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신: 2일 오후 6시 40분 ] 증인 채택 합의 못했는데 의혹만 산더미 저축은행 비리 의혹을 밝힐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채택이 또 다시 불발됐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특위 한나라당 간사 차명진과 특위 민주당 간사 우제창 의원이 이날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4인 회동'을 열고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했지만 막판 조율에 실패했다.
여·야는 3일 다시 모여 증인 채택에 대한 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한나라당은 '현직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민주당은 "우리도 모두 나올테니 정부·여당 인사도 모두 나오라"고 재촉하고 있다. 채택된 증인에게 1주일 전 출석을 통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3일 협상이 실패한다면 청문회는 사실상 무산된다.
이처럼 증인 채택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는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국세청·검찰 등 관련 당국들이 저축은행 사태에 허술하게 대응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데는 여·야 모두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당국의 부실한 대응 이면에 '어느 세력'이 개입했느냐를 놓고, 서로를 향해 각종 의혹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부산저축은행 비리 핵심인물, 노무현 정권 인사와 막역한 사이"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7일 박현성 해동건설 회장을 언급하며 참여정부와 부산저축은행을 연결시켰다. 부산저축은행 2대 주주인 박 회장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관련업계에서는 주가조작 및 재무제표 조작혐의로 기소당했던 박연호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배경에 박현성 회장이 있는 것 아닌가 말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노무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막역했던 박형선에게 박연호가 선처를 부탁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고 주장했다.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은 "부산저축은행은 과거 정권의 철저한 비호 아래 해외에 진출했다"며 부산저축은행의 카자흐스탄 진출 과정에 참여정부 인사들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지난 2006년 9월부터 카자흐스탄 알마시티에 '애플뱅크' 설립을 시도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과 2006년 12월까지 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각각 9.7%, 9.5%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해당 사업은 2007년 12월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
이 의원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참여정부 고위인사가 해당 사업단지를 방문한 사진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한 전 총리가 1박 2일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는데 이 때 애플뱅크의 신도시 사업장의 애플타운을 방문한다"며 "공교롭게도 한 전 총리의 순방 직후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은 '저축의 날' 국무총리표창을 받는데 아무리 봐도, 표창을 받을 일을 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경찰에서 지난 2005년 당시 김양 부회장 등 60여 명을 수사해서 구속의견을 표명했지만 검찰에서 불구속 처리했다"며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게 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즉, 참여정부 당시 부실한 대응으로 저축은행 사태가 확대됐다는 얘기였다.
민주당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치지 말랬는데 무언가 다른 힘이 작용했나" 반면, 민주당은 현 정권의 부실한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부산저축은행의 SPC(특수목적법인)에 대한 검찰의 축소 수사가 상황을 더 키웠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검찰은 2008년 당시 부산저축은행 17개 SPC 중 하나인 '영남알프스컨트리클럽'을 수사하면서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을 뇌물공여와 배임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당시 검찰이 부산저축은행의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도 기소하지 않았다"며 "PF대출 부실화 및 부산저축은행의 부실화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2008년 기소 당시 적용하지 않았던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를 올해 5월 부산저축은행 17개 SPC를 기소할 때 적용했다.
박 의원은 이어, "2008년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변호인이 이 정권의 민정수석을 역임한 분"이라며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치지 말라고 했다, 무언가 다른 힘이 작용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연관된 이영수 KMDC 회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외곽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을 박창달 전 의원과 함께 이끈 한나라당 측 인물이다. 앞서 우 의원은 이 회장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홍준표 대표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즉, 이 회장을 삼화저축은행 불법자금의 '전달창구'로 지목한 것이다.
우 의원은 이날 기관보고에서 KMDC의 미얀마 해상광구 사업수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이 회장이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 홍준표 대표 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식경제부의 자료에 따르면, 박영준 차관이 신생업체인 KMDC의 개발권 수주를 부탁했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정치적 인연이 미얀마 개발권 수주에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준표 의원실에서 일한 27세의 직원이 수조 원의 개발 사업권을 수주한 KMDC의 사내 이사로 취직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상식적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조특위는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배석할 예정이다.
