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도 않는 쓰레기들은 산을 이룬다. 산은 점점 높아지고 더 이상 쌓을 곳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곳에서 또 산이 생긴다.
혐오시설을 떠안은 주민들은 극심한 냄새와 오염되는 물로 고통을 호소한다. 그렇게 매립장은 늘어만 간다.
흔히 사는 물건들을 대부분 포장을 한다. 포장은 물건을 사기 전에 아주 잠시 물건에 대한 진정한 내용을 가리는 껍질일 뿐이다. 어디에 다시 쓰지도 가지고 있기도 어렵다.
대부분 농사를 지어 먹고 살던 백 년 전에는 오늘날 쓰레기라고 하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다.포장도 필요하지 않았다. 많은 양을 지고 나를 때에는 볏짚이나 나무껍질 등을 엮어 만든 포장재를 이용했을 뿐이다. 이는 그냥 두면 자연이 분해하는 소재였다.
오늘날 석유화학이 낳은 발명품인 비닐과 플라스틱소재의 포장지는 자연이 분해하기엔 너무 이질적이다.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데는 짧게는 몇 십 년, 길게는 몇 백 년을 가기도 한다.
결국 옆에다 두고 같이 살아야 한다. 보이지 않게 감추는 데에는 엄청난 돈과 에너지가 든다. 태우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다. 연기에는 유독성 물질이 포함되고 남은 흔적을 모아 그냥 흙에다 던지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오늘 내가 버린 쓰레기는 앞으로 수십 년 후에나 생길 자손의 후손, 그의 후손이 사는 때까지 이어진다. 짐이다. 벗어버릴 수 없이 짊어져야 하는 짐.
<미래를 여는 소비>는 극심한 소비문화가 부르는 재앙을 예견하고 이를 막는 데 필요한 오늘의 지구인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책이다. 기업의 전략에 놀아나는 소비자가 아니라 과도하게 환경에 부담을 주는 지금의 소비행태를 바꾸어 나가는 실천전략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현대사회에서 소비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이와 관련한 권리와 책임을 언급한다.
기본욕구와 안전, 상품과 서비스의 정보를 알고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소비자로서 의사가 반영되고 피해를 보상받을 권리 등은 현명한 소비자 의식이 성숙하지 않는다면 구호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과 질에 대한 비판적 사고, 공정성이 담보되었는지 확인하고 행동하기, 소비가 다른 이들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행동할 책임 등을 언급한다.
땅속에서 수십 년 동안 마구 캐내어 고갈에 이른 석유자원의 문제는 대체에너지를 찾아 실행할 시기가 임박했음을 알린다. 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 문제는 생각 없이 편리함을 좇아 이루어지는 일상적 소비 이면에 숨겨진 대가다. 먹을거리, 수천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농산물과 이 덕분에 생기는 농약과 화학비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스스로지역의 농산물을 사서 먹는 선택이 필요하다.
책은 비행기나 배를 타고 이동하는 값싼 글로벌푸드를 지양하고 로컬 푸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이와 관련해 편역자가 선택한 국내의 '슬로푸드' 운동이나 대형마트의 문제점도 싼값과 편리함을 좇는 현대 소비자들은 곱씹어 볼 만하다.
더불어 현대농업의 위기를 언급한다. 숲의 파괴와 공장형 농업의 문제점, 화학비료와 항생제 등의 심각성은 이미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음직한 내용이다. 대안으로 유기농업과 한걸음 더 나아가 아무것도 투입하지 않는 태평농법을 들고 작은 것이라도 직접재배해서 먹는 도시농업의 미래를 든다.
알고만 있으면 무얼 하겠는가. 위기를 인식해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 누구도 같이하기 어려울 것이다. 체계적인 쓰레기 재활용과 평상시 에너지나 제품사용에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에 움직이려면 우선 현실을 알아야 한다. 현실에 행동하는 것이 미래에 닥칠 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무역은 기본이다.
미국, 유럽,캐나다, 호주등지와 이루어진 자유무역협정(FTA)은 싸고 많은 물량을 확보한 강대국, 국제기업에 유리한 조건이다. 이에 따라 가다가는 대기업과 무역강대국의 배만 불리고 각지의 생산자들은 힘을 잃게 될 일이 뻔한 상황. 생산자들,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의 생산자들을 위한 일은 무엇일까? 책은 소비자와 약소국의 소농이나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공정무역을 통해서 '착한 소비'를 해보라고 권장한다.
물론 이 사회를 더 힘 있게 움직일 수 있는 국가가 해야 할 일도 알려주고 있다. 이는 지도자를 투표로 선출하는 국민으로서 알아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산화탄소거래와 탄소감소정책 등에 대한 조언 중에 "더 적게 사고 더 적게 소유하는" 개발도상국의 행동을 오히려 배우라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