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우군을 자처하던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이 대통령에게 크고 실망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
http://www.kimdonggill.com)에 남겨 주목을 받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1200번째와 1201번째 '이명박 대통령에게' 올린 글에서, (실망감에) "붓을 던진다"면서 "이명박 당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당선된 날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라며 자신이 얼마나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 했나를 밝혔다. 그는 "그것이 모두 꿈이었다고 서글프게 읊조리며 붓을 꺾는다"고 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는 최측근으로부터도 배신감에 사로잡혀 떠나게 만드는 그 무엇이었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내용이어서, 혹 여권과 극우세력의 분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 명예교수는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실망했음을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라고 읍소한다.
그러나 그의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한나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누가 되건 흔들어 떨어뜨리는 일은 하지 마세요."라며, "박근혜가 되건, 김문수가 되건, 박진이 되건 흔들지는 마세요."라고 덧붙인다. 특이한 것은 "그러나 이재오는 안 됩니다. 그러단 나라가 망할까 염려됩니다."라고 해 이재오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심지어는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후보라면 곰의 새끼라도 지지하라고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끝까지 호소할 것입니다."라고 하여 한나라당에 대한 굳건한 지지의사를 더욱 공고히 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을 떠나지만 하나나당에 대한 지지는 거둘 수 없다는 뜻이다.
김 명예교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확실하게 선긋기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레임덕을 인정하고 다른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혹을 낳게 한다. 이어진 "2012년 大選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우리는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한 그의 글에서 자신의 차후 안위까지 위태해질 일은 안 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그간 김 명예교수가 조갑제 씨 등과 함께 극우적인 성향의 발언들을 쏟아냈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치가 남아 있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을 떠나 차기 극우후보의 손을 들어 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는 안 된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연장선을 차단하겠다는 의로다.
1년여 남은 이 대통령의 임기를 언급하면서, "임기만료를 눈앞에 두고 엄청나게 큰일을 해치운 대통령은 東에도 西에도 없었으므로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무런 기대도 걸 수 없다"며, 작별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 명예교수가 이명박 대통령을 떠나는 이유는 명백하다. "'舊惡을 一掃'하는 일에, 새로운 꿈을 국민의 가슴에 심어주는 일에, 과감하게 앞장서십시오."라고 권면했는데 "내 말에는 귀를 기울일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한 시대의 지식인으로 던지는 말에 '말 귀에 동풍'이었다고 잇고 있다.
이 명박 대통령의 소통부재는 측근에게도 같았다는 뜻이다. 이 명박 대통령은 소위 경제를 살리겠다며 '경제 대통령'을 표상하며 대통령의 자리에 나갔는데, 최측근에게까지 "질서가 무너지고 경제도 엉망이 되었다"는 소릴 듣는 대통령이 돼 버리고 말았다.
김 명예교수는 BBK 사건을 언급하면서, "'BBK 사건에 혐의 없음'이 'BBK 사건에 혐의 있음'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으스대던 한심한 인간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일을 일단은 염려하셔야 합니다."라는 충고로 글을 마치고 있다. 그의 "여생에 뜻하지 않는 화를 입는 일이 없으시기 바랍니다."라는 맺음말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울림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