[2신 : 2일 오후 2시] 진실규명은 뒷전... 여야 '네 탓' 공방 "민주당 실세와 관련돼 있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증거 있느냐. 고발감이다." (신학용 민주당 의원) 오전 질의는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 흘렀다. 진실 규명은 뒷전이었다. 선공은 고승덕 의원(서울 서초을) 몫이었다. 그는 "(부산저축은행이 3538억 원을 투자한) 캄코시티 사업은 (2004년) 17대 국회에서 야당(현 민주당)이 여당이 된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돼 수십억 달러가 투자됐다"며 "민주당 실세그룹이 아니면 진행되기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정권 차원에서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88클럽(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미만을 충족한 저축은행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조치)' 도입에 민주당 실세그룹들이 영향을 줬다"며 "단순한 정책 변경 차원이 아니라 실세 차원의 로비였다,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용 의원(인천 계양갑)이 고함을 지르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고승덕 의원의 말은 (오늘 기관보고를) 무차별적으로 정쟁의 장으로 밀어 넣는 것"이라며 "2008년 6월 88클럽 도입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자본금이 200억 원밖에 안 돼 대출 증가액도 얼마 되지 않았다, 정권 차원에서 했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따졌다.
신 의원은 "이런 식이라면, MB정권의 모든 정책들은 모두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느냐"며 "국정조사장이라 그렇지, 위원회였다면 고발 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서울 도봉갑)은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광주 서갑)은 "(특위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히자는 취지인데, 고승덕 의원의 발언으로 무차별 흠집 내기로 흐를 수 있다"며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에 한나라당 출신의 부산 의원들이 관여됐다고 표현하면 어떻게 되느냐, 실세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은 청문회를 정쟁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에 대해 청와대 타격 우려 탓에 혐의를 줄여줬다, 단순 알선수재가 아니라 형법상 뇌물수뢰죄에 해당한다"며 "은 전 위원은 2010년 12월 감사위원회에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시정조치를 하면 억울하니까 다른 기관까지 조사하자고 했는데, 전형적인 봐주기"라고 지적했다.
[1신 : 2일 낮 12시 40분] "김황식, 왜 출석 안하냐"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가 2일 오전 국무총리실 등 5개 정부 부처를 상대로 기관보고를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보고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인 출석 및 문서 검증 등에 대한 정부 부처의 '비협조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여·야 의원들은 감사원장으로 재직했던 김황식 국무총리의 불출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총리는 2010년 5월 감사원장 재직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저축은행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국조특위는 당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에 대해 김 총리에게 물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이 김 총리 대신 이날 기관보고에 출석했다.
"김황식 총리 왜 안 나왔나, 성역 없이 증인 불러내야"이종혁 한나라당 의원은 "감사원은 지난해 4월 공동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등의 부실을 포착했음에도 이를 우선처리 제도를 이용해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김 총리의 불출석을 문제 삼았다.
그는 또 "김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 총리의 답변과 감사원의 답변이 다르다"며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구로서 (김 총리를) 불러야 할 명확한 사유가 있다, 성역 없이 불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얼마나 급했던지 2009년 12월 31일 기구개편을 통해 금융감사국을 신설하고 2010년 1월부터 감사를 시작한다"며 "감사 계획이 통상 감사 시작 2~3개월 전에 잡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이 당시 저축은행 부실상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신 의원은 "김 총리는 감사원장 당시 이를 인식했고 중요한 문제라고 봤지만 이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저축은행의 부실원인, 대책에 대한 기관보고 역시 국무총리가 와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도 "국정조사 특위의 목표 중 하나는 피해자 구제대책 마련인데 국무총리가 피해자 구제대책을 마련할 금융위원회를 관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김 총리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김 총리의 특위 출석을 강하게 요구했다.
조 의원은 정부 부처의 자료 제출이 부실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총 1771건의 자료제출을 요구했는데 이 중 1073건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미제출 사유도 국정감사법에 해당되지 않는 사안들"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심지어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국정조사 종료일(8월 12일)까지 버티고 보자는 것인가"라며 "특히 법무부 산하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국정조사를 방해하려는 속셈 같다"고 비판했다.
'책임 공방' 벌이는 여·야, 청문회 증인 채택 절충안 마련하나
한편, 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을 위한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국조특위 여·야 간사는 이날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양측 원내대표와 함께 '4인 회동'을 열고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 신건 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와대 경제라인 비서관들의 증인 채택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그는 앞서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저축은행 부실 상황을 덮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 의원은 "지금 국조특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저축은행 문제를 악화시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하는 것"이라며 "청와대 경제라인에서 저축은행 공적자금 투입 등을 적극 반대했다는 제보가 있다, 청와대가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 책임은 청와대 경제라인에 있다"며 "청와대가 국조특위 기관보고 대상에서 빠진 이상 관련자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국조특위 위원장도 "늦어도 오늘(2일)까지 청문회 일정을 확정하고 관련 증인을 채택해야 한다"며 "여·야 모두 청문회 관련 안건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