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수도 자전거 도시를 내세우는 통합창원시가 화단형 중앙분리대 설치를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계광장에서 성주광장에 이르는 창원대로 10.8Km 구간에 183억 원을 투입하여 녹지형(화단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공사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주장, 중앙선 침범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자전거 도로 축소 반대, 무단횡단 감소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입니다.
환경수도와 자전거 도시를 내세우는 통합창원시가 자전거 도로를 축소해서 183억 원짜리 화단을 도로 한복판에다 만들겠다는 계획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창원대로는 공사를 앞두고 쟁점이라도 되고 있지만, 마산 해안도로는 시민여론 수렴도 없이 화단형 중앙분리대 설치가 마무리 단계입니다.
2010년 7월 1일 행정구역 통합 이후 옛 창원시에만 있던 공영자전거 누비자가 마산과 진해지역에도 확대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영자전거 누비자 보급을 확대하면서 마산 해안도로에 화단형 중앙분리대 공사를 하는 것은 '정책 충돌'이라는 생각입니다.
해안도로 화단형 중앙분리대 공사는 옛마산시가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1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서 마산세관~마산관광호텔에 이르는 2.5km 구간에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였습니다.
당초에는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면서 해안도로에 설치된 노면주차장을 없애는 계획을 세웠으나 상인들의 반발로 노면주차장은 없애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박완수 창원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창원대로·마산해안도로·진해산업도로의 중앙분리대를 도시디자인에 맞게 전문가 의견을 들어 빨리 설치하라"고 강조하였답니다.
시장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화단형 중앙분리대 설치를 지시하였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마산 해안도로에는 추가로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마산해안도로, 화단형 분리대보다 자전거도로가 필요하다
옛 가야백화점∼봉암연립 교차로 구간 자유무역로 중 일부 구간도 포함되며 총 공사비 5억 7300만 원을 들여 폭 2~2.5m의 녹지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화단형 중앙분리대 설치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마산지역에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보급하고 앞으로 자전거 도로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정책 방향과는 일치 되지 않습니다.
물론 창원시가 환경수도,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지 않는다면, 화단형 중앙분리대 설치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보급하고 자전거 도시를 만들어가려면 화단형 중앙분리대 보다는 자전거 도로 확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속해 있는 단체 회원들과 누비자 체험 투어를 하면서 직접 자전거를 타 본 마산해안도로의 상황은 매우 열악합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것처럼 넓은 4차선 도로는 그대로 두고 인도 일부를 자전거 도로로 만들었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경수도,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는 창원시가 이런 엉터리 자전거 도로를 그냥 내버려둔 채, 도시미관만 내세워서 8차선 도로의 중앙에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입니다.
창원시청 도로과 관계자는 이런 내용에 대해 "있던 자전거도로를 축소하거나 철거하고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는 게 아니기에 크게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더불어 "자전거과에서 자전거 도로 건설에 대해서도 최대한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는 "자전거도로 설치시 발생하는 우회전 차량의 불편 등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나 민원만 없다면 자전거 도로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누비자 체험 투어에 참가해 본 회원들은 해안도로에 화단형 중앙분리대 대신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했어야 한다는 평가가 가장 많았습니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마산지역은 제대로 된 자전거 도로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는데, 해안도로는 그나마 자전거 도로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가장 나은 곳이다. 그런데 자전거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는 창원시가 '자전거 도로'를 만들지 않고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마산의 경우 공영자전거 누비자가 성공하려면 자전거 도로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자전거를 안정하게 탈 수 있는 도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전거만 보급하는 것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안산시 사례입니다. 지난번 누비자 체험 투어를 한 후에 <오마이뉴스>와 개인 블로그에 기사를 읽고 latte님이 댓글로 남겨 주신 사진입니다. "자전거도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도시 경관도 정비할 수 있는 사례"라고 여겨집니다.
이곳은 중앙에 화단형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지만 도로와 자전거 도로 인도를 구분하는 녹지공간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창원시의 경우도 화단형 중앙분리대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도로와 자전거도로 인도를 안전하게 분리시키는 녹지공간을 만든 사례를 참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원시가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이런 정책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정책의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어야 이런 충돌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화단형 중앙분리대가 도로와 도시경관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전거 도시라는 우선 정책과 충돌하지 않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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