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을 이끌었던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채길용 지회장이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영도경찰서에 자진 출두했던 채 지회장은 14일 풀려났다. 경찰은 채 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고 불구속 입건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채 지회장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집단적 건조물 침입, 집단적 폭행, 집단적 퇴거불응, 집단적 손괴, 공동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특수절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채 지회장이 경찰 출두 하루 전인 지난 11일 모든 고소를 취하했다.
채 지회장은 지난 6월 27일 조합원 동의 절차 없이 사측과 '노사협의이행합의서'에 서명하고 파업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은 지난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해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는데, 채 지회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채 지회장은 지난 12일 경찰에 출두하면서 낸 자료를 통해 "사측은 정리해고 철회를 중심으로 하는 현안문제에 대한 교섭에 나와야 할 것"과 "조합원의 진정한 승리를 위해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형오 전 의장 "노동문제가 정치사회문제로 비화돼서는 안된다"
부산 영도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김형오 전 국회의원은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대화와 타협을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노동문제가 정치·사회문제로 비화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진중공업 사태가 장기화되고 강경대치가 이어진다면 지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은 물론 국가 신인도도 타격받는다. 원하는 바가 이것이 아니라면 대화와 타협을 주선해 달라"며 "산업현장에 평화가 오게 하고 여야 간에도, 노사 간에도 그리고 노노 간에도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게 하는 선도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이날로 190일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5m 높이 85호 크레인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데, 김형오 의장은 "높은 곳에서 외롭고 오랜 투쟁을 한 용기는 많은 국민에게 노동 현실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당부했다.
부산시장· 영도구 주민자치위원장 "3차 희망버스 거부"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을 지원 격려하기 위한 '3차 희망버스'가 30일 전국 각지에서 부산 영도로 오는 가운데 부산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 제종모 부산시의회 의장, 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장화익 부산고용노동청장, 어윤택 영도구청장은 13일 오후 부산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제3자 개입 자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9일부터 10일간 진행된 '2차 희망버스' 행사에 따른 지역의 어려움이 있었다. 3차 희망버스를 거부한다"면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크레인 농성을 중단하고,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3자의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부산 영도구 11개 동 주민자치위원장들도 이날 "2차 희망버스 행사로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경험했다. 3차 희망버스 행사가 영도구에서 열리면 저지할 것"이라며 "1, 2차 희망버스 행사 당시 봉래동 사거리 일대는 도로점거, 고성방가, 무단방뇨, 쓰레기 방치 등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3차 희망버스가 영도에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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