권센터를 만드는 일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당장의 인권현안에는 관심이 있고, 분노할지언정 미래사회를 위한 토대를 강화하는 일에는 멈칫거립니다. 당장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지요. 요즘 한진중공업이나 유성기업 노동자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그런 일에 참여하는 일은 무척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현안을 넘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시민들이 나서서 폭력과 차별을 낳은 우리 사회 잘못된 구조를 파헤치고, 감시하고, 견인해가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활동할 수는 없을까요? 외국에는 그런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미국의 한 노부부는 50년 동안 CIA를 감시하는 활동을 지속하여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유럽에는 곳곳에 '휴먼라이츠 하우스'라는 게 있어서 일상적으로 인권을 접하고, 인권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합니다.
우리 사회 인권운동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활동비를 받는 소수의 활동가들의 헌신에 의해 발전해왔고,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활동가들의 헌신에 기대야 하겠습니까?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우리 사회의 토대인 인권을 강화하는 이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단 한 번 능력껏 인권센터 기금을 내주시면 돌에 이름을 새겨 후세에 남기겠습니다. 우리 미래를 위한 주춧돌이 되어 주십시오. 시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만들어진 인권센터를 우리 사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 클릭 한 번으로 인권센터 주춧돌이 되는 길;
http://www.hrcent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