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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 특별 기획 <내 마음이 들리니?>(이하 <내마들>)가 오해와 불신에 쌓여 있던 사람들의 화해와 용서, 그리고 주요 인물들의 행복한 웃음으로 막을 내렸다. 비록 놀랄 만한 반전은 없었지만, 모든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따뜻한 결말이었다.

 

사실 <내마들>은 그리 주목 받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시청률 25%를 돌파하며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던 <욕망의 불꽃> 후속작으로는 캐스팅이 비교적 약했기 때문이다.

 

세 주인공의 인지도나 실적은 정보석, 이혜영, 윤여정 같은 쟁쟁한 조연들과 비교할 때 한참 부족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마들>의 세 주인공은 각자 야무진 연기와 완벽에 가까운 호흡으로 <내마들>을 더욱 착하고 예쁜 드라마로 만들었다.

 

[김재원] 표정 하나로 여심을 녹이던 '살인미소'의 귀환

 

2000년 시트콤 <허니 허니>로 데뷔한 김재원이 지난 2001년 가족 드라마 <우리집>에서 우리 역할로 나왔을 때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유난히 하얀 피부가 돋보이는 신인배우였지만, 잘생긴 꽃미남 남자 배우는 그 시절에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2년에 출연한 드라마 <로망스>로 김재원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한다. 김재원은 선생님 김하늘을 좋아하는 최관우 역으로 '살인미소'라는 달콤한 별명을 얻게 된다.

 

단숨에 최고의 청춘스타로 떠올랐지만, 김재원은 <로망스>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차기작이었던 <라이벌>, <술의 나라>, <북경 내 사랑>, <원더풀 라이프>, <위대한 유산> 등이 나란히 시청률에서 쓴 잔을 마신 것이다.

 

<형수님은 열아홉>이나 <황진이> 같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에서는 정다빈, 하지원 등 여배우들에게 밀려 존재감이 작았다. 이후 중국에서 활동하던 김재원은 2009년 군입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연예사병으로 군복무를 하다가 지난 1월에 전역한 김재원은 복귀작으로 <내 마음이 들리니?>를 선택했다. 그런데 김재원이 연기하는 차동주는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후천적 청각장애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내마들>은 김재원에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김재원은 상대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며 장애를 숨기고 사는 차동주를 탁월하게 연기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짓는 특유의 살인미소도 여전했다.

 

김재원의 연기는 입대 전보다 훨씬 성숙해져 있었고, 김재원의 연기를 통해 차동주는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보는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 미소 하나만으로 전국의 여심을 녹이던 김재원이 '연기력'이라는 옵션을 장착해서 돌아온 것이다.

 

[황정음] 걸그룹 출신에서 주말 드라마 단독 여주인공으로 우뚝

 

황정음은 걸그룹 슈가 출신이다. 슈가 활동을 하면서도 노래보다 연기에 뜻이 있던 황정음은 2004년 슈가를 탈퇴하고 연기자로 전향했다. 하지만 슈가 내에서도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황정음은 연기자로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에는 SES의 유진, 핑클의 성유리, 샤크라의 정려원 등 1세대 걸그룹 출신들이 대거 연기로 뛰어 드는 상황이었으니 황정음이 돋보이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

 

황정음은 <루루공주>, <겨울새>, <에덴의 동쪽> 등에서 작은 역할들을 맡았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남자친구인 SG워너비 김용준과 함께 출연한 <우리 결혼했어요>가 인기를 얻으면서 연기가 아닌 예능으로 먼저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SG워너비 김용준의 여자친구로 캐릭터가 굳어져 가고 있을 때 황정음은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이라는 시트콤을 만난다. 황정음은 <지붕킥>을 통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떡실신녀' 같은 친근한 캐릭터를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황정음은 <하이킥>에 이어 40%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자이언트>에 출연하며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된다(공교롭게도 황정음은 <자이언트>에서 가수를 연기했다).

 

황정음은 <지붕킥>과 <자이언트>라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드라마에 연속으로 출연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과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 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황정음이 2011년에 선택한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는 황정음이 극 전개를 이끌어 가야 하는 단독 여주인공이다. 황정음이 연기한 봉우리는 16년 전에 헤어진 마루 오빠도 찾아야 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아빠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도 돌봐야 하며 틈틈이 차동주와 연애도 해야 하는 바쁜 캐릭터다.

 

게다가 황정음의 아역이었던 김새론이 봉우리의 아역으로 출연하면서 눈부신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기에 황정음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면 '성인 연기자가 아역의 풋풋함을 망쳐 놓았다'는 비난을 받을 법도 했지만, 황정음은 씩씩하게 봉우리 역을 소화해 내며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극 중 봉우리는 대부분의 남자 캐릭터에게 사랑을 받는 역할인데, 봉우리를 연기하는 황정음을 보고 있으면 왜 모든 남자들이 봉우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내마들>을 무사히 끝낸 황정음은 이제 한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단독 여주인공'으로 확실하게 성장했다. 2년 전까지 대중들은 황정음을 '김용준 남자친구'로 불렸지만, 이제 김용준을 '황정음 여자친구'로 불러야겠다.

 

[남궁민] 서브 주인공의 반란 일으킨 <내마들>의 진정한 히어로

 

세 명의 주인공 중에서 <내마들>을 통해 가장 크게 돋보인 배우는 바로 봉마루이자 장준하를 연기한 남궁민이었다.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한 남궁민은 영화 <비열한 거리>와 드라마<어느 멋진 날>, <부자의 탄생>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하지만 남궁민은 언제나 서브 주인공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비열한 거리>에는 조인성이 있었고, <어느 멋진 날>에는 공유, <부자의 탄생>에는 지현우가 있었다, 아무래도 주인공에 비해 비중이 작다 보니 주목 받을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내마들>에서도 남궁민의 역할은 서브 주인공이었다. 16년 전 태현숙(이혜영)을 만나 최진철(송승환)을 향한 복수의 도구로 키워지는 역할이었지만, 남궁민은 서브 주인공으로서 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법을 터득했다.

 

극 초반까지 장준하는 차동주가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주력했지만, 자신의 친아버지가 원수처럼 생각하던 최진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는 무섭게 폭주한다.

 

특히 자신이 16년 동안이나 어머니로 모시고 살았던 태현숙을 향해 분노에 찬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자신을 낳아준 친모인 김신애를 냉정하게 내쫓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다크마루'라는 극찬을 받았던 열연이었다.

 

또한 호적상으로는 남매지만, 실제로는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봉우리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졌으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먼발치서 안타까워하는 여린 면모를 보여 여성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남궁민을 <내마들> 최고의 수혜자라고도 하고 <내마들>을 빛낸 일등공신이라고도 한다. <내마들>의 남궁민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시청자 각자의 몫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남궁민의 연기에 대해 그 어떤 의심이나 걱정도 필요가 없어졌을 만큼 남궁민이 <내마들>을 통해 배우로서 크게 성장했다는 점이다.


#내 마음이 들리니?#김재원#황정음#남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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