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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이구, 숨차!! 여기가 아닌 개벼~~"
"어이구, 숨차!! 여기가 아닌 개벼~~" ⓒ 박병춘

후텁지근한 토요일 오전, 에어컨 가동 전이라서 교무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상태입니다. 어디서부터 사랑을 속삭였는지 박새 한 쌍이 정신줄을 놓고 교무실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화들짝 놀란 교사들이 더 놀랐을 박새를 구경합니다. 두 마리가 교무실 천정 부근에서 정신없이 날아다니더니, 들어온 곳도 못 찾고 유리창에 부딪치며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이리저리 열린 창으로 안내를 해주지만 놀란 박새는 천정 쪽으로 몸을 피하기만 할 뿐 도망치지를 못합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아, 분명 보이긴 보이는데 왜 몸이 안 빠져나가는 거야!"
"이 일을 어쩌면 좋아, 분명 보이긴 보이는데 왜 몸이 안 빠져나가는 거야!" ⓒ 박병춘

 태극기 위의 박새,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태극기 위의 박새,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박병춘

 "도대체 어디로 나가야 하는 거냐고요!!"
"도대체 어디로 나가야 하는 거냐고요!!" ⓒ 박병춘

 "저 좀 구해 주세요~"
"저 좀 구해 주세요~" ⓒ 박병춘

닫힌 문을 더 열어주자 한 마리가 속이 시원하게 교무실을 빠져 나갑니다. 문제는 남은 한 마리! 저공 비행을 하면 열린 창으로 쉽게 나갈 수 있으련만 고공 비행만 하니 쉽게 빠져 나가지를 못합니다.

박새는 숨을 헐떡이며 태극기, 서류 저장함, 출입문 상단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유리창 상단에 있는 작은 창문을 열어줘도 닫힌 창문에 머리를 박으며 안절부절못합니다.

 "어휴, 정말 미치겠네!"
"어휴, 정말 미치겠네!" ⓒ 박병춘

 "나 좀 어떻게 해 봐요! 사진만 찍지 말고!"
"나 좀 어떻게 해 봐요! 사진만 찍지 말고!" ⓒ 박병춘

우리는 무관심해지기로 했습니다. 박새는 철인 3종 경기라도 마친 사람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며 휴식을 취하더니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아까보다 훨씬 속 시원하게 위쪽 창문으로 날아갔습니다.

 "여긴 분명 아닌데...여긴 분명 아닌데..."
"여긴 분명 아닌데...여긴 분명 아닌데..." ⓒ 박병춘

 "오오, 사랑하는 내 님은 어디에?"
"오오, 사랑하는 내 님은 어디에?" ⓒ 박병춘

 "아아, 내 임은 어디에 있을까?"
"아아, 내 임은 어디에 있을까?" ⓒ 박병춘

 "이건 아냐, 이건 아냐~"
"이건 아냐, 이건 아냐~" ⓒ 박병춘

 박새가 빠져 나간 창문, 둘이서 다시 만나 잘 살거라!
박새가 빠져 나간 창문, 둘이서 다시 만나 잘 살거라! ⓒ 박병춘

지금쯤 두 마리가 다시 만나 언제 그랬냐는 듯 다 까먹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겠지요. 박새야, 참 잘 했어요!


#박새#교무실 박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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