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1일 오후 4시 47분]
다시 천막 치려다 3명 연행...어버이연합도 등장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희망단식' 농성장의 시련은 1일 오전 '기습 철거'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낮 12시경 다시 천막을 치려는 농성자들을 덮쳤다. 이 과정에서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3명이 연행됐다. 2시간 뒤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등장했다. 이들은 농성장의 철거막을 뜯어내며 농성자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소리쳤다.
20일째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인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은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들과 함께 했다.
노회찬 상임고문은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과 '소통'하라고 했는데 지금 국민을 '소탕'하고 있다"며 "소통정부가 아닌 소탕정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2013년 2월 25일 새 대통령 취임식 때까지 기다리기 점점 어렵게 됐다"며 "이제 국민을 억압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이명박 정부를 퇴진시키는 운동이 시작됐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심상정 상임고문은 "전국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이 사회적 약자들의 피울음을 짓누른다고 해서 침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어리석음 때문"이라며 "짓밟으면 짓밟을수록 더욱 더 거대한 분노의 함성이 돼 청와대를 침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중구청이 밝힌 농성 천막 철거 사유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중구청은 "대한문 앞 전통행사가 차질을 빚고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며 지난달 15일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자진 정비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역시 인도 위 농성 천막 설치는 도로교통법 위반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심 상임고문은 이와 관련, "우리는 이 자리에서 그 어떤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한 적도, 시위물품을 가지고 누구를 위협한 적도 없다"며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묵살하고 도로교통법 등 하위법으로 기본권을 유린하는 경찰이라면 더 이상 공권력으로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버스에 백색테러로 대응... 이제 반격 선포할 때"
진보 양당의 대표들도 이들을 거들었다. 이정희 대표는 "우리는 이길 때까지 이 싸움을 끌고 나갈 것"이라며 "오늘 경찰이 이 농성장을 철거하면서 앞으로 이 싸움을 끌고 가는 데에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승수 대표는 "(경찰·중구청의 농성장 침탈은) 한진중 문제가 이제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적 핵심의제가 돼 버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나서서 한진중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더니, 나서는 모양이 이런 폭력으로 다가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권이 그 수명을 다해갈 때 항상 보여왔던 모습이 이런 극단적인 폭력적 행태였다"며 "이 폭력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호소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이 싸움 끝까지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위원장은 한진중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오는 20일부터 1박 2일 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시국대회를 열고 농성장을 기습 철거당한 희망단식단의 규모도 좀 더 늘리겠다고 알렸다.
그는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명박 정권은 백색테러를 방불케 하는 치졸한 방법으로 대응했다"며 "이제 민주노총이 반격을 선포할 시기다, 자발적으로 모인 '희망의 버스'가 지펴낸 희망의 불씨를 민주노총이 책임지고 활활 타오르게 하자"고 말했다.
또 "이미 모든 정치세력이 '노동의제'를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주목하고 있고, 국민들은 '대기업만 하기 좋은 나라'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다"며 "8월 20일 항쟁의 거리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1신 : 8월1일 오전 10시 22분]
경찰, 농성자들 씻으러 간 사이 천막 7개 뜯어내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던 서울 대한문 앞 농성 천막이 기습 철거됐다. 경찰과 중구청은 1일 오전 7시 농성자들이 아침에 씻으러 간 사이에 대한문 앞에 설치됐던 농성 천막 7개를 모두 뜯어냈다.
철거 현장에 있었던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마침 사람들이 씻으러 가는 시간이라 농성 천막에는 단 두 명밖에 있지 않았다"며 "경찰까지 포함해 100여 명 정도가 들이닥쳐서 순식간에 천막을 뜯어가는데 막을 여력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서울 중구청에서 1주일 전쯤 '인도 불법 점거'라고 철거 통보를 했지만 정확한 날짜는 알리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사전통보는 없었다,(단식농성자들이 없는 사이를 노린)기습적 철거다"고 지적했다.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중구청은 어제까지 진행된 3차 희망버스 일정으로 인해 농성장을 지키는 인력이 평소보다 줄어든 상황을 틈타 농성장을 철거하는 치밀함을 보여줬다"며 "한진중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됐으면 하는 국민의 염원과 달리, 정부·여당·지자체가 이 문제를 봉합하기 위해 얼마나 합심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막이 모두 사라진 상황이지만 농성자들은 거리에 앉아 계속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노회찬·심상정 상임고문과 김영훈 위원장은 이날 단식농성 20일째를 맞았다.
노 상임고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폭우를 견딘 천막을 MB 폭정이 쓸어버렸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전역에 폭정경보가 발동 중"이라며 "물론 그런다고 물러설 우리가 아니다"라고 단식농성 지속 의지를 밝혔다.
심 상임고문 역시 크개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단식 20일차, 선물치곤 고약한 선물이 날아들었다"면서도 "졸지에 우중 노천농성을 하게 됐다, 나경원씨(한나라당 최고위원)가 밀었다던 그 분 좀 섭섭하구만요"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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