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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클베리 핀 5집 앨범 '까만 타이커' 표지
허클베리 핀 5집 앨범 '까만 타이커' 표지 ⓒ 이정민

#. 이기용의 창조적인 기타 리프 만들기와 마치 그림을 그리는 듯 다채로운 테크닉을 선보이는 이소영의 보컬능력, 그리고 근 15년간 단련되어 특출한 밴드 하모니는 더 말해 무엇하랴. 몇 년 새, '핵심을 찌르는 로큰롤'을 수시로 강조했던 '허클베리 핀'은 새 앨범에서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적인 요령을 완벽하게 점령해냈다. '허클베리 핀'의 음악이 왜 평단과 팬들 모두에게서 '좋은 음악'으로 공증 받고 있는가. 거기에는 다름 아닌 '현실과의 긴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배순탁 음악평론가>

 

시간당 30mm폭우가 쉼 없이 쏟아져 내리던 6월 29일 오전9시,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비에 홀딱 젖은 청바지와 구두를 털어내며 짜증을 내고 있을 무렵, 우연히 사무실 책상위에 놓아져 있는 노란색 봉투의 낯선 소포 꾸러미가 한껏 부풀었던 짜증을 걷어 낸다.

 

얼마 전 '루비살롱레코드(대표 리규영)' 홍보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와 음반CD를 보내준다고 했었는데 아마도 그 선물이 아닌가 싶었다. 정성스레 손 글씨로 씌어져 있는 겉봉투를 뜯고 안을 열어보니 내로라하는 인디밴드들이 들국화를 기념하기위해 새로 만든 '2011리메이크 앨범' 한 장과 혼성듀오 '허클베리 핀'의 5집 앨범이 들어 있었다.

 

뭐랄까. 뜻밖의 행운(세렌디피티)이랄까. 소낙비를 흠뻑 맞은 뒤 또 다른 음악의 비가 마음을 휘저어 놓는 유쾌하고 상쾌한 기분이었다. 특히 들국화의 옛 노래를 신예 밴드의 목소리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즐거운 선물이었다.

 

"8비트로 상징되는 로큰롤사운드의 진화. 능란하게 변환되는 곡 전개와 합창, 로큰롤이 줄 수 있는 최대의 카타르시스. 예리한 시선으로, 사물의 전경이 아닌 심연을 보여주는 첨예한 음악. 자우림의 드러머 구태훈, 베이스의 장혁조, 키보드의 루네, 트럼펫 김정근, 트롬본 최철욱, 섹소폰 성낙원, 트럼펫 오정석 등..."

 

인기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작가이자 음악평론가인 배순탁씨는 허클베리 핀의 음악을 시평하며 '필사적인 러브레터'를 과감히 전해 주었다. 배씨는 허클베리핀의 장인적인 고집이 선연하게 느껴진다며 "황량한 음악을 위한 담론만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허클베리 핀 음악의 생존가(價)를 설명하는 일은 발터 벤야민의 저 유명한 선언의 주어를 영화에서 음악으로 바꿔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라고 한 뒤 "음악이 현실을 피해가려 할 때, 결국에 그건 파시즘을 미학적으로 다루는 일일 뿐이다"라며 확신에 찬 기쁨의 메시지를 전한다.

 

총 11곡이 들어있는 허클베리 핀의 5질 앨범은 애잔한 가사와 일상의 추억들을 경쾌한 비트로 다시 되살려내는 듯 했다. 그러며 마치 한 편의 시 같은 짧지만 강한 느낌의 가사들은 오래된 정원을 거닐고 있는 것처럼 편안해보이기도 했다.

 

 들국화는 들국화다! <사진제공.루비살롱레코드>
들국화는 들국화다! <사진제공.루비살롱레코드> ⓒ 이정민

이어 '김바다 with 소년''몽니''핸섬피플''못(MOT)''허클베리 핀''국카스텐''이장혁''한음파''W&Whale'등이 참여한 들국화 2011리메이크 앨범은 이미 친숙한 오래된 멜로디가 그들만의 개성으로 새로 부활한 느낌이다. 이번 앨범은 들국화의 1집 발표 25주년을 맞아 기획한 음반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들국화의 대표곡인 '행진''그것만이 내 세상''세계로 가는 기차''매일 그대와''아침이 밝아올 때까지''사랑일 뿐이야''제발''머리에 꽃을''사랑한 후에'등이 수록돼있다.

 

한편 80년대를 풍미했던 그룹 '들국화'는 현재까지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로 손꼽히고 있다. 이유인즉, 멤버들의 싱어송라이팅(작사ㆍ작곡) 능력은 물론, 국내 최초로 멤버 간의 유기적 작용으로 음악작업을 완성시킨 록밴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들국화 1집은 한국 최고의 명반으로 선정한 100장의 앨범 중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들국화 창단 멤버는 모두 5명이다. 전인권(보컬, 어쿠스틱 기타), 최성원(보컬, 베이스 기타), 조덕환(보컬, 전기 기타), 허성욱(건반), 그리고 세션(=반주자) 자격으로 참여했던 주찬권(드럼)까지. 그러나 이들은 2집 발표(1986)를 끝으로 사실상 해체되고 만다. 사람들이 들국화 1집에 환호를 보냈던 이유는 들국화 고유의 색깔이 담긴 팝록(=poprock) 사운드의 신선함이었지만, 2집은 아무것도 담겨져 있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덧붙이는 글 | 허클베리 핀 5집 발매 콘서트 / 7월 2일 오후 7시. 상상마당 라이브 홀 / 루비살롱레코드(www.rubysalon.com. 070-8867-1825)


#루비살롱레코드#들국화#허클베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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