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헌법 제69조 '대통령선서')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꿈꾸는 대통령 선서다. 이부자리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채 몰래 할 수는 있어도 공개된 자리에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5년에 단 한 번, 그것도 시민이 직접 뽑은 한 사람에게만 허락한다.

 

2013년 2월 25일 국회 앞에서 18대 대통령도 저 선서를 통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럼 누가 저 선서를 할 수 있을까. 2011년 8월 현재 가장 유력한 사람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3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한마디로 견고한 '철옹성'이다.

 

민주주의를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으로 되돌려 놓은 이명박 정권을 더 이상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민주당과 진보정당, 그리고 민주진보 진영으로서는 '하나'가 되지 않으면 박근혜를 이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대통합', '진보통합' 같은 논의가 있지만 아직은 제자리 걸음이다.

 

<오마이뉴스>가 8일 시민주권 상임대표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남윤인순·김기식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준비위원장, 이창복 '민주통합시민행동' 등 야권단일정당 건설에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이들이 야권통합 운동을 위한 모임을 꾸리고 있다는 보도한 것 처럼 '야권대통합'은 필연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박근혜와 대결할 야권 주자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답답한 흐름 속에서 <문재인의 운명>을 펴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이사장이 진보개혁세력을 대변하기 때문에 진보언론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보수언론은 '딴죽'을 걸면서 관심을 더 높여가고 있다.

 

<월간조선>은 지난 7월호에서 '2012 총선·대선 현장점검 문재인의 부산·울산·경남 파괴력은?부산에선 호감, 울산·경남은 무덤덤'과 '영원한 노무현 맨 문재인은 누구인가?'기사로 문재인 이사장에 대해 집중보도 했었다.

 

<중앙> 김진 "문재인 미화는 안 돼"

 

특히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8일자 [김진의 시시각각] '노무현에 갇힌 문재인'제목 칼럼은 보수언론이 문재인 이사장 등장에 대해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 칼럼이다.

 

"이명박이 싫고 박근혜가 오래됐다고 노무현·문재인이 미화돼서는 안 된다"며 "<운명>을 보면 문재인의 사고체계는 노무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나 국가보안법 부분만 봐도 그는 노무현의 반쪽 역사관과 다르지 않다. 동의대 사태를 보면 문재인은 법과 원칙보다는 감정과 정서로 세상을 보고 있다. 완전 노무현 스타일이다."

 

그리고 "한국 현대사에는 대표적인 대통령-비서실장 동행(同行)이 두 개 있다. 박정희-김정렴과 노무현-문재인이다. 동행의 강도는 같다. 서로를 존중했고 가치 추구에서 일심동체(一心同體)였다"며 "그러나 역사적 평가는 다르다. 박정희-김정렴 동행은 한국을 가난에서 구해 근대화로 이끌었다"고 박정희-김정렴을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노무현-문재인은 그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면서 국가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고 갔다. 불과 3년 반 전이다. 아직도 많은 이가 노무현 5년을 기억한다. 문재인은 국민의 기억력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결국 구국의 영웅인 박정희-김정렴과 나라를 망친 노무현-문재인은 비교 자체가 안 되는 말로 문재인은 국가 지도자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딴죽을 보란듯이 문재인 이사장 지지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8일 발표한 <리얼미터> 월 첫째 주 주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6%p 상승한 9.8%로 2위를 얻어 0.7%p 상승으로 9.4%에 거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전체 후보를 망라해 문 이사장이 손 대표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C<시사매거진2580>(일요일 밤 11시 방송)은 7일치 '문재인의 선택'을 통해 문재인 이사장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문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반장 선거도 출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답을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자유롭고 싶다고 해서 그냥 '난 모르겠다.' 그러거나 또 외면할 수 없는 그런 문제잖아요.."라고 답했다.

 

 MBC '시사매거진 2580 ? 문재인의 선택은?' 문 이사장은 "반장 선거도 나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외면할 수 없다"는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MBC '시사매거진 2580 ? 문재인의 선택은?' 문 이사장은 "반장 선거도 나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외면할 수 없다"는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 시사매거진

여권 안에서도 문재인 이사장을 견재하는 분위기다. 김재원 전 한나라당 의원은 <시사매거진>과 인터뷰에서 "(문 이사장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필하면서 욕심이 없고 그러면서도 가장 진지하고 그런 진정성이 보이는 몇 안 되는 참모 중 한 사람이었다"고 분석하면서 도덕성과 진정성을 높이 샀다.

 

정두언 "문재인 신경 쓰이는 상대"

 

특히 정두언 의원(여의도연구소장)은 "부산 경남 지역이 굉장히 한나라당 분위가 안 좋다"며 "내년 총선에서 이대로가면 무소속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면서 문재인 이사장이 견인차 역학을 하고 여러가지로 신경이 쓰이는 상대"라고 했다. 여권이 더 이상 문재인 이사장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음을 인정한 것이다.

 

물론  김재원 전 의원은 "무면허 운전이 아니라 운전대도 잡아보지 않았다"며 현실 정치에 뛰어들면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분석도 있지만 문재인 이사장 등장 자체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문재인 이사장 등장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야권 주자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 야권통합세력에게는 굉장히 좋은 일이다.

 

문 이사장이 언론에 노출되면 노출될 수록 냉혹한 평가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 지역에서 성과를 얻는다면 문재인 대망론은 찻잔 속 물결이 아니라 보수정권 집권을 막는 거대한 파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직업 정치를 단 한 번도 선언하지 않았지만 문재인은 이미 정치에 발을 내딛었다.


#문재인#민주진보진영#2013년대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