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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파급력을 예측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 뉴스가 터지느냐가 중요합니다. 올해 초부터 터진 저축은행 사태가 대단히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에 터졌다고 칩시다. 그럼 그때도 이번과 같은 파장이 일어났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축은행 사태의 주체가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이 되기 때문입니다."

 

매일 수 천개씩 쏟아지는 기사 중에 중요한 기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0년이 넘게 언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뉴스에 담긴 사안의 성질과 시점, 상황, 여론의 추이 등을 살피면 뉴스의 파급력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7월 6일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강의에서 "뉴스는 기본적으로 사실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상황과의 관계, 시기적 특성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상황과 여론과의 연관성을 보기 위해서는 표면적 여론조사와 동시에 여론 주도층의 의견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안의 내용과 시점이 뉴스 파괴력 결정

 

뉴스는 저마다 다른 수명을 가진다. 어떤 뉴스는 몇 달째 언론사들의 기사거리가 되는 반면, 어떤 뉴스는 몇 줄로 짧게 처리된다. 어떤 요소가 뉴스의 힘을 결정할까?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뉴스가 다루는 사안 자체의 급과 사안이 관계된 시점이 뉴스의 파괴력을 결정 한다"고 말했다.

 

"2010년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간부가 운영하던 와인업체가 KB국민은행에 특혜대출을 받은 사실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전임 은행장인 강정원씨가 연임을 하기 위해서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것이 이 기사의 골자였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측근이 개입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크게 이슈화가 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실패한 줄대기'였기 때문입니다. 이 건이 확인되었을 시점에 이미 강정원씨는 은행장 연임에 실패하고 어윤대씨가 국민은행장이 되었었죠."

 

김씨는 KB국민은행 특혜대출건을 "권력형 특혜대출 사건 같다는 느낌을 주는 사건이고 맞지만 뉴스의 파괴력은 높은 급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어떤 뉴스가 발생하고 그 안에 의미심장한 사건이 담겼다고 하더라도 뉴스와 상황과의 관계, 뉴스와 시기적 특성과의 관계에 따라 파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씨는 뉴스와 시기적 특성과의 관계에 대한 예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채용 특혜 논란으로 장관에서 물러났던 사건을 들었다. 유 전 장관은 딸이 외교통상부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뉴스가 보도된 지 3일 만에 스스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유명환 장관 딸 사건이 보도된 것이 9월 2일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그 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사회 얘기를 했어요. 말하자면 대통령이 공정사회 담론을 제기하자마자 장관이 거기에 초를 친 셈이 된 것이지요. 또 7월 말쯤 유 전 장관이 친북 젊은이들은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북한에 가서 살으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 일로 유 전 장관에 대한 젊은 층의 여론이 안 좋을 때였는데 채용 특혜로 불이 확 붙은 셈이죠. 장관이 여론에 밀려 3일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현 정권의 인사특성과는 매우 상반되는 내용입니다."

 

부산 저축은행들의 부실사태 건도 마찬가지로 시기가 파장을 키운 예다. 김씨는 "부산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만약 이명박 정권 초기에 일어났다면 이렇게까지 파장이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최근 부산이 가지고 있던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지위가 흔들리면서 부산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상태에서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사건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비중 있게 다뤄지는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라는 시기적 요소와 최근 나빠진 부산지역 민심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 주도층 여론 속에 '대형 뉴스'있어

 

또한 김씨는 "뉴스의 파장을 짐작하기 위해서는 사안 자체의 성질과 시점 이외에도 여론과의 연관성, 그중에서도 여론 주도층의 여론을 볼 줄 알아야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국민여론을 예로 들었다.

 

두 사안 모두 70%의 국민이 반대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촛불집회로 발전한 반면, 미디어법 개정 반대는 '다수당의 날치기'라는 자극적인 '그림'이 나왔음에도 자연스럽게 '묻혔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론조사는 보통 찬반을 묻는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당신은 미디어법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등의 질문으로 관심도를 꼭 추가로 측정하지요. 평균 여론의 추이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여론 주도층의 여론조사입니다. 여론은 관조형과 참여형이 있는데 관조형은 관심 없어도 찬반 입장은 표명하는 여론입니다. 미디어법 개정은 반대가 70%였지만 여론 주도층인 참여형 여론이 동요하지 않았던 거지요."

 

김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같은 경우는 국민들이 '내 문제'라고 봤기 때문에 참여형 여론이 밀도높게 형성되어 있었고 같은 70%임에도 결과는 완전 다르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세대로는 술자리에서 시국토론을 많이 하면서 가정에서는 가장, 일터에서는 허리급인 30~40대가 여론 주도층"이라며 "이들이 어떤 정치적 태도를 가지느냐가 전체 여론의 향방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하며 강의를 마쳤다.

 


#김종배#뉴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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