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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체투지 온몸을 던져 오체투지로 기도를 하는 티베트 순례들. 그들의 기도가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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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오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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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의 조캉사원 정문 앞에는 오늘도 수없이 많은 순례자들이 오체투지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양손에는 나무나 천으로 만든 덥게를 끼고, 배에는 앞치마처럼 생긴 고무나 천을 두르고, 무릎에는 안대를 두르고, 마스크를 하고···.
이마, 양쪽팔꿈치, 양쪽무릎, 땅에 찰싹 붙이며 절을 하는 그들은 오체투지 결사대처럼 보인다. 누가 저 기도를 막을 수 있겠는가?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하여 저렇게 필사적으로 기도를 올릴까?
티베트는 우리나라 11배 크기의 땅이다. 해발 4000~5000m 고원에 위치한 티베트는 제임스 힐톤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샹그릴라'로 회자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에 의해 강점된 티베트는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고 있다. 티베트인들은 오늘도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은 채 수천km 오체투지를 하며 영혼의 도시 라싸로 순례길에 오르고 있다.
순례자들의 최종 종착지는 라싸의 조캉사원이다. 조캉사원은 티베트인들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조캉사원을 한 바퀴 도는 바코르(순례길)에는 오늘도 수많은 순례자들이 오체투지를 하거나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를 한다.
휠체어를 탄 사람, 목발을 짚고 부축을 받는 사람, 아이를 무등을 태우고 가는 아빠, 부축을 받는 노인……. 순례자들의 모습은 각양각생이다. 모두가 남루한 차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표정은 순박하며, 밝다.
라싸에 도착하여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설산의 풍경도 아니요, 건축예술도 아니다. 바로 코라(Kora-순례길)를 돌며 묵묵히 기도를 올리는 순례자들이다. 티베트인들은 코라를 돌며 기도로 아침을 열고, 저녁에 다시 코라를 돌며 기도로 하루를 마감한다. 그것은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횡성의 원리처럼 반복되고 있다.
라싸에서 티베트인과 중국인의 구별은 아주 쉽다. 그것은 단 하나, 코라를 돌며 기도하는 사람은 티베트인이고, 코라를 돌지 않는 사람은 중국인이다. 코라를 도는 사람을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피는 사람은 중국의 감시요원들이다.
그들은 왜 온 몸을 던져 기도를 하는가? 그 많고 많은 순례자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띠는 사람들은 단연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들이다. 오체투지(五體投地)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면서 불·법·승 삼보(三寶)에 큰절을 올리며, 상대방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고대 인도에서 온 예법이다.
머리·팔·가슴·배·다리 오체를 땅에 닿도록 엎드려 부처나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접족례(接足禮)에서 유래된 오체투지는 자신을 낮추어 몸과 마음에 있는 교만과 거만을 떨쳐 버리고 하심(下心)의 의미를 되새기는 티베트인들의 오랜 기도법이다.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과 생명을 가진 만물이 평화롭기를 바라며 기도를 합니다."완전히 온 몸을 땅에 밀착시키며 기도를 하고 있는 한 여인의 말이다.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진실로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나라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도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티베트인들의 종교 활동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중국정부의 의도이다. 2008년 라싸에서 일어난 민중봉기 이후 중국정부는 티베트인의 집에 마오쩌둥, 덩샤오평, 장쩌민의 사진을 걸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 서민들은 대부분 세평짜리 방 두 칸에 불단을 꾸미고 기도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불단에 버터기름으로 등불을 켜고, 그들은 세세생생 착한 마음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우리가 한 때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슬픔을 겪었듯이, 그들도 지금 나라를 잃고 자유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는 한 티베트는 언젠가는 다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