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찌를 듯 키가 훌쩍 큰 나무들이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길을 걷다보면 마치 키다리 아저씨들이 호위하는 듯해 든든하고 편안한 기분이 든다. 내게 낭만적인 추억과 함께 메타세쿼이아길을 처음 알게 해준 춘천의 남이섬도 그렇고 요즘엔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나무길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수도권, 그것도 서울 한강변에 산책하기 좋은 메타세쿼이아길이 숨은 듯 펼쳐져 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가를 갈 때마다 꼭 들르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사계절 언제 가도 다 좋지만 이맘 때 가면 키 큰 나무들이 선사하는 시원한 그늘과 푹신한 흙길 위로 매미들과 풀벌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걷기도 좋고 자전거 타고 천천히 지나가도 좋다.
수도권 전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저 앞의 언덕 위로 풍력 발전기들이 보인다. 그곳이 바로 하늘공원으로 메타세쿼이아길이 그 밑에 펼쳐져 있다. 걸어가도 좋고 3번 출구 앞에 서울시에서 만들어 놓은 무인 공용 자전거를 대여해서 타고 가도 좋겠다. 언덕 위의 풍력 발전기를 향해 가다보면 하늘공원과 구름 다리로 연결된 월드컵 공원이 나타난다. 넓기도 해서 자전거 타고 돌아보기 좋은 초록이 우거진 월드컵 공원을 한 번 둘러보고 구름 다리를 건너면 바로 하늘공원 입구다.
지그재그로 놓여있는 나무 계단이 인상적인 하늘공원 입구에서 왼쪽길로 향한다. 곧 위 사진과 같은 또 다른 길이 나오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요즘엔 전동차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필자 같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에겐 저절로 업힐(오르막길) 라이딩 연습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내려올 땐 짜릿한 다운힐(내리막길)의 쾌감이 기다리고 있다. 이 오르막길 바로 왼쪽편에 메타세쿼이아길이 나 있다.
8월의 쨍쨍한 햇볕을 그대로 쬐며 찾아온 보람이 있었는지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잇길로 들어서니 시원한 그늘이 맞이해 준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면 딱 좋을 오솔길 같은 초록의 흙길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도 되겠지만 저절로 안장에서 내려와 걷게 되는 만나기 흔치 않은 그런 길이다.
애마인 자전거를 타고 온 노년의 자전거족 부부의 모습도 보기 좋고, 한강가에서 빌려온 2인용 자전거를 타고 나무 사잇길을 달려가는 젊은 부부의 모습도 참 낭만적이다. 강아지와 산책 나온 동네 주민 아저씨, 예쁜 모델을 데리고 사진을 찍으러 온 사진가들까지 메타세쿼이아길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다. 정말 누구라도 어떤 카메라로 사진을 찍든지 멋진 풍경 사진이 되는 길이다.
메타세쿼이아길은 키다리 나무들이 보듬어 주는 다종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요즈음은 풀벌레들과 매미들의 전성기로 내내 그들의 노랫소리 사이를 걷게 된다. 도심 속에서 들리는 매미 울음 소리는 때론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 이런 곳에 오니 노래처럼 들리기도 한다. 특히나 비온 다음날에 오면 나무 위를 꼼지락거리며 기어오르는 새끼 손가락만한 귀여운 애벌레며 곳곳에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들을 만날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길 바로 옆에는 조깅이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위한 길이 따로 나있다. 길 끝에 다다르니 컨테이너 박스 모양의 화장실이 새로 생겨났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긴 하나 보다. 이 초록의 숲 같은 길을 지나면 전에는 없었던 구름다리가 나오는데 바로 한강가로 연결된 길이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한강 난지 지구는 야영을 할 수 있는 캠핑장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바라보며 배고픈 라이더를 위한 양 많은 국수집들이 있는 행주산성을 향해 계속 달려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