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역이 태풍 '무이파'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 경찰이 피해복구지원은커녕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강정마을을 급습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8일 오전 9시 30분, 전투경찰과 의무경찰, 사복형사, 여경 등으로 구성된 경찰 병력 약 200명이 강정마을로 진입했다. 이들은 모두 서귀포 경찰서 소속으로, 송양화 서장은 직접 현장지휘를 했다.
경찰이 밝힌 진입 이유는 '시설물 설치 보호 및 충돌 예방'. 해군이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공사현장에 설치된 펜스 등 시설물을 보호하고 해군기지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충돌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이 없다"며 경찰을 조소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제주도 전역이 태풍 무이파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느라 애를 쓰고 있는 마당에 경찰이 도와주기는커녕 서귀포 경찰서 전 병력이 나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방해하고 있다"며 "경찰은 그렇게 한가하냐"고 비난했다.
태풍 무이파로 서귀포시에서만 비닐하우스 2900㎡가 강풍에 파손되는 등 119에 접수된 피해신고만 100여 건에 달했다. 강정마을도 주 수입원인 감귤 비닐하우스와 과수원 피해가 심각해 주민들은 새벽부터 피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서귀포 경찰서 거의 모든 병력을 강정에 투입해 주민들을 자극하는 것도 모자라 주민들의 피해복구를 방해하는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인 것이다.
특히 경찰의 강정마을 진입 현장에 사복을 한 해군 관계자가 경찰과 함께 논의하는 모습이 목격돼 주민들을 격분시켰다. 주민들은 "농가의 태풍피해로 한숨짓는 주민들의 현실은 외면한 채 해군의 꼭두각시 역할에만 충실한 경찰이 한심스러울 뿐"이라고 조롱했다.
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는 "주민들의 태풍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백 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한 경찰과 해군의 행태는 너무 치졸해서 언급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는다"며 "경찰은 해군의 꼭두각시놀음을 즉각 멈추라"고 꼬집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대한민국 경찰로부터 태풍피해복구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지만 피해복구를 위해 새벽부터 일하고 있는 주민들을 방해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인지 몰랐다"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문제를 논의할 소위 구성을 합의했다. 야5당은 즉각적인 공사중지에서 한발 나아가 공사백지화를 공론화하고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가 사실상 원점에서 검토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