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반월당 YMCA 1층. 목조로 지은 허술한 가게가 있다. 커피점 '피스 트레이드(peace trade)'. 공정무역커피를 판매하는 이곳은 고용노동부가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가출로 학업이 중단된 학생이나 여성 가장 등, 취업 취약 계층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이곳의 판매 물품은 공정무역 상품. 제3세계산 커피와 수공예 제품이 주를 이룬다. 가을비내리는 23일 낮 4시, '피스 트레이드'에는 커피 향이 가득하다.
점원 조 모씨는 이곳의 동티모르 커피를 자랑한다. 21세기 첫 신생국가 동티모르는 오랜 식민시대를 거친 가난하고 작은 나라였다고. 반면에 최고품질 커피가 생산되는 축복 받은 땅이기도 한데, 400년 전 심은 커피나무 품종을 지금껏 유지한 것이 바로 그 비결. 공정무역으로 이 커피를 구매하면 소비자는 고품질 커피를 맛볼 수 있고, 동티모르는 국가 개발을 위한 재화를 얻을 수 있는 것에 착안한 것이 이 커피점의 전략이다. 이를 적극 활용한 것이 공정무역커피다.
공정무역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등하게 상호 작용한다. 이익보다는 '사람' 이란 관점을 중시해서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고. 1946년 미국 텐사우전드빌리지에서 푸에르토리코의 바느질 제품을, 1950년대 영국 옥스팜에서 중국 피난민이 만든 공예품을 판매한 것이 공정무역의 시초다.
이후 아시아·아프리카 등의 빈곤 생산자를 지원하는 공정무역 단체가 늘며 시민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재활용 옷을 판매하는 '아름다운 가게', '두레 생협' 등이 공정무역의 형태.
공정무역 카페 '피스 트레이드'는 동티모르 생산자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해서 사온 커피를 자체 공장에서 볶는다. 고객에게 보다 신선한 커피 맛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어려운 처지의 사회적 약자에게 취업 기회를 줌과 동시에, 어려운 국가의 제품을 수입함으로써 그들의 재활을 돕는 곳. 잘 살건 못 살건 지구촌 모두 한 가족임을 가르쳐 주는 곳. 그곳에는 마음을 따뜻이 데워주는 커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