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토요일 오전, 에어컨 가동 전이라서 교무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상태입니다. 어디서부터 사랑을 속삭였는지 박새 한 쌍이 정신줄을 놓고 교무실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화들짝 놀란 교사들이 더 놀랐을 박새를 구경합니다. 두 마리가 교무실 천정 부근에서 정신없이 날아다니더니, 들어온 곳도 못 찾고 유리창에 부딪치며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이리저리 열린 창으로 안내를 해주지만 놀란 박새는 천정 쪽으로 몸을 피하기만 할 뿐 도망치지를 못합니다.
닫힌 문을 더 열어주자 한 마리가 속이 시원하게 교무실을 빠져 나갑니다. 문제는 남은 한 마리! 저공 비행을 하면 열린 창으로 쉽게 나갈 수 있으련만 고공 비행만 하니 쉽게 빠져 나가지를 못합니다.
박새는 숨을 헐떡이며 태극기, 서류 저장함, 출입문 상단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유리창 상단에 있는 작은 창문을 열어줘도 닫힌 창문에 머리를 박으며 안절부절못합니다.
우리는 무관심해지기로 했습니다. 박새는 철인 3종 경기라도 마친 사람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며 휴식을 취하더니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아까보다 훨씬 속 시원하게 위쪽 창문으로 날아갔습니다.
지금쯤 두 마리가 다시 만나 언제 그랬냐는 듯 다 까먹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겠지요. 박새야, 참 잘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