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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총장은 '종북좌익 세력'의 증거부터 대라' <경향>

'공안몰이로 MB 정부 실정 덮을 속셈인가' <한겨레>

'검찰 최우선 과제는 국민신뢰 회복이다' <서울>

 

'종북 좌익 수사, 단호하되 무리하지 않게 해야' <조선>

'간첩 수사 말라는 국정원 앞 시위도 엄단하라' <동아>

'한상대 검찰총장의 종북 세력 척결 선언' <중앙>

 

제66회 광복절을 맞은 15일, 주요 일간신문의 사설 제목들이다. 이들 사설이 광복절을 맞아 던진 메시지는 '해방의 감격'과 '기쁨' 또는 '광복의 의미' 보다 신임 검찰청장을 향한 충고와 주문이 담긴 무거운 메시지로 가득했다.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취임사를 통해 '종북 좌익세력 척결'을 언급하며 공안수사를 강화해 나갈 뜻을 밝힌데 대한 입장을 신문 사설들은 일제히 다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관조정기능을 수행하는 사설 속에선 두 부류 스펙트럼이 엿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념몰이' 또는 '공안몰이 광풍'을 우려하며 "매우 적절하지 못했다"거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과 "이번 기회에 종북 세력을 척결할 것"을 부추기는 쪽으로 나뉜다. 하필 광복절 아침, 이념적 대척점에 선 신문들의 두 부류 사설을 보니 참담한 기분이 든다.

 

이날 진보와 중도성향의 신문들은 일제히 한 목소리를 내 시선을 끈다. 드러난 팩트보다 그 이면에 깊숙이 감춰진 진실을 쫒는 깊은 고뇌와 성찰의 잔상들이 사설에서 강하게 묻어났다. 무엇보다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보고 우려의 방점을 동시에 찍었다.

 

<경향> "종북좌익 세력 증거부터 대라, 입증 못하면 총장과 검찰에..." 

 

<경향신문>은 "한상대 총장은 '종북좌익 세력'의 증거부터 대라"고 사설 제목에서부터 따져 물었다. <경향>은 이날 사설에서 "엄정한 법 집행을 책임지는 검찰총장이 정치권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나 동원하는 선전 용어를 취임사에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일침을 가한 뒤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 총장은 무엇을 보고 체제수호를 위해 좌익과의 전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가. 필시 그럴 만한 근거와 연유가 있지 않고서는 이런 무시무시한 용어를 동원하며 종북좌익 세력이 발호하고 있는 양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한 총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사설은 "가뜩이나 야당들은 내년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공안정국을 조성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도 없이 자신을 검찰총장에 임명해준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총장이 종북좌익 세력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만큼 향후 검찰의 움직임은 예상되는 바다"며 "'좌익세력'을 척결하는 수사가 이곳저곳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은 걸핏하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좌익으로 몰아붙였기 때문일까? 사설은 이를 염두에 둔 듯하다. "현 정권 들어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며 "한 총장이 종북세력 척결 발언의 근거를 대지 못하고, 또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이 말은 고스란히 한 총장과 검찰에 되돌려질 수밖에 없다"고 사설은 못 박았다.  <경향>의 사설대로 한 총장은 종북좌익 세력과의 전쟁에 앞서 좌익 척결을 주장한 근거가 뭔지 부터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의혹과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겨레> "공안몰이로 MB 정부 실정 덮을 속셈인가?, 참으로 걱정..."

 

<한겨레>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이날 사설에서 "한 총장이 종북세력 척결을 들고나온 이상 이제 공안몰이의 광풍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며 "참으로 나라의 앞날이 우려된다"고 개탄했다. '공안몰이로 엠비 정부 실정 덮을 속셈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다. 사설 전반부는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를 이렇게 적시했다.

 

"지금 검찰의 위상은 역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검찰의 생명인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무너진 지는 오래다. 손을 댄 수사마다 헛발질을 계속하면서 '무능 검찰'이라는 조롱마저 무성하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실한 저축은행 수사를 질타할 정도인 것이 검찰의 한심한 현주소다."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사는 검찰이 처한 이런 현실을 직시해 흐트러진 검찰조직을 추스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어야 했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이 들고 나온 것은 엉뚱하게도 '종북좌익 세력과의 전쟁'이었다"는 사설은 "종북좌익이란 말은 엄밀히 말해 법률적 용어도 아니다. 이 말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편가르기와 색깔 덧칠하기에 주로 악용돼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설은 "일부 수구세력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들까지 싸잡아 종북세력이라고 매도해온 데서도 이 용어의 남용은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최고책임자가 이런 정치색 짙은 용어를 앞세워 이념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부터 적절치 않다"는 사설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병역면제까지 받은 그가 '전쟁'이니 '싸움'이니 하는 용어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 쓴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총장이 양식이 있는 검찰총수라면 검찰의 마구잡이 국가보안법 적용부터 바로잡아야 옳다"는 사설은 그러나 "한 총장이 종북세력 척결을 들고나온 이상 이제 공안몰이의 광풍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며 "검찰조직의 특성상 총수가 '전쟁'을 선포했으니 검찰 곳곳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실적올리기 전투가 벌어질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검찰의 공안몰이는 결국 현 정부의 실정을 호도하고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연신 우려한 사설은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충분하다. 한 총장이 뜬금없이 종북세력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나선 것도 그런 목적 때문일 것이다"며 "참으로 나라의 앞날이 우려된다"고 거듭 걱정과 우려를 금치 못했다.

