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면서 가장 많은 편지를 썼던 것은 군복무 시절이었다.
강원도 양구 최전방 철책에서 6개월간 경계근무를 할 당시에는 쉽게 전화도 할 수 없어 편지를 써야했다. 그렇게 편지를 잘 쓰는 것도 아니었고 편지를 보낼 애인조차 없는데도, 친한 대학선배와 동기, 초등학교 동창에게 간혹 편지를 썼고 답장이 오길 고대하곤 했다.
우체부가 소초까지 편지를 배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연대본부로 배달된 편지와 소포를 부식을 싣고 오가는 행보관과 닷지차량이 수발하곤 했다. 그렇게 수발된 편지와 소포는 상황실 근무자가 중대본부에서 각 소초로 나눠 전달했다. 그리고 가장 부러운 것은 역시나 여자친구의 편지와 소포였다.
그래서 군제대 한 지 10년이 되가는데도 편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아직도 남아있고, 괜히 길가의 빨간 우체통을 보면 설레게 된다.
그런데 장맛비가 내리는 날. 동네 버스정류장에 있는 우체통이 7월 중순 철거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겨운 우체통으로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우체통 앞에는 '철거예정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우체통설치업무취급세칙에 의한 수집우편물 실적이 없거나 재산관리의 효율성 저하로 판단돼 철거를 한다고 했다. 인터넷과 휴대폰-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이메일과 트위터, 메신저 등을 통한 연락이 편리해지자, 편지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없어 우체통에 편지가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휴대폰과 구조조정 때문에 사라져간 공중전화와 전화교환원들처럼 우체통도 점점 사라져가나 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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