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외계인이에요? 한진중공업에 분노한 시민이 외부세력입니까. 전국에서 1만 명이 넘게 모였어요. 그런 국민이 어떻게 외부세력입니까. 노동부가 지난 7개월간 한 게 뭐예요? 재벌 눈치 보고 직무유기 하니까 양심적인 시민이 나선 것 아니에요? 희망버스를 봤으면 장관이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당연하지, 어떻게 주무부서 장관이라는 분이, 뭐요? 지금 어디에 대고 훈계해요? 정치인도 장관처럼 직무유기 해야겠어요? 적반하장이 이런 겁니다. 이 사태 해결도 못하고 책임도 못 지면, 장관 옷 벗으세요!" - 심상정"이 나라 노동문제, 왜 안 풀리는지 아세요? 제대로 써야 할 권력은 안 쓰고, 엉뚱한 데 써서 그래요. 노동부라면, 몇 분의 일이라도 노동자를 위해 써야 하는데, 지금 뭡니까. 노동부가 노동탄압부, 재벌부로 불리고 있는 것 아시나요? 오늘 장관 모습을 보니까 아주 여실히 말해주고 있네요. 장관이 국민 눈치 봐야지, 대통령 눈치만 봐서 되겠어요? 이 문제 제대로 못하면 이 정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 권영길"지금 김진숙씨가요. 최소한의 먹을 권리, 씻을 권리, 입을 권리조차 못 누리고 있습니다. 인권위가 최소한의 것만 보장했음에도 요 며칠간 그마저도 통제합니다. 위장병 때문에 죽밖에 못 먹는 사람인데, 그것도 검사를 해요. 인터넷 안 되는 휴대폰마저 배터리가 없어 통화도 안 됩니다. 이거 장관 주무부서 일입니까, 아닙니까. 5공 전두환 시절에 일하듯이 구노동관료 사고에 입각해서 일하면서 국회의원은 외부세력이니 빠져라? 그 시각 안 바꾸면 안 됩니다." - 정동영"제가 말입니다. 제3자 개입금지로 2번 갔다온 사람입니다. 민주노총이 외부세력이라고 누가 그럽니까. 장관은 상급단체와 외부세력도 구분도 못 합니까. 어제(13일) 노사정위원회 가서 사진 찍었죠? 지금 장관이 화사하게 사진이나 찍고 다닐 때예요? 장관에겐 아무런 노동철학을 볼 수가 없어요. 단 한 번이라도 노동자 편에 서서 노동부를 이끌어야겠다 생각해봤나요? 아니, 국회의원이 부산에 내려가 한진중공업 문제 관심 갖는 게 당연하지, 안 가는 게 맞습니까? 국회의원이 국회에 앉아 무슨 도장이나 찍는 사람이에요?" - 홍영표"장관께서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소속 노동자가 아니다 하셨는데, 대법원 판결로 복직명령이 내려졌음에도 사측이 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모르세요? 노동부가 교통경찰관입니까. 노동자 도우미 역할을 하실 생각을 하셔야지." - 노회찬 고성 오갔지만 이채필 장관은?14일 오전 과천 고용노동부 청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야당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쓴소리를 날렸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200일이 다 되도록 35m 타워크래인에서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안 고용노동부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 질타가 쏟아졌다.
정동영·홍영표 민주당 의원, 권영길·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 등 6인의 야당 정치인들은 이날 오전 9시 노동부 청사 2층 소회의실에서 이채필 장관과 만나 호통도 쳤다가 달래보기도 하면서 한진중공업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동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분위기는 험악했고, 고성이 오갔다. 국정감사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다. 노동부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 하며 기자들에게 "이제 그만 나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노동부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들에게 모두발언만 공개하는 조건을 걸었지만, 야당 정치인들은 "비밀로 할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다"며 전체 내용을 공개했다. 약 1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에서 이 장관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평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도 않았다. 희망버스를 향해 '외부세력'으로 지칭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구체적인 설명까지 곁들였다.
이 장관은 "비가 오는 날씨에 국정감사를 제외하고 많은 의원들이 오셨다"며 "의원님들이 이렇게 방문하신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진중공업이 노사문제로 장시간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매우 안타까우며, 이미 당사자 간 합의로 풀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기 정상화를 통해 근로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장관은 "의원님들의 의정활동을 존중한다"며 "당사자들의 합의가 이행되도록 촉구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제의 발언으로 알려진 '외부세력'과 관련해서는 "나는 정치인 모두를 외부세력으로 통칭한 바 없다"며 "포괄적 의미로 외부세력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외부세력을 말할 때 제3자 개입금지라는 발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노동부 장관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나 일자리를 주는 기업 모두를 포함한 국민의 입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특정 정권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 장관은 "나는 여전히 노동3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진중공업 문제는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어 "오늘 나온 얘기 중 거북한 얘기도 있었지만 문구마다 토 다는 방식이 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입을 닫았다.
