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6주년, 원자폭탄 피폭 66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8월. 6일 합천에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의 고통을 기억하고 공감하며 평화를 다짐하는 원폭희생자 추모제가 개최된다. 1945년 일제강점말기였던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미군의 원자폭탄에 의해 희생당하고 유린된 70만 명의 피해자(사망자와 생존피폭자 합한 수) 중, 약 7만 명으로 추정되는 '조선인' 피폭자 중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제다.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인해 희생당한 이들 중에는 비무장 민간인인 일본의 평범한 시민과 어린 아기와 노인뿐 아니라, '조선인'도 상당수 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 이르러 조금씩 알려져 온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1967년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설립된 이래 피해자들끼리 모여서 매년 8월 6일 각 지역별로 조용히 추모제를 열어오거나, 몇몇 피해자들이 일본의 재외피폭자지원운동단체 등의 초청으로 방일한 것 외에는 66년이 흐르는 현재까지 국가적인 추모 행사 한 차례 없이 일본과 한국 정부로부터 홀대받아 왔다고 한다.
국내에서 유일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이 건립되어 있는 경남 합천에서도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인 피폭자 지원에 관심을 갖고 인연을 맺어온 일본의 종교모임이자 민간봉사단체인 '태양회'(이사장 다카하시 고준)의 지원으로 복지회관 뒤뜰에 위령각을 세워 희생자의 위패를 모시고 피폭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추모제를 지내왔다. 그런 점에서 합천에서 열리는 이번 원폭희생자 추모제는 한국의 유족들과 피해자 단체뿐 아니라 반전․비핵평화를 위해 활동해온 시민사회단체가 전면적으로 나서 공동으로 추모제를 봉행하여 범시민사회적인 지평으로 확대 개최되는 첫번째 큰 규모의 추모제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해원을 넘어 평화의 언덕으로'라는 주제로 3일동안 진행되는 합천에서의 원폭희생자 추모제 전체 프로그램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전야인 5일의 사진․영상전(사진작가 이재갑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큐멘터리 감독 김환태 '원폭 60년 그리고' ․박일헌 '아들의 이름으로' 등 작품)과 추모공연으로 꾸며지는 전야제(황강변 야외공연장), 청소년 평화캠프(합천삼산골자연학교로 시작된다. 추모제 당일인 6일에는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안팎에서 살풀이와 추모제, 사진전(정주하 등 '검은 비, 하얀 눈'사진집단)과 일본 다큐멘터리 감독의 영화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토 다카시, '히로시마·평양') 등이 마련된다. 청소년 평화캠프는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돼 7일 마무리된다.
특히 이토 다카시 감독의 '히로시마·평양-버려진 피폭자'는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작품으로, 북한에 거주하는 원폭피해자들을 담은 다큐영화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원폭피해자를 소재로 하는 다큐와 영화가 무수히 제작되어 왔지만, 북한에 거주하는 피폭자가 주인공이 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며, 한국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북한 거주 피폭자의 모습과 실태를 볼 수 있다. 북일수교가 단절되어 있고, 남북관계도 경색되어 있는 현재 북녘의 생존 피폭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주목된다.
이번 추모제를 주관하는 '합천평화의집'의 윤여준 원장(전 환경부 장관,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원장)은 원폭희생자 추모제 행사를 통하여 "일제하 이국땅에 끌려가 억울한 희생을 당한 분들의 고통과 그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애도하며, 후대에 다시는 전쟁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의 : 합천평화의집(055-934-0301, hapcheonhouse@gmail.com), 자세한 일정과 세부프로그램 등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http://cafe.daum.net/peacehousehap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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