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4시 반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이하 공공노조 서경지부) 주최로 '홍익대 억대 손해배상청구 규탄·결의대회가 열렸다.
홍익대학교는 지난 6월 25일 서울서부지법에 이숙희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분회장과 공공노조 간부들에게 농성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명예훼손 명목으로 2억8134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박명석 서경지부 지부장은 "이제까지 우리가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임금인상과 환경개선 등을 요구할 때는 나몰라라 하던 홍익대가 이번에 제3자인 듯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자신들의 권한은 누리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행태"라며 "이에 맞서 우리는 지난 겨울 보여줬던 아름다운 연대를 다시 한 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학생·시민사회 연대로 임금인상... 이번에도?
홍익대분회는 지난 1월 당시 용역업체였던 (주)향우종합관리와 (주)인광엔지니어링의 계약포기를 이유로 청소·경비·시설 노동자들 170여 명을 집단해고한 홍익대학교 쪽에 항의하며 49일 간 점거농성했다. 농성 끝에 홍익대분회는 새로운 용역업체와 해고노동자 전원 고용승계와 시급 및 식대인상안을 타결했고, 이후 이화여대·고려대·연세대도 차례로 시급인상 등을 이뤄냈다.
이상무 공공노조 위원장은 "지난 겨울 홍익대 투쟁으로 용역업체와 비정규직 문제가 대두된 이후, 야당세력이 집권한 몇몇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청소노동자의 시설관리공단을 통한 직접고용·정규직화가 이뤄졌다"며 "이런 변화는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점거농성에는 홍익대분회 조합원들뿐 아니라 대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도 함께 해 '노조·학생·시민사회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이날 대회에도 홍익대분회를 비롯해 서경지부에 속한 고려대·연세대·덕성여대·동덕여대·이화여대·성신여대·연세재단·동아빌딩·롯데손해보험빌딩·수출입은행 분회 조합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각 대학 재학생들이 함께 했다.
홍익대분회 조직과정에 참여했던 '홍대노동자와 함께하는 홍익대학생 행동연합'의 박상현씨는 "40년 만의 강추위였던 지난 겨울에도 우리는 49일 동안 시멘트 바닥에서 버텼다"며 "이번 여름에도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숙희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분회장은 "겨울 내내 함께해주고 여름에도 함께하겠다 약속해 준 홍익대 재학생들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고 답했다.
이날 대회에는 '홍익대 쪽에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하겠다며 화제가 됐던 홍익대 건축학과 92학번 졸업생 장창준씨도 참석했다.
장씨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이념을 되새기며 긍지와 자부심으로 학교생활을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홍익대 구성원으로서 죄송스럽다"며 조합원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이어 장씨는 "졸업생 차원에서 홍익대의 소송철회요구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거농성에 함께 했던 정경섭 진보신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도 "마포구에서 10년을 활동하면서 홍익대를 대상으로 한 투쟁은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는데 지난 겨울 홍익대분회라는 가장 낮은 곳에서 첫 승전보를 울렸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이겨달라"고 말했다.
점거농성 동안 야근한 교직원들 밥값·술값 내달라?
이숙희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분회장은 "20일 전 남편이 홍익대가 나에게 2억8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벌벌 떨면서 말하던 게 생각난다"고 입을 뗐다. 이 분회장은 "그들이 하루 동안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술 마시고 해서 받은 일급 50만 원은 우리 한 달 월급 조금 못 되는 돈"이라며 "그 돈을 우리에게 내라니 홍익대가 가슴만 빈 것이 아니라 머리도 빈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 분회장에 따르면, 홍익대학교가 이번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는 홍익대분회가 점거농성한 49일 동안 야간근무를 한 교직원들 개개인에게 890만원 씩 지급한 특근비용도 포함한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교직원들이 야간근무를 하며 지출한 김밥·떡볶이·순대·소주·맥주 등도 홍익대분회가 받은 손해배상청구소장에 첨부된 영수증 내역에 기재돼 있다.
또 이 분회장은 점거농성 당시 홍익대분회를 '외부세력'이라 칭하고 학습권을 침해받았다며 농성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던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쪽에도 불만을 털어놓았다.
"학생회장이 만나자더니 어머니만 (손해배상청구 명단에서) 이름 빼 준다면서… 사양했더니 학교 쪽 만나러 간다고 하더니 연락이 없다. 어쩌면 이렇게 애나 어른이나 똑같냐."
이날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동가수 김성만씨와 홍익대분회 노가바의 공연으로 대회는 즐거운 분위기였다.
한편 이날 대회에 참석한 서경지부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 조합원 이영해씨는 롯데손해보험 쪽의 노조활동 방해공작을 비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씨는 "빌딩에서 일하는 노동자 24명 중 7명이 조합원인데 사측에서 사주를 받은 다른 노동자들이 우리 청소구역에 상한 우유를 뿌리고 밥 먹는 데 와서 식판을 뒤집는 등 우리를 왕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는 지난 1월 노동자 전원이 가입하며 출범했지만, 사측이 노조를 탈퇴하면 2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주는 등 회유작업으로 현재 7명의 조합원만 남아 투쟁하고 있는 상태다.
홍익대분회는 홍익대 쪽이 손해배상청구를 철회할 때까지 매일 점심시간 1인 시위와 온라인 서명운동, 투쟁집회 등으로 계속해서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문해인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