이 장관은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해 "한진중공업의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그는 이미 오래 전 해고된 노동자이며 이번 정리해고 문제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장관은 "김진숙씨도 이제 제 발로 내려와서 생업에 종사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장관은 교섭체결권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시나요?"그러나 그의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마자 심상정 고문이 반격하기 시작했다. 당사자간 합의라고 했지만, 금속노조의 경우 교섭체결권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있는데 장관이 노동법조차 모르는 것이냐, 모르면 공부 좀 하시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맞섰고, 심 고문은 "법이 사안에 따라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합법적 합의라고 보시냐, 부산경찰청이 관계된 위압적 상황에서 진행된 합의 아니냐"고 따졌지만, 이 장관은 "나름대로 정상적인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처리된 노사협상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사가 공동으로 내린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한진중공업 문제는 빨리 정상화돼야 하며 정리해고 문제도 노동부는 그분들이 빨리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정리해고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진중공업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심 고문이 "도대체 어떤 차원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냐"고 묻고 "대국민 사과를 받을 때까지 여기서 못 나가겠다"고 버텼다. 심 고문은 "김진숙을 끌어내리는 식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냐, 한진중공업이 잘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도대체 노동부 장관이 할 소리냐"고 격하게 따졌다.
그러나 이 장관은 미소를 머금은 채 "어떤 지원인지에 대해서는 굳이 이 자리에서 꼭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정도로 하자, 저도 일 좀 하자"고 당부했다.
거의 싸움판 수준으로 번지자 권영길 의원은 '해결모드'로 돌아섰다. 권 의원은 "최소한 장관이라면 겉으로라도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의원들의 노력을 평가하고 정상적인 작업상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안 하겠다는 것이냐"고 울먹였다.
권 의원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더 이상의 불행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그물 치고 강압적으로 김진숙을 끌어내리려 한다면 1년5개월 남은 이 정권의 끝이 어떻게 될지 그것은 아무도 장담 못 한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이날 김진숙 지도위원의 처우에 대해 격노한 것은 정동영 최고위원이었다. 정 최고위원은 "지금 5공 전두환 때처럼 구노동관료들이 하듯이 일을 하면 안 된다"며 "MBC KBS 틀면 안 나와도 이 소식은 CNN 알 자지라 가면 다 볼 수 있다, 어떻게 우리 정부만 이렇게 답답한 소리를 하느냐"고 개탄했다.
정 최고위원은 "전두환 때 식으로 하는 게 진실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게 아니"라며 "지금 정말 충성하는 것은 김진숙에게 전화 걸어 대화시도를 하고 내려오시라고 촉구도 하면서 진정으로 이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끝내 사과 하지 않은 노동부 장관이날 야당 정치인들이 "이 장관의 사과를 받을 때까지 못 나가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니 이 장관은 "이제 나는 가서 일을 좀 해야겠다"며 먼저 일어섰다.
그는 "나는 특정 정권의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국민적 시각에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 최고위원이 "국민적 시각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것은 구직자와 일자리를 주는 기업 모두가 포함된다"고 답했다.
또한 이날 정 최고위원이 용역들이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을 위협하는 문제를 지적했지만 이 장관은 "용역문제는 우리 부처의 해당 권한과 범위에 속하는 일이 아니"라며 "그것은 다른 부처로 문의하시라"고 말했다. 이어 "용역 문제와 관련된 법률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 최고위원이 "용역들이 침탈하지 못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고 주먹이나 방패를 쓰면 징역 3년 이하의 형벌을 받게 돼 있는데 이 문제와 관련해 주무 장관이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이 "용역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조차 검토를 안 하셨다고 하는데 장관이 사무관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답변을 할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이날 끝내 이 장관은 국민 앞에 사과하지 않았다. 심 고문이 "그래서 사과는 못 하시겠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장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대신 "오해를 푸시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이날 자리를 뜨면서 전·현직 의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이 장관은 "의원님, 제 손 좀 잡아주시죠?"고 하자 권영길 의원은 "이건 장관으로서 하는 악수가 아닙니다"라고 응수했다.
심상정 고문은 피했고, 다른 의원들은 청해오는 악수를 차마 거절하지는 못하고 씁쓸한 표정만 지었다. 노회찬 고문은 "관심사병이 있다더니 이채필 장관이야말로 관심장관"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