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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날, 광양 5일장을 구경하다 우연히 마주친 식물에 눈길이 갔습니다. 여러 그루를 물에 담가 놓은 것으로 보아서는 수생식물은 맞는데 수생식물 중 알고 있는 것이 연꽃뿐이지만 수생식물에 조금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름이 무엇입니까"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자 "부레옥잠"이라고 합니다. 난 연꽃인줄 알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연꽃 식물을 집 베란다에 키우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습니다. 한 번 들은 이름은 깜박 잊는 습성이 있어 두 번 세 번 입으로 중얼거려 식물의 이름을 외어 보았습니다.

부레옥잠 아파트 베란다에 항아리 뚜껑에 키우고 있는 부레옥잠입니다.
부레옥잠아파트 베란다에 항아리 뚜껑에 키우고 있는 부레옥잠입니다. ⓒ 조도춘

 부레옥잠
부레옥잠 ⓒ 조도춘

한 그루에 1500원, 두 그루 사기는 서운하고 5000원에 네 그루를 달라고 식물장수와 실랑이 끝에 염치불구하고 1000원을 깎아 '부레옥잠' 네 그루를 샀습니다. 우리 집 수생식물 1호가 된 셈이죠.
  
 부레옥잠 잎
부레옥잠 잎 ⓒ 조도춘

물고기 몸속에 있는 공기주머니인 몸의 비중을 조절하기 위한 부레처럼 이 녀석의 몸에도 불룩 하게 생긴 입자루가 달려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갑자기 내 볼에 공기를 가득 담고 싶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안에는 공기가 들어 있어 물 위에 떠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이 녀석의 이름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열대·아열대 아메리카 원산지 식물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조석준 기상청장이 YTN <뉴스&이슈>에 출연해 "사과 재배 지역이 대구에서 파주로 바뀐 것이나 한반도 근해 어류의 변화 등을 볼 때 남쪽으로부터 아열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한 인터뷰가 생각이 납니다.

 400mm 호우로 인하여 도로 유실
400mm 호우로 인하여 도로 유실 ⓒ 조도춘

 광양읍 사곡, 400mm호우로 인하여 산사태가 발생하여 도로기능 상실
광양읍 사곡, 400mm호우로 인하여 산사태가 발생하여 도로기능 상실 ⓒ 조도춘

지난 주말(9일) 제가 사는 전남 광양에는 호우특보가 발효되었습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치지 않고 내리더니 오후가 되기도 전에 200mm 강우량을 나타냈습니다. 저녁나절이 되자 비는 400mm 가까이 내렸습니다.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하여 도로통행이 두절되고 집안이 침수되어 도움을 요청하는 생활민원이 119상황실 접수대를 마비시킬 정도였습니다.

4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 전형적인 우리나라도 지구기후 이상변화에 예외일 수 없다는 기상청장의 말에 많은 경각심이 생깁니다.

지난 7월 4일 아침이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책장을 몇 장 넘기다 이상한 느낌에 창 쪽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연보랏빛 꽃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기쁨이었죠. 감동이란 느낌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곧바로 녀석을 렌즈 안으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매끈한 잎사귀는 사이로 길게 꽃대를 뽑아 올리고서는 연보랏빛 여섯 장의 꽃잎이 서로 쌍쌍으로 어우러져 핀 꽃송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더욱이 여섯 장의 꽃잎 중 한 꽃잎에는 공작새 깃털처럼 노란 삼지창 모양의 점을 찍어 수를 놓아 고귀한 느낌을 더합니다.

 부레옥잠
부레옥잠 ⓒ 조도춘

식물도감에서는 부레옥잠은 8~9월에 꽃이 핀다고 합니다. 그런데 1~2개월 앞서 꽃을 피운 것은 이 녀석에게도 지구의 기후 이상변화에 영향이 미쳐나 봅니다. 곱게 꽃피운 열대·아열대 식물 '부레옥잠'의 종족 번식본능은 아름다움과 함께 지구촌 사람들에게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대한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부레옥잠#지구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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