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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10시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기자회견 중. 기자회견 후 바로 출발입니다.
 1일 오전 10시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기자회견 중. 기자회견 후 바로 출발입니다.
ⓒ 새로운노동자정당건설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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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 좀 자자!"는 구호를 내걸고 '유성기업 주간2교대제 쟁취 희망의 도보행진'을 진행했다. 7월 1일 오전 양재동 현대기아 본사를 출발해 7월 2일 오후 충남 아산에 있는 유성기업에 도착하기까지 1박 2일 동안 걸었다. 이 행진에는 새로운노동자정당추진위원회, 사회당, 진보신당비정규노동위원회, 전국노동자회 회원 등 10여 명이 참가했다.

7월 1일은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와 85호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7월 9일 제2차 희망버스 도착일에 맞춰 8박 9일간의 도보행진을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주간2교대 쟁취 희망의 도보행진단은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유발하고 심신을 파괴하는 야간노동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걸었다. 특히 합의를 지키지 않은 유성기업 사측과, 공권력을 동원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탄압하고 있는 친기업적인 이명박 정권의 만행을 규탄하고자 했다.

 유성기업을 향한 희망의 도보행진 1시 40분 현재 대왕판교로를 지나고 있습니다.
 유성기업을 향한 희망의 도보행진 1시 40분 현재 대왕판교로를 지나고 있습니다.
ⓒ 새로운노동자정당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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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사는 2년 전인 2009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2011년 1월부터 야간노동을 없애고 주간2교대제 및 월급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들어 노조는 이 합의를 시행하라고 촉구했고 법적 절차를 거쳐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자 사측은 직장폐쇄를 신고하고 공장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들이 불법점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급기야는 경찰을 끌어들여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지금도 직장폐쇄 중이지만 비조합원과 복귀한 일부 조합원들을 동원해 밤낮없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거짓 직장폐쇄'인 셈이다. 이번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유성기업 노조 탄압에는 자동차 완성차인 현대기아차 재벌의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노사 간에 주간2교대제 실시를 합의한 바 있지만 시행은 유보되고 있다.

주야간 24시간 맞교대를 통한 부품과 자동차 생산에서 하루 6~8시간의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생산을 했을 때 자본이 계산하는 자동차 총생산 대수, 매출액과 순이익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자본가들은 밤에 편안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도 노동자들이 밤낮없이 일하기 때문에 그들의 주머니는 가득가득 채워진다. 이런 이익을 줄어드는 것을 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탓이다.

노동자들이 밤에 일하며 약봉지를 들고 고통을 당하든 말든 과로사로 죽고 기정이 파괴되든 말든 자본가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몇 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서도 취업하겠다는 실업자 즉 예비노동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저 소모품일 뿐이다. 따라서 이번 유성기업 사태는 현대기아차 본사와 유성기업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이명박 정권의 합작품이다.

유성기업 투쟁은 유성기업 자체만의 투쟁이 아니라 자동차산업(완성차, 부품업체)노동자 전체 투쟁이고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야간노동을 철폐하려는 전체 노동자 민중들의 절절한 요구다.

 유성기업을 향한 희망의 도보행진, 낙생고등학교 휴식 후 출발합니다.
 유성기업을 향한 희망의 도보행진, 낙생고등학교 휴식 후 출발합니다.
ⓒ 새로운노동자정당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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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년 전 주간 8시간 노동의 요구가 아직 한국에선

노동절의 효시가 되었고 120여 년 전 미국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쟁취하려 했던 8시간 일하고 8시간 휴식하고 8시간 잠자는 노동기본권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요원한 실정이다. 국민 모두를 위한 행복추구권은 이렇게 고난의 행군이다.

7월 1일 도보행진을 출발하는 현대기아 본사 앞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현대기아 경비들의 방해 속에서 진행되었다. 인도 상에서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 대해 시비를 걸고 불법 채증을 자행했다. 근처에 경찰이 있었지만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유성기업의 주간2교대 실시 요구지만 역시 현대기아차에 대한 압박이 되고 있기에 그들의 보인 반응은 당연한 일이다.

전 날까지 장맛비가 내렸지만 이틀 동안은 도보행진을 돕기라도 하듯이 비가 그쳤다. 그러나 무더운 7월의 날씨다. 양재동을 지나 성남, 분당, 수지를 거쳐 수원까지 도로를 따라 걸었다. 인도가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다니기에는 매우 불편하고 어려웠다. 원래 사람이 다니던 길이 이제는 차가 주인이 되었다.

