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하면 '쏘나타'라고 할 정도로 쏘나타는 1999년 이후 11년간 판매 1위를 달린 차종입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 판매된 대수를 보면 아반떼MB(6만3414대), 그랜저HG(6만77대), 신형모닝(5만4527대), K5(4만981대), YF쏘나타(4만818대)가 팔려 쏘나타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성급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뿐 아니라 외제차와 신형 국내차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신형차를 보면서 뭇 남성들은 자동차 영업점을 기웃거리거나, 자동차 딜러들이 보내는 문자 메시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고 지웁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집에 자동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넘으면 "왜 아빠는 소형차야? 친구 아버지는 이번에 그랜저 샀어요. 우리도 그랜저 사면 안 돼요"라고 합니다. 이 말에 자존심이 상하지만 문제는 주머니에 돈이 없습니다.
아내가 "참 팍팍하지만 이번에 큰 맘 먹고 사세요"라는 말을 해준다면 모를까.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는 2천만 원이 넘는 차를 산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결국 장거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출퇴근 전용차를 탈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1995년 7월에 산 구형 프라이드(3D)를 아직도 꿋꿋이 타고 다닙니다. 아직 우리 아이들은 친구 아빠가 차를 샀다며 우리도 새차를 사자는 말은 하지 않아 고맙지만 고속도로에 들어가면 '불안 불안'입니다.
1995년 산이지만 6년동안 처남이 타다가 2001년 12월에 아이들이 많다며 그냥 주었습니다. 나이는 16살, 우리와 함께 한 지는 11년으로 정말 오랜 시간입니다. 지난해 1월에는 서울까지 온 가족(5명)이 다녀왔는데 이제는 불안해서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과 이별을 할 때가 점점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자동차정기검사를 받았는데 다른 곳은 다 합격이었지만 배기가스가 '불합격'이었습니다. 참 난감했습니다. 차가 오래되어 그런지 몰라도 몇 번이나 다시 검사했지만 '불합격'이었습니다. 검사원이 결국 정비소에 가서 정비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16년 탄 차라 그런지 배기가스 불합격입니다. 그리고 배기가스검사가 지난해부터 바뀌어 아주 엄격해졌습니다.""이것 어떻게 해야하나요.""정비소 가서 정비 받고 오세요.""2년 전에는 무사 통과했는데 이번에는 결국 애를 먹입니다.""차를 많이 타지 않는 것 같네요.""예, 많이 타지 않습니다. 16년 됐는데 10만 킬로미터 겨우 넘었으니까요."특히 지난해부터 검사방법이 정지상태에서만 검사를 하는 방식에서 정지상태와 주행상태를 모두 반영하는 검사방법으로 개선, 기준이 더욱 엄격해졌다고 했습니다. 환경문제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정비사는 머플러와 점화플러그를 교체하고, 배기가스 배출구를 청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없이 정비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엔진오일 교체할 때도 되어 엔지오일까지 교체하니 8만 7000원입니다. 자동차검사비 2만 원까지 총 10만 7000원이 16년된 프라이드에 들어갔습니다. 자동차 검사를 받으라고 간 사람이 그냥 오니 아내가 말했습니다.
"벌써 끝났어요?""아니, 배기가스 불합격이라 정비소에 맡겨 놓고 왔어요.""이제 그럴 때도 되었지, 벌써 몇년째야. 나이는 16살, 우리와 함께 한 지는 11년 되었죠. 그냥 우리 폐차시켜버리죠. 자가용이 꼭 있어야 해요?""없으면 불편할 텐데.""없을 때도 불편함 없이 잘 다녔어요. 올해 만해도 돈이 얼마나 들어갔어요. 정도 들었지만 차비보다 유지비와 수리비가 더 많이 들어가겠어요.""그래도 퍼질 때까지 타고 다니지.""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구요. 그리고 솔직히 아끼는 것도 좋지만 자동차를 16년 이상 타고 다니면 우리나라 경제에도 별 도움 안 되잖아요."
"그래도 조금만 더 타고 다니죠."결국 더 타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더 타고 싶어도 점점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 큰 아이보다 나이가 더 많은 프라이드 그와 헤어진다면 참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아무튼 완전히 떠나보낼 때까지 길에서 고장나지 않고 우리 가족을 안전하게 모셔주기를 프라이드에 부탁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