 

<서울><한국> "검찰 최우선 과제는 국민신뢰 회복, 무리수 둬선 안돼" 주문

 

<서울신문>은 이날 '검찰 최우선 과제는 국민신뢰 회복이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검찰의 신뢰가 급선무라는 점을 설파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검찰은 어떤 일을 해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은 불문가지"라고 선을 그었다.

 

사설은 "검찰의 최우선 과제를 국민신뢰 회복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데 이어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제기되는 공안정국 부활 우려에 대해서도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사설은 "옳고 바른 길을 가면서 진정성을 보여줄 때 국민은 검찰을 믿고, 검찰의 수사는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국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차분하게 풀어나갔다. '무리한 '종북 좌파와 전쟁'은 삼가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추호라도 무리수를 두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사설은 "국가 법질서 유지의 엄중한 책임을 맡은 검찰 수장으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언급이다.

 

문제는 언제나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라고 운을 뗀 뒤 "과거 국가 권력이 사회 비판세력을 부당하게 친북ㆍ종북으로 엮어 탄압한 기억에서 많은 국민이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그런 뒤 말미에서 "한상대 총장 체제의 검찰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국가법질서를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검찰이 앞장서 사회적 논란을 부르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처신은 절대 금물"이라며 "종북 좌파세력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되, 의지가 앞서 추호라도 무리수를 두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

 

<국제> "검찰총장 취임일성 생뚱, OECD 국가인데..." 지역신문 중 '시선'

 

지역신문도 이날 이러한 우려와 불안감을 사설에서 나타내 주목을 끈다. <국제신문>은 '검찰총장 취임 일성이 '종북세력 척결'이라니'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 일성이 생뚱맞다"고 표현했다.

 

"느닷없이 '종북좌익세력 척결'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그렇고 표현 방식도 유례없이 거칠다"는 사설은 "국민에게 공안정국의 냄새를 풍기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더구나 OECD 국가가 무덤 속의 공안통치를 끄집어 내어서야 되겠는가"라며 꼬집었다.

 

사설은 "더구나 지금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며 "만에 하나 비판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계산이라면 당장 그만두는 게 옳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조선>  "종북 좌익 수사, 단호하되 무리하지 않게 해야" 훈수, 주문, 귀띔

 

똑같은 광복절을 맞은 이날 아침, 보수신문들은 궤를 달리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법대로 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종북 좌익 수사, 단호하되 무리하지 않게 해야'란 사설 제목은 <동아>와 <중앙>보다 비교적 차분해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훈수와 귀띔, 주문으로 가득하다다. "법대로 하라"는 주문이 눈에 띈다. 

 

"지난 정부 시절 공안 수사에서 사실상 손을 놓았던 검찰은 이제라도 종북세력을 밝혀내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사설은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진보세력들의 여론을 의식해서 인지 "종북세력 수사는 자칫 '공안통치'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차례차례 주문한다.

 

"이미 민노당과 일부 단체는 한상대 검찰총장 발언에 대해 '진보 정당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공안 탄압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사설은 "검찰이 불필요한 논란을 빚지 않으려면 새로운 판결 흐름에 맞춰 유죄 입증에 필요한 증거 수집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훈수는 한발 더 나아갔다. "체포나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법 시비가 벌어지지 않도록 적법 절차를 철저히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검찰이 무리하다 책을 잡히면 안 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을 지키며 법대로 하는 것"이라고 귀띔까지 했다. 

 

<동아><중앙> "지난 정부가 더 문제...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면 그만"

 

이날 <동아일보>는 가장 흥분한 듯하다. '간첩 수사 말라는 국정원 앞 시위도 엄단하라'란 제목의 시설에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사설은 "한상대 검찰총장이 12일 취임사에서 '이 땅에 북한 추종세력이 있다면 마땅히 응징되고 제거돼야 한다'고 말하자 민주당과 민노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색깔론으로 야당을 탄압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사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의 존립을 흔드는 종북세력에 대해 철저히 대처하는 것은 검찰의 당연한 책무다. 오히려 지난 정부에서 검찰이 이 소임을 방기한 것이 문제였다"고 오히려 지난 정부에 책임을 떠밀었다. 한발 더 나아가 사설은 "최근 사이버 안전망에 북한 해커들이 침투한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며 "북에 각종 기밀을 제공한 간첩행위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하며 확산을 부추겼다.

 

<중앙일보>도 "정치적 매카시즘이나 색깔론으로 확대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이날 사설에서 강조하면서 은근히 검창총장 발언에 힘을 보태며 확산을 부추겼다. '한상대 검찰총장의 종북 세력 척결 선언'이란 제목의 사설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종북 세력에 지나치게 관대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그 결과 법정에서 '김정일 장군님 만세'가 나오고, 민주노동당원들이 연루된 간첩단 사건이 터졌다"고 사례들을 열거했다.

 

사설은 이어 "인터넷 공간은 말할 것도 없고 정계·군대·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자생적 종북주의자들이 퍼져 있는 상황"이라며 "더도 덜도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면 그만이다. 우리 사회 체제를 흔들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젠 직시해야 할 때"라고 훈수를 던졌다.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언론이 권력의 '애완견'이 아닌 '파수견'이어야 함을 모를 리 없는 언론들이다. 그런데 중요 의제 발생 때마다 언론의 본령이라 할 진실성, 적절성, 사실성, 불편부당성은 마치 뉴스 수용자들이 검증해야 할 과제처럼 던져진다. 그러나 이제 지혜로운 뉴스 수용자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 '파수견'과 '애완견'이 각각 어느 쪽인지.


#한상대#종북세력#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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