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여름철 장마로 주말 국내스포츠경기들이 취소되며 주춤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생활체육동호회로 창단 16년째를 맞고 있는 '코끼리야구단' 정기모임이 있었다.
'코끼리야구단'은 지난 1996년에 용산 전자랜드에 근무하는 직원들로 최초 창단돼 즐기는 야구를 하고 있는데 초복인 지난 14일, 10년을 훌쩍 넘긴 그들의 '야구이야기'가 펼쳐졌다.
"야구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저희들에게 있어 값진 자산입니다."
창단멤버로 그 당시 감독이었던 김제일 단장은 지난 세월을 음미하며 감회에 젖는다. 최초에 한강고수부지 운동장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팀원들을 다져나갔고 연세대야구장에서 타팀과 경기시합을 펼치며 조금씩 코끼리야구단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런 팀이 한강리그 마이너부에 2003년 최초 입단해 그 다음해인 2004년도에는 우승컵을 가져갔다.
"우승한 그날을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승 트로피와 함께 깃발을 들고 대방동 근처 술집을 돌아다니며 우승컵에 술을 가득 붓고 마시며 승리의 기쁨을 선수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코끼리야구단'에게 있어 야구는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다림, 그자체이다.
김 단장도 처음부터 야구를 잘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 포지션인 포수를 맡아 처음에는 2루수까지 공을 던지지 못하는 정말 '초짜'였다. 하지만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며 연습을 통한 오랜 기다림으로 하나씩 익혀나갔다. 다른 회원들도 예의를 지키며 형, 동생처럼 아끼고 배려하며 '인생자체가 야구'라는 공감대를 나눠갔다. 그것이 16년 동안 사람은 조금씩 바꿔갔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나가는 비결이었다.
창단멤버이면서 3년간 함께 뛰다가 9년만인 40대 초반에 오늘 처음 다시나온 신동훈씨는 "단장님의 열정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힘"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처음 보는 회원이 많은데도 김 단장이 나이 순으로 형, 동생 관계를 정리하자 모두들 형이라고 부른다. 역사만큼이나 끈끈한 정이 넘친다.어색한 순간도 술 한잔 기우리니 모두들 '코끼리'가 되었다.
코끼리야구단의 이름은 전자랜드의 상징이기 때문에 그랬단다. 덩치가 크고 우직함이 딱 좋단다. 현재 정식 선수가 18명이고 가입회원만 30명이 넘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신입회원들이 들어오고 있다.
"순수 지역야구로는 저희가 제일먼저 시작한 것으로 압니다. 야구를 좋아하면서 더욱 몸을 낮추는 인성을 배웠습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융통성있게 서로 합심하며 지역체육동호회로 자부심을 갖고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 단장의 열정은 대단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의 아픔도 있다. 형, 동생으로 부르면서 정말로 찐한 정을 나누고 싶지만 경기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감독으로 지금은 단장으로 지난 16년 동안 단 한 번도 '형' 이라고 불리지 못했다. 그것은 승부를 책임져야하는 자리에서 강한 승부욕을 경기 때는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긴장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단장에서 내려와 형 동생의 따뜻한 정을 나누고 싶지만 그러면 무너질 것 같아 못하는 애로사항이 그만의 짐인 것이다.
"16년이 지난 앞으로 26년, 36년이 될 수 있지만 저는 지금 이 자리를 제일 중요시 생각합니다. 다른 어느 곳에서 이보다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도 이 자리에 있는 회원들이 다음에 올 회원들을 위해 열심히 뛰고 '코끼리야구단'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김 단장과 회원들은 오늘도 우직한 코끼리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야구의 참맛을 배워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나중에 용산신문에 소개될 내용 중에 먼저 올려드립니다. 시점이 14일때 만남이라 일주일뒤에는 소개가 되지 않을까봐 먼저 올리는 것입니다. '용산신문'은 오프라인만 있어서 이곳에 소개합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