노동자가 주인인 사회가 아니라 자본가가 주인인 사회처럼 걷는 걸음마다 방해물이다.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 도보행진 출발이었지만 공장에서 쫓겨난 채 모판을 키워 낸 들판 비닐하우스에서 농성중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만나러 간다는 마음에 모두를 열심이었다.

첫날 오후 행진 대표단은 거쳐 가는 길에 아주대학교 청소여성노동자들을 만나 연대의 시간을 가졌다. 노동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근로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하던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홍익대에서 보여준 대학의 전근대적이고 반노동자적인 인식과 태도를 바꿔내는 길은 고매한 학문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권리의식과 투쟁이라는 점을 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흥 근처 숙소에서 잠을 자고 이튿날 새벽 5시 반 삼성반도체 후문에서 출발했다. 토요일인데도 공장은 밤낮없이 돌아가고 여전히 교대근무로 출퇴근이 이어지고 있다. 공장 문으로는 반도체용 과산화수소 등 '독극물'이 표시된 탱크로리 트럭이 끊임없이 공장을 드나들고 있다.

얼마 전 서울행정법원에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이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과정에서 삼성의 책임을 물은 일부 승소를 얻어냈다. 그러나 다국적기업, 초일류기업 삼성은 여전히 산업안전의 사각지대에 있고 돈을 벌어야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밤낮없이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공장 앞에서 출발하는 데 삼성반도체 관리자가 사진을 찍으며 따라온다. 잠 좀 자자는 주장이 이렇게 감시의 대상이 되는 사회다.

 유성기업 희망의 도보행진, 행진 참가자의 연령이 오래다 보니,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 그래도 잠시 휴식후 출발
 유성기업 희망의 도보행진, 행진 참가자의 연령이 오래다 보니,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 그래도 잠시 휴식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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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물집이 잡히고 발걸음이 더뎌지지만

이튿날 출발부터 몸이 무겁다. 날씨도 무더워진다. 아침을 먹고 1번 국도를 따라 오산 방향 으로 걷는다. 이날 오후 유성기업 공장 앞에서 종교단체 행사가 있기에 시간을 맞추어야 한다.

6월 22일 조합원과 경찰, 용역깡패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이후 충남 경찰은 공장 앞은 물론이고 공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조차 봉쇄하고 있다. 그래서 개신교와 천주교 목사와 신부들이 이곳에서 기도회와 미사를 열기로 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조차 국가권력의 폭력에 막혀 종교단체의 힘을 빌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오산, 송탄, 평택을 지나 아산 유성기업까지 오후 4시 미사에 시간을 맞추기에는 행진단의 느려지는 발걸음으로는 불가능하다. 여러 명이 발에 물집이 잡히고 무더운 아스팔트 열기를 감내하기가 힘들어졌다. 결국 총 80Km 거리에서 20Km는 차량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송탄시내를 건너뛰고 평택에 도착한 뒤 점심을 먹고 평택역에서 새로 합류한 도보행진단과 함께 출발했다.

 유성기업 희망의 도보행진, 푹푹 찌는 무더위를 헤치고 성남 보바스 병원을 지나고 있습니다.
 유성기업 희망의 도보행진, 푹푹 찌는 무더위를 헤치고 성남 보바스 병원을 지나고 있습니다.
ⓒ 새로운노동자정당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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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내를 빠져나와 평택천을 건너자 저 멀리 팽성 대추리 미군기지가 보인다. 몇 년 전 평택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해 수많은 집회와 투쟁을 벌였던 곳이다. KTX기차는 눈 깜짝할 새로 도보행진단 위 철로로 지나간다. 시간 당 4~5Km 속도로 걷는 행진단 옆으로 차량들은 무더운 바람과 먼지를 날리며 지나간다. 오후 4시 공장 앞에 도착했을 때 조합원들과 연대단위들 그리고 종교인들이 모여 막 기도회를 마친 상태였다.

잠시 휴식 후 천주교 미사가 시작됐다. 종교인들의 연대 덕분에 열흘 만에 공장 앞에 모인 조합원들의 몸과 마음은 지쳐보였다. 그것도 7월 5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받지 않겠다는 사측의 선언에 몇 십 명이 추가로 복귀한 탓에 분위기가 무거웠다. 미사 말미에 이틀간의 도보행진단 소개도 받았고 필자가 대표로 인사말을 했다.

도보행진으로나마 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 싸움은 노동자들이 밤에도 기계처럼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야만사회를 극복하고자 하는 조그만 몸부림이다. 우리의 도보행진은 이틀로 끝났지만 한진중공업으로 향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하루 40Km 이상으로 9일 동안을 걸어가야 한다. 그들과 함께 오는 7월 9일 부산에서 만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노동자정당건설추진위원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주간2교대제#도보행진#잠좀자자#유성기업#직장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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