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가 돌아왔다. 전어는 가을철에 먹어야 제맛이라는 것이 미식가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여름 전어의 맛 또한 만만치가 않다. 가을 전어에 비해 보드라운 맛이 도드라진 여름 전어를 맛보기위해 며칠 전 맛객과 함께 여수 소호동 가막만 바닷가를 찾아갔다.
파란색과 노란색 파라솔이 놓인 이곳은 '산아래횟집'이다. 이곳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한 후 전어회와 다양한 해산물을 맛보면 그 맛에 누구나 반하고 만다. 심심풀이로 안성맞춤인 고둥과 전복, 멍게, 바닷가재 등의 해산물이 먼저 선을 보인다. 이어 전어회와 전어회무침, 전어구이 등이 차례로 나온다.
전어회는 선도 유지를 위해 항아리에 얼음을 채우고 대바구니에 담아 그 위에 올렸다. 이렇게 담아내면 먹는 내내 회의 신선함이 그대로 유지된다. 전어회를 먹기에는 철이 좀 이르다 싶었는데 야들야들하고 차진 맛이 결코 가을전어의 맛에 뒤지지 않는다.
분위기가 한몫을 단단히 한 탓도 있겠지만 이곳 해변에서 전어 맛을 보면 그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도 전어를 '찾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魚)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전어의 명성은 여전하다.
전어회는 구수한 된장양념이 제격이다. 기름진 전어와 된장양념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하나 없어 통째로 먹는 전어구이는 다른 계절에 비해 지방함량이 세배나 높아지는 가을에 먹어야 좋지만 요즘도 괜찮다.
'가을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다', '가을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시어미가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재미난 속담이 있지만 여름전어는 '보드라운 맛이 일품'이다.
여수 가막만 소호바닷가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전어의 다양한 맛을 즐겨보자. 연일 푹푹 찌는 무더위에 지친 막힌 숨통을 시원하게 풀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전어회 안주삼아 기울이는 술잔에 무더위 따위는 이내 아랑곳없다.
숨 막히는 복더위, 야들야들하고 보드라운 전어 요리로 무더위를 잊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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