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그룹 JYJ가 또 한 번 '물' 먹었다. 오는 20일 예정돼 있던 '제주 7대 경관 기원 KBS 특집 5원 생중계' 공연에서다. JYJ는 '7대 경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었고, 이번 공연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공연 큐시트를 받고 비행기 표까지 끊어 놨다. 드라마 촬영으로 한창 바쁜 박유천, 김재중 두 멤버는 일정을 빼가면서까지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그런데 돌연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돌이켜 보면 JYJ의 행보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룹을 결성하고도 한참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고, 음악프로에서 만날 수 없었다. 출연이 예정돼 있던 예능프로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 5월 KBS <승승장구>에 배우 김갑수가 게스트로 섭외 됐을 때 박유천은 그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함께 한 인연으로 '몰래 온 손님'이란 코너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JYJ 또 출연 불발... 왜 유독 예능만 이럴까그런데 녹화를 하루 앞두고 돌연 그의 출연이 취소됐다. KBS <성균관 스캔들>은 사극의 틀에 트렌디한 감각을 더해 화제가 된 드라마로 주인공 박유천은 연말 <연기대상>에서 3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정작 그가 방송에서 화제가 되는 일은 없었다. 유아인, 송중기 등 다른 주연 배우들이 모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을 때에도, 유독 박유천만은 소외됐었다.
그리고 얼마 후 박유천 주연의 MBC 월화드라마 <미스 리플리>와 관련해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지난 5월 한 매체에서는 <미스 리플리>의 주연 배우들의 MBC <놀러와> 출연 불발과 관련된 기사에서 "<미스 리플리> 출연진이 <놀러와> 제작진으로부터 박유천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만 출연하면 안 되겠느냐는 답을 받았고, 결국 출연진 전체가 <놀러와> 출연을 포기했다"며 그 배경을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MBC <놀러와>나 SBS <강심장>, KBS <해피투게더> 같은 집단 토크쇼는 방송을 앞둔 자사 드라마 홍보를 꾸준히 담당하고 있다. 음반 발매를 앞둔 가수나 신작 개봉을 앞둔 영화배우들이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것처럼, 새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도 주연배우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이러이러한 드라마가 모 월 모 일부터 합니다"라고 홍보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놀러와>에서 물먹은 <미스 리플리>는 이어 MBC 대표 연예정보 프로그램인 <섹션TV 연예통신>에서도 외면당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그 어떤 방송보다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에 앞장서 왔지만 <섹션TV 연예통신>은 <미스 리플리>의 제작 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유천 이외에도 김승우, 강혜정 등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했지만 <미스 리플리>는 MBC 예능국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일각에서는 외압설이 제기됐다. JYJ의 전 소속사이자 그들과 법적마찰까지 빚었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측에서 각 방송사 예능국에 JYJ가 출연하지 못하도록 힘을 쓴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JYJ의 출연이 불발됐던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스케쥴 조정에 실패했다" "이미 기획된 아이템이 많아 실행하지 않았다"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JYJ에 대한 외압설이 힘을 얻는 건 이들이 유독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에만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박유천은 <성균관 스캐들>에 이어 <미스 리플리>에서도 주연으로 발탁, 배우로서 입지를 다듬어가고 있는 중이고, 김재중 역시 SBS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돼 현재 촬영 중에 있다. 김준수 역시 뮤지컬 <모짜르트>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JYJ의 기용에 대해 드라마국과 예능국의 온도차가 이렇게 심한 까닭은 예능국이 드라마국에 비해 대형 연예기획사, 그중에서도 아이돌 가수들을 대거 거느리고 있는 몇몇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가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고, 요즘같이 방송사에서 앞다퉈 해외 한류콘서트를 열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방송국의 기획사 눈치보기... 걱정스럽다이런 온도차는 드라마국만이 아닌 교양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JYJ는 첫 공식 앨범 발매 이후 각 방송사의 교양프로그램에는 출연했었다. KBS <생생정보통>과 SBS <좋은 아침>, MBC <시사매거진 2580> 등에 얼굴을 내비쳤다. 상대적으로 아이돌 가수에 대한 의존도가 적은 드라마국과 교양국에서 JYJ의 기용이 자유로웠던 것도 이들에 대한 SM 측의 외압설에 힘을 실었다.
지난 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합의 제 50부 재판장 최성준)은 SM 측이 JYJ 세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 및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09년 10월 27일 법원이 SM 측에 JYJ 세 멤버들의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방해하지 말 것을 명하는 가처분을 내린 이후 또 한 차례, 법원이 이들의 분쟁에서 JYJ의 손을 들어준 일이었다.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을 땐 진행 중이라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것도 5개월 전의 이야기다.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는 이들이었지만 예능국에서의 이들에 대한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KBS는 지난 5월 JYJ가 <뮤직뱅크>에 출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홈페이지에 "SM과의 법적 분쟁이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답변을 올렸다가 채 하루 만에 급히 삭제한 적 있다.
자랑스러운 K-Pop이 드디어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점령했다며 언론에서는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본고장에서는 아이돌 가수에 대한 혹독한 다이어트와 선정적인 노출, 살인적인 스케쥴과 불공정한 계약이 판을 친다. 그리고 불공정 계약을 파기하고 법원으로부터 독자적 연예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은 한 그룹은 어찌된 영문인지 제대로 예능출연 한 번을 할 수가 없다.
지난 5월 홍보대사로 이름을 올린 후 로고송을 부르고, 팬들을 향해 투표를 독려하는 홍보영상을 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공연을 위해 촬영하던 드라마 스케쥴까지 정리해가며 뛰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급작스런 공연 취소 통보였다. 이 소식이 우리가 "K-pop이 점령했다"는 유럽까지 퍼질까, 그게 심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