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탐방 즐기시나요? 요샌 지역 음식을 즐기려고 KTX타고 슝하니 왔다 갔다 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아무래도 자동차 보다는 시간도 절약되고 경제적이고, 게다가 하루에 서너 군데까지 다녀 올 수 있어서 기차는 맛객들의 빼놓을 수 없는 교통수단이 된 듯해요. 게다가 꼭 그 지역에만 있는 음식이라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거고, 한편으로 보자면 그만큼 음식을 사랑하는 맛객들이 많다는 증거도 되겠죠.
그나저나 얼마 전에 마트에 가보니 요게 있더군요. 대구 찜갈비 소스. 대구 찜갈비 혹시 아시나요? 소갈비에 파 마늘 듬뿍 넣고 맵게 끓여먹는 서민의 음식이죠. 얼마 전에 강호동씨가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양준혁 선수가 먹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는 대구 동인동 찜갈비. 그걸 만들 수 있는 소스가 마트에 있더란 말이죠. 가격도 얼마나 저렴한지 한 봉지에 980원이더군요.
맛이야 먹어봐야 아는 거지만 이렇게 간편하게 포장된 소스가 있으니 굳이 전국을 돌며 맛 기행 할 필요가 없어지는 날도 오려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하여간 해먹어봐야 그 맛이 똑같은지 영 못 미치는지 알 수 있는 거고, 좀 아니다 싶으면 '에이, 이 정도는 나도 만들겠구만' 하면 되는 거겠죠?
대구 찜갈비는 원래 소갈비살로 만들어야 하지만 저는 집에 남아있던 돼지 갈비를 처치할 겸 그걸로 만들어봤어요. 우선은 갈비를 물에다 반나절 정도 담궈서 핏물과 불순물을 쫙 빼내야해요. 그리고 나선 맑은 물에다가 여러 번 행궈내고 넓적한 냄비에다 갈비살을 푹푹 삶았어요. 잡냄새를 없애려고 마늘과 대파를 듬뿍, 후추 조금, 집에 월계수잎이 있어서 그것도 넣어서 푹푹. 강한 불에서 30분 정도, 약한 불로 줄여서 1시간 정도요.
고기 삶는 비린내가 거의 안 나는 걸 보니 향신료들이 제 역할 톡톡히 했나 보군요. 야들야들 삶겨진 고기를 건져서 넓적한 그릇에 담고 소스를 뜯어서 부었습니다. 그리고 비닐장갑 끼고 주물주물해서 고기에 양념이 쏙쏙 배어들게 하고요. 양파, 감자, 대파, 붉은 고추 같은 채소도 함께 주물러 주었어요. 이렇게 소스를 버무린 갈비를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켰다가 볶아주면 양념이 쏙쏙 배서 더 맛있어지까요. 갈비 삶은 국물은 버리지 않고 체에 한번 걸러서 따로 보관해뒀어요. 그 국물에 고기를 볶으려고요.
자, 그럼 하룻밤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고기를 이제 꺼내보겠습니다. 소스에 재워진 갈비살에 벌건 양념물이 잘 들었네요. 이렇게 재운 갈비를 양은 냄비에 넣고, 갈비 삶은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줍니다. 대구찜갈비는 양은그릇에 내는 음식이니까 집에 있던 양은 냄비에라도 끓여야 분위기가 좀 나죠. 찜갈비 골목에선 최근에 그릇을 전부 교체해서 고급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먹지만 예전에 찌그러진 양은그릇에 먹던 걸 더 재미있어 하기도 해요.
그런데 양은그릇에다 끓일 땐 불 조절을 아주 잘해야되지 안 그럼 완전 처첨한 광경이 벌어진답니다. 양념 국물이 타서 그릇에 시커멓게 들러붙어선 '이 속에 든 음식이 정녕코 갈비란 말이냐?' 할 정도로 지저분해진단 거죠. 그러니 가스 불을 중간불로 해서 뭉근하게 익혀 줘야 해요. 국물을 넉넉히 부으면 타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좀 덜 매워지기도 하고요.
이제 점점 졸아들고 있네요. 고기를 이리저리 볶아가며 마무리를 해줍니다. 으와, 제법 매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쓰읍, 침 나오네요. 이제 국물이 자작하게 다 졸았으니 불을 끄고, 고기 하나 들고 뜯어야죠? 음~야들하니 뼈에서 살이 쏙쏙 빠지는 군요. 그럼 양념 쏙쏙 배서 보들보들 잘 익은 감자를 국물 적당히 축여서 밥과 함께 한입 앙~
흐흐, 전체적으로 고기며 채소에 간이 딱 들어맞아서 맛있긴 한데 제 입엔 좀 달군요. 은근히 아릿하게 남는 매운 기는 좋지만 마치 설탕을 잔뜩 넣은 느낌이 강해요. 뭔가 20프로 부족한 맛이라고나 할까? 소스 회사에서 이 부분은 좀 고려하셔야 할 듯. 현지에서 먹는 찜갈비는 화끈한 데다 쫙쫙 들러붙는 맛이 강한데 그런 느낌은 전혀 못 살린 것 같아요. 가격 싸고 간편한 건 좋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워낙에 까다롭잖아요. 하여간 그럭저럭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대구 찜갈비 소스. 현지식과 완전 똑같은 맛은 아니지만 뭔가 호기심이 가득한 맛객이라면 집에서 간편하게 해먹을 수는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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