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9일), 전국에서 출발한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향하던 날, 민주당 최고의원인 정동영 국회의원 초청 블로거 간담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정동영 최고의원은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26.1%를 득표하여 48.7%를 얻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배하였습니다.
그는 난생 처음 해본다는 블로거 간담회를 하는 내내 유독 김진숙씨 이야기를 많이 하였습니다. 그는 "김진숙씨와의 인연이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블로거 '거다란'과 인터뷰 약속을 정했지만 정동영 의원의 제 2차 희망버스 참가 일정이 아니었으면 블로거 간담회만 성사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 정동영 의원은 여러 차례 반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하도 여러 번 '반성한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가 천주교 신자라는 것과 '내탓이오' 운동이 떠오르더군요. 사실 인터뷰에 참가하면서 가장 궁금하였던 것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정동영 의원이 어떤 명분을 내걸고 다음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은 지금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았고 연말께나 가서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일축해 버리더군요. 인터뷰 초반에 지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대한민국을 경영해 보겠다고 외치고 다니면서 불과 9달 앞으로 다가오는 낭떠러지를 한 번도 예상해보지 못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는 "신자유주의 시장만능 경제질서의 종주국인 미국 월가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경영할 수 있는 준비가 부족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였습니다.
"민주정부 10년 반성 할 일 많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각료와 여당의 핵심에 있었던 정치인으로서 다시 정치를 시작하려면 반성문을 써야 한다고 생각을 하였다더군요. 정동영 의원의 눈빛은 진지하였지만 저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럼 이명박 대통령은 9개월 후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있었을까? 이명박 대통령도 결코 예상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사람이나 어차피 예상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유명한 경제학자들도 예측하지 못하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정동영 의원이 반성할 일은 9개월 후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 본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9개월 후에 들이닥친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동영 의원이 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 노동유연화, 규제완화, 자유화가 세계 표준이라고 선언한 이래 한국은 거기에 편입하였고 민주 정부 10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근본적 전환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 정부 10년 동안 가속도를 높인 신자유주의 정책이 잘못이었다는 반성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어서 그는 용산참사 이야기도 하였고 1만 명의 선량한 국민이 영도에 모여서 전하는 연대의 메시지, 평화의 메시지, 희망의 메시지도 이야기 하였습니다.
"7000명 경찰을 동원해서 무엇을 지키자는 것인가?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하면서 목숨을 걸어버린 세계의 양심이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노동문제에 시민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오는 것은 연대를 선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인터뷰 말미에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6개월 넘게 농성중인 김진숙 지도위원 이야기를 하면서 격정적인 목소리를 쏟아내었습니다.
김진숙만 살리려고 하는가? 수많은 김진숙은 어쩔것인가?
블로거 거다란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현장 정치를 한다는 호평도 듣고 있지만 한 쪽에서는 이미지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도 있는 것 같다"는 질문이었습니다. 정동영 의원은 주저하지 않고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더군요. 아마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닌 듯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행동을 하고 있다. 조남호 회장 청문회를 이끌어냈고... 경찰에게 평화적 집회를 방해하면 수사권 독립을 재검토하겠다고 하였으며, 한진조선소에 열 번 가까이 찾아갔다. 김진숙을 내손으로 살려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다. 내가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는 기상이 좋지 않아 김해공항에 착륙을 하지 못하는 비행기가 10바퀴 이상 부산 앞바다를 선회하는 동안에도 김진숙 지도위원이 쓴 책 <소금꽃나무>를 읽느라고 비행기가 오랫동안 선회하는 것을 잘 몰랐다고 하더군요.
정동영 의원의 "김진숙을 내손으로 살려내야 겠다는 결심"을 탓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가 한진중공업 문제와 김진숙 지도위원의 농성에 관심 갖는 것을 이미지 정치라고 몰아세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국가경영에 나설 꿈을 가진 정동영 의원이 김진숙 의원의 손가락만 쳐다보지 않고 달을 쳐다봤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김진숙을 살려내는 것은 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 된 노동자들에게 복직의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소금꽃나무>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다"
그렇지만 <소금꽃나무>를 읽어보면 비수처럼 꽂히는 한 마디가 바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다"하는 외침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려내려면 1200만 명 노동자 중에서 850만 명이 비정규직인 이 끔찍한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만 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외침은 자본가들이 시도 때도 없이 마구잡이로 노동자들을 해고 시키는 이 기막힌 노동 현실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루어진 '노동유연화' 정책을 뒤집어 엎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소속된 정동영 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이, 세계가 주목하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농성장에 열 번도 넘게 찾아가는 것, 조남호 회장 청문회를 성사시키는 것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동영 의원이 할 일은 정리해고를 막아내고, 비정규직을 막아내는 법률을 만들고 제도를 뜯어 고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에게 현장은 벼랑 끝에 매달린 김진숙 지도위원이 있는 한진중공업이기도 하지만, 바로 국회가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김진숙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수만 명이 모이는 집회 현장에서 함께 물대포 최루액을 뒤집어쓰는 것만으로 반성을 끝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동영 의원, 김진숙 지도위원의 손가락 대신 그가 가리키는 달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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