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들이 30일 '교육문제 합의와 교육혁신을 위한 민간독립기구인 가칭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서울 등 6개 시·도교육감들은 이날 오전 '교육혁신 공동선언'을 통해 "교육을 하면 할수록 개인과 공동체가 불행해지는 획일화된 경쟁교육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선언문을 내놨다.
국가교육위 구성안에 야당, 중도혁신 교육단체들 '환영'
취임 1주년을 맞아 내놓은 진보교육감들의 제안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 소속 야당과 무소속 의원 9명 전원이 환영 성명을 내고 중도개혁 시민단체들도 동참할 뜻을 나타냈다.
강원 민병희, 경기 김상곤, 광주 장휘국, 서울 곽노현, 전남 장만채, 전북 김승환 교육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교육혁신에 우리 사회의 명운이 걸려 있으며 교육의 근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면서 "교육혁신을 위한 사회적 대토론과 합의를 위한 민간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호소했다.
이들이 내놓은 국가교육위는 교육계, 지자체, 경제계, 정부, 국회, 시민사회가 모인 사회적인 합의체제인데 핀란드와 스웨덴 등 교육선진국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다. 이날 진보교육감들은 "교육백년대계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교육행정은 이제 끝내야 한다"면서 "흔들림 없는 정책 집행을 위해 여야와 정파를 떠난 사회적 대토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곽 서울시교육감은 "정부와 독립된 새로운 교육기구를 통해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틀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형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국가교육위가 만들어지면 좋지 않겠냐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교육위 제안에 대해 국회 교과위 소속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우리 국회의원들도 교육혁신을 위한 실천의 장에서 함께 손을 잡고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의 지지 성명을 냈다. 국회 교과위 안민석 민주당 간사는 "한나라당을 뺀 교과위 소속 의원 전원이 진보교육감과 뜻을 같이해 성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등 진보개혁단체는 물론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좋은교사운동 등 중도단체들도 긍정 신호를 보냈다. 신순용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오늘 처음 들은 얘기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내부 토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교총은 이날 오후 성명에서 "특정성향의 6개 지역 교육감들만 모여 선언문을 내놓은 것은 분파주의 가속화, 정치예속화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16개 시도교육감에게 공동 발표를 요청했지만 다른 10개 지역 교육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식화된 문제풀이... 대학입시 개혁 필요"
이밖에도 진보교육감들은 이날 선언문에서 MB정부의 학벌경쟁교육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도식화된 문제풀이 교육이 아니라 상상력과 통찰력, 비판적 사고능력 등을 겸비한 창의지성을 배양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새로운 공교육의 표준을 정립하는 학교혁신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감들은 "대한민국에서 학벌은 권력이고 대학서열은 계급"이라면서 "초중등교육을 정상하기 위해 대학입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보교육감들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 이수제는 획일적인 몰아치기 수업으로 귀결되고 사교육 폐단까지 낳고 있다"고 새 교육과정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무상급식과 관련 "아이들에게서 대동의 기쁨을 빼앗고 평등의 사상을 제거하는 교육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반대론자들을 비판하면서 "교육재정을 확충하고 공정배분으로 공교육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교육시민단체 대표와 정관계 인사들을 초청해 '교육혁신 공동선언문'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장석웅 전교조위원장, 박원석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숙환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 한완상 전 교육부장관,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중도개혁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주호 교과부장관과 한나라당 교과위 소속 의원 등도 초청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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