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한민국 복지국가 역사에 기여한 바 크다고 기록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지난 6.2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보편적 복지 담론의 승리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 시장이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에 걸면서 '보편적 복지냐, 잔여적 복지냐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결국 이번 투표는 서울시민이 보편적 복지노선을 지지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복지국가 담론의 패자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역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생명이 걸린 주민투표에 시민은 냉정히 고개를 돌렸다.
시민은 복지를 원하는데, 오 시장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결국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투표율 33.3%의 벽을 넘지 못했다. 복지국가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주민투표로 '국민인증'도 됐다. 오 시장이 청와대와 한나라당, 대통령과 여당대표, 서울시당위원장 등까지 나서 총력지원을 당부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오 시장의 꿈은 좌절됐다.
"정부여당 한 배 타고 주민투표 독려했지만 거부당한 격"
이런 분석에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도 뜻을 같이 했다. 이 대표는 "결국 오 시장은 복지대세론을 꺾지 못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 등 정부여당이 주민투표에 전면 결합하고 한 배를 탄 채로 투표독려에 나섰지만 결국 국민에게 거부당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오세훈 시장이 고집을 부려 182억 원이나 쏟아부어 주민투표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민생곤란을 겪는 시민은 오 시장의 주장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나 마찬가지"라며 "오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날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주민의 뜻을 받아안고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추진하라"고 조언했다. 무책임하게 시장직에서 물러날 게 아니라 시민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라는 것이다.
임종대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오 시장의 잘못된 주민투표로 한국사회에서 복지국가는 거역할 수 없는 추세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복지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교수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는 사실상 복지담론과 정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무상급식 정책을 쟁점화 해서 전체적으로 무상급식이 어젠다로 부각됐다"면서 "이제부터는 차분하게 '어떻게 하면 복지국가로 국정운영의 기조를 바꿀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정희식 개발토건국가에서 복지국가로 전환해야 할 시기가 도래 했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오세훈발 주민투표 그후 복지담론 최대 화두는?
그렇다면 앞으로 무상급식에 이어 최대 화두가 될 복지정책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꼽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만5세 이하 어린이에 대한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무상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가 최대 화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태수 교수는 "영국과 스웨덴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동시에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서구유럽의 아동수당제도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초노령연금은 현재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45%로 OECD 국가의 평균보다 3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기초연금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은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이 대표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 대표는 "올 연말 되면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로 무상급식-무상교육-무상의료 문제가 전격 제기될 것"이라며 "교육과 의료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무상의료는 반드시 관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노인빈곤과 자살문제를 제기하면서 "돈은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노인들의 자살율이 심각한 것은 사회적으로 반드시 살펴봐야 할 문제"라며 "사회적 효도 차원에서도 이 문제는 반드시 개입하는 방안을 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3무1반(무상보육·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등록금)' 정책을 짜고 있지만 이 안에는 노인 유권자를 고려하는 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인인구에 대한 사회적 효도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주민투표 이후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무상시리즈에 덧붙여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한 정치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박근혜 복지'와 차별화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차별되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적극적으로 복지담론을 내세우는 박 전 대표 측이 민주당과 '복지국가' 선명성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임종대 교수는 "이번 오세훈 시장의 무리한 주민투표로 결국 한나라당 내부의 복지저항세력들의 입지는 대거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는 다르다"며 "대선 국면에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세력들도 복지 확대를 정당화하면서 갈 텐데 얼마나 차별화 된 정책을 민주당이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비단 '3무1반' 정책뿐 총체적으로 사회적 대안을 제시해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태수 교수는 "복지국가 논쟁이 격화하면 증세논쟁도 함께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민주당의 발표대로 9월께 '3무1반'에 대한 재정 계획이 제출되면 본격적인 재원마련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적극적인 재원마련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정치권에 대담한 복지를 시민적 요구로 압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국가 논의에는 반드시 비정규직 문제, 대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상생, 자본과 노동의 분배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노동문제에 대한 대안이 없는 복지국가 논쟁은 무익하다는 견해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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