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 '불안감' 어떻게 해소하느냐의 문제1990년 우리나라 대학진학률 (4년제+전문대)은 33.2% 였었습니다. 2010년에는 이것이 87%가 되었지요. 그런데 대졸자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그렇게 2.5배나 증가하질 못했습니다. 오히려 컴퓨터로 인한 노동절약형 기술이 발달하여 이제는 굳이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아도 나라GDP는 증가할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이제는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건 어쩌면 당연지사인 것이지요.
직장에 취직해봤자 불안은 여전합니다. 요새 40대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직장을 바꾼 횟수가 2.8번이라고 합니다. 즉, 오늘날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져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듭니다. 가장 만만해보이는게 식당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 인구대비 식당 숫자가 세계 1위라고 합니다. 장사가 잘 될 리 없고,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면 다행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50세 이후 제대로 된 수입을 유지할 근거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갓 중고등학생인데 말이지요.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의 본격적인 최대 피해자가 되기 시작하는 50대의 이야기입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월평균 사교육비가 200만 원이 넘어가는 집안 아이의 수능·내신 1등급 비율이 55% 인 반면, 월평균 사교육비가 50만 원 이하인 자녀의 1등급 비율은 4%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사회통합적 측면에서는 가히 절망적인 수준입니다.
다시 30대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30대까지는 출산율 저하, 자녀양육, 교육, 취업문제 등이 문제가 됩니다. 부동산 문제까지 포함하여, 이제 결혼은 월 평균 몇 백만 원 이상을 꾸준히 벌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가히 무덤과 다름 없습니다. 결혼적령기가 되면 결혼을 해야한다는 생각은 20년전 생각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양육비, 사교육비, 주거비 등등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러면 본능적으로 삶에 대한 두려움에 몸서리치게 되지요.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결혼도 늦춰지고, 사람들은 자식을 낳지 않습니다. 현재 200여개 국가 중 이미 출산율 하위 3위를 기록 중인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2011년 기준으로 1.0 밑으로까지 내려갔을 것이라는 예측 통계가 있는데, 이 상태로라면 300년 안에 지구상에서 '한국인'이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고 합니다. 일본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36년으로 세계최단기간을 기록했는데, 우리는 앞으로 26년도 안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설령 자녀를 2명 낳는다고 해도 불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50살 이전에 직장에서 쫓겨난다는건,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일이고, 이러한 구조 때문에 쌍용차 사태라든가 한진중공업 사태가 훨씬 더 노동자들에게는 심각한 일이었습니다. 50세에서 90세까지 노후대비 자금이라든가 자녀양육비 등 변변한 재산도 없는데 고정수입이 없어진다는건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죠. 경제문제로 인한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이로 인한 이혼과 가정의 해체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디에 있는가
IMF 이후 대한민국은 고성장을 멈췄습니다. 과거에는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시절도 많았지만, IMF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현재의 3~4% 성장률은 사실상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성장을 멈춘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이 이상 성장할 가능성은 통일시대 이후 아니면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모든 성장동력이 멈췄습니다. status quo 만 유지하기도 힘듭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아직도 고도성장기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열심히만 노력하면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성공신화]. 그 신화는 IMF 와 함께 이미 어느정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고 보는 편이 옳습니다. 고도성장기에는 이것이 신화가 아닌 현실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도 절대다수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다 같이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성공여부가 개개인의 책임이라는 논리는 이 시대에서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성공의 길이 0.1%에게도 열려있지 않은 이 시점에서 모두에게 성공을 요구하는 지금의 사회는 결국에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세계 자살율 1위가 괜히 있는 통계가 아닙니다. 우리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당연한 수치입니다. 이런 사회에서도 성공을 강요한다면, 결국 파이 뺏기 싸움밖에 되지 않습니다. 약육강식의 살벌한 전쟁터이죠.
행복을 우선시 하는 보편적 복지사회이제는 성공이 아닌 행복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절대빈곤층에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없도록 해야하며, 교육과 주거의 기본권을 확실히 보장하고, 문화적 혜택을 모든 국민에게 넓히며, 사람과 집단 사이의 갈등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 보다는 조화와 협력을 강조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복지국가입니다. 복지국가에서는 나 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경쟁 보다 '협력'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상위 50% 아이와 하위 50% 아이가 서로 편을 나눠 불신하고 반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잘 살든 못 살든 국가는 우리를 똑같이 대우해주고 우리 역시 서로 친구로서 협력하고 아껴주어야 할 존재임을 자각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보편적 복지는 누군가가 먼저 앞서 나가 주장하고 있는 선동구호가 아니라 불행한 21세기 대한민국이 절규하며 부르짖고 있는 시대정신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을 꿈 꿀 권리가 있고 성공하기 위해 일응 노력해야합니다. 다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사회의 책무입니다. 그러나, 혼자 성공했다고 행복한 사람은 드뭅니다. 그 성공을 서로 나눌 때 행복한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집 평수를 묻기 전에, 사는 지역이 어디인지, 학교는 어디 나왔는지 묻기 전에,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느냐고 묻는 사회, 행복을 권하는 사회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