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더버그 클럽은 2000년까지 세계정부 수립 계획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2005년이 되어 버렸고, 그들은 갈수록 더 많은 열린 전선과 맞닥뜨리게 되었으며,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절대 내놓으려 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과 맞서게 되었다. 미국의 대통령과 행정부 대다수의 고위직, 상하원 의원들 상당수가 빌더버그 클럽의 수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빌더버그 클럽이 지금처럼 난관에 봉착한 적은 없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한이 다 되어 버린 것이다. 현재, 빌더버그 클럽은 강력한 무장 충돌의 가능성으로 기겁하고 있다."얼마 전에 '세계 그림자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바 있다. 전 세계를 하나로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오래 전부터 발족됐다는 게 그것이다. 그때는 소외된 자들의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미국의 9·11 테러마저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해석처럼 말이다. 하지만 스페인의 저널리스트인 다니엘 에스툴린이 16년간 추적하여 밝혀 낸 〈빌더버그 클럽〉을 읽고서는 사뭇 달랐다.
에스툴린은 이 책을 통해 세계 인류를 지배하려는 엘리트 집단인 빌더버그 클럽과 그 산하 미국외교협회과 삼각위원회 위원들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파헤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빌더버그의 목표는 각 국가의 주권을 빼앗고, 세계유일정부를 수립하여 전 인류를 노예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유가를 올리고, 금융위기를 고조시켜, 결국 불안해진 대중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복종을 유도하고 지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것의 시발점은 1954년 5월 네덜란드의 우스터빅(Oosterbeek)에 있는 빌더버그 호텔에서 처음 모임을 가진 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네덜란드 여왕의 남편인 베른하트 왕자와 폴란드 출신 사회주의자 조셉 레팅거가 그 모임의 주창자였는데, 그들은 하나의 세계 정부를 위한 밑그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도출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정치가와 정치 참모, 언론사 사주와 유명 언론인들, 다국적 기업주와 세계 주요의 은행장과 간부들, 그리고 군 지휘관들로 구성된 회합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갔다고 한다.
놀라운 건 그 모임에 참여한 세계 각국의 인사들이 머잖아 국가 원수급에 올랐다는 것이다. 1970년대의 국제정세를 주름 잡았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제럴드 포드 대통령, 스웨덴의 팔메, 네덜란드의 비슈발, 서독의 헬무트 슈미트 등이 모두 그 회원이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대통령 아버지와 아들, 도널도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 윌리엄 왕자, 토니블레어 전 총리, 로마노 프로디 전 유럽연합 위원장, 조지 로버트슨 전 나토 총사령관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경악하게 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로마 가톨릭의 한 분파인 예수회에 관한 게 그것이다. 사실 예수회는 1542년 스페인 바스코 지방의 성주 아들인 이그나티우스 로욜라와 6명의 사제들에 의해 창립된 수도회로 알려져 있다. 로욜라는 군복무 중 중상을 입고 병상 생활을 하던 중에 가톨릭에 귀의한 인물이다. 당시 예수회 설립에 참여한 6명 중 한 사람이자, 로마 가톨릭 사제였던 프란시스 사비에르 신부는 1549년 유럽 교회 역사 최초로 중국과 일본 땅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이기도 하다.
그 정도의 내용이 모든 목회자와 신학자들에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야말로 탁발과 순결, 순종과 순례, 영혼 구원에 헌신해 온 수도단체가 예수회라는 것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마수의 발톱을 감추고 있던 인물로 로욜라를 지목하고 있다. 왜일까? 16세기부터 18세기말까지의 '종교암흑기' 동안에 온갖 잔혹한 고문과 화형으로 7천만 명을 학살시킨 주동자가 그 후예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학살시켰을까? 이유는 단 하나였다고 한다. 단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걸 거부한 사람들을 처형시키기 위한 것. 그것이 중세 교황권의 부정과 죄악상에 반발하여 태동된 종교개혁을 박해하기 위해 '종교재판소'를 고안한 인물로 그를 지명하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 빌더버그가 건설할 세계 통합 종교의 근간을 로마가톨릭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유 말이다. 사실 '성모무염시태'라는 교리도 실은 가톨릭 내의 예수회에서 주도적으로 만든 교리라고 한다. 그걸 만들어내기 위해 교황청과 예수회의 권력다툼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 게 거짓이라면 로마 가톨릭이 나서서 에스툴린을 법정에 세웠어야만 했던 게 아니었을까? 모두 거짓 주장이라면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한미 FTA 때문에 시끄럽다. 국회의원들의 생각도,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갸우뚱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도 그렇다. 농업과 어업과 축산업과 낙농업에 생계를 걸고 있는 분들은 반대 입장이고, 자동차와 각종 생산품과 의료기술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찬성한다. 중도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분들도 그게 대세라며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것만이 미래의 살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얼마 전에 읽은 대니 로드릭의 <자본주의 새판짜기>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그 책 뒤 부분에 나와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한미 FTA에 대해 확실한 쐐기를 박는 책이었다. 한 동네에서 잡아서 파는 물고기가 어떻게 이웃 동네와 교역을 하는지, 그로 인해 세금은 어떻게 매기고, 길이 닦이고 통로가 열리면 어떻게 하나로 대처해야 하는지, 그럴 듯 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자유무역협정 안으로 끌어들이는 입장이었다. 물론 그 책은 한미FTA에 관한 의견보다는 글로벌 거버넌스와 같은 세계통합정부 차원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빌더버그가 자유무역협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면, 한미 FTA는 시간만 남은 일이 될 것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이른바 21세기 들어 쉽게 접하고 있는 글로벌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와 유로(EURO) 등도 그들이 닦아온 통제 권력의 산물일 것이다. 특별히 신자유주의 물결로 대변되는 FTA의 확산은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과 하나의 경제시스템으로 통일하려는 그들의 지배전략인 것이다. 이미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듯이 신세계의 질서 안에는 중산층이 없다. 있다면 통치자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예만 있을 뿐이다. 그들은 그런 통합정부를 덧칠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도, 과연 음모론에 불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