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수원시 과장급 간부 등 공무원 6명이 도박판을 벌이다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돼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현직 구청장이 도박을 하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혀 파문이 커지고 있다.
15일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14일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등과 함께 카드도박을 한 혐의로 수원시 장안구청장 이상윤(54·지방공무원 4급)씨 등 6명을 현장에서 긴급 체포해 연행 조사한 뒤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 14일 오전 0시40분쯤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자신의 집 근처 한 건축현장사무실에서 판돈 190만 원을 놓고 지인 등 5명과 함께 카드도박을 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 등은 말복인 지난 13일 오후 문제의 사무실에 모여 저녁식사를 한 후 카드도박을 벌였으며, 이를 목격한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지구대 경찰들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보강조사를 벌인 뒤 이번 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씨는 수원시 건축·주택 관련 업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수원시 도시계획국장을 거쳐 지난 2009년 7월 1일부터 수원시 장안구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장안구 주민 이아무개(55·여·조원동)씨는 "수원의 한 구청장이 카드도박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는 방송뉴스를 봤지만, 그 사람이 우리 지역 구청장인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지역 주민으로서 너무 황당하고 실망스럽다"고 개탄했다.
특히 수원시는 염태영 시장이 올해 초부터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구청장 도박사건이 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수원시 인사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염 시장께서 사건 보고를 받고 매우 격노하셨다"면서 "현재 내부적으로 이 구청장에 대한 처리방침을 논의 중에 있으며, 검찰에서 범죄사실 통보가 오면 경기도인사위원회 회부 등 공식적인 징계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원시장 비서실 관계자도 "염 시장께서 큰 실망감에 격분하셨다"면서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금명간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6일 오전 이 구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연결했으나 그는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은 뒤 3시간 넘게 연락이 없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월 11일에는 수원시 지역경제과장 박아무개(53)씨를 포함한 간부급 공무원 6명이 수원시 원천동 한 음식점에서 지역 사업자 등 7명과 수십만 원대의 속칭 '고스톱'을 치다 경찰에 적발돼 불구속 입건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현행 형법 제246조는 '재물로 도박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이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경중에 따라 파면·해임·정직·감봉 등의 징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