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가 '개함 요건'(투표율 33.3%)을 갖추지 못하자 여권이 주민투표법 개정을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참여정부 시절 법 제정을 추진했던 김두관 경상남도지사는 "개함 요건을 낮추면 정통성 시비가 있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민투표법은 2004년 1월 제정되었다. 김두관 지사는 참여정부 첫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주민투표법 제정을 추진했던 것. 최근 '개함 요건 완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속에, 김두관 지사는 2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행 주민투표법에는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은 주민투표권자 3분의 1 이상의 투표(33.3%)와 투표인 과반수의 득표로 확정된다"고 되어 있다. 여권과 부수언론은 '개함 요건'을 투표율 25% 내지 20%로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33.3% 기준은 사실 주민투표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손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황우여 원내대표는 "주민투표가 건전하게 이뤄지려면 3분의 1의 높은 투표율을 달성해야 하는데 최근의 투표성향으로 볼 때 힘든 일이 아니냐.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두관 지사는 서울시 주민투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8일 창원 '푸른내서주민회' 초청 강연에서 주민투표 제정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그는 "당시 기자들에게 발표한 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장관이 발표를 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만 시기가 빠른 거 아니냐'고, 고건 전 총리는 '총리실과 협의도 없이 장관 마음대로 발표하느냐'고 했다"면서 "아마도 다른 장관이라면 대통령과 총리가 이 정도로 나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철회해버린다. 그런데 저는 주민투표제 도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두관 "사안에 따라 투표율 높거나 낮게 나와"'개함 요건 완화' 주장에 대해, 김두관 지사는 "20% 등으로 낮추면 전체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33.3%로 했던 것"이라며 "요건을 낮추면 어떻게 정통성을 가질 수 있겠나. 투표율 1/3 이하로 낮추면 정통성 시비가 있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았던 옛 마산·창원·진해 통합 결정을 언급했다. 지난해 7월 1일 통합창원시가 출범했는데, 3개시 통합 결정은 주민투표 없이 3개 시의회에서 했던 것이다. 당시 시민사회단체와 야당들은 지방의회가 통합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행정안전부와 3개 시의회는 밀어부쳤던 것이다.
김두관 지사는 "작년 통합창원시가 출범했는데, 마산과 진해는 역사에서 자기 이름이 없어지는 것이다. 지방정부 존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지방정부의 존폐까지 지방의원들이 결정하도록 위임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시의회 의결도 거쳐야 하지만, 주민투표를 통해서 확정지어야 통합 시너지 효과가 나고, 3개 시가 역사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에 붙여야 할 사안은 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하지 않아야 될 사안을 갖고 했다는 말이다. 김두관 지사는 "이번 서울시의 급식 문제는 주민투표를 할 사안이 아니다. 서울시와 시의회, 교육청이 충분히 토론하고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무상급식이 가능한 범위를 정해서 시행하면 될 것을 주민투표에 붙여 주민투표의 원래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두관 지사는 "뉴스를 들어보니, 개함 요건으로 퍼센트를 높여 놓으니 주민투표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군산·경주의 방사선폐기물 설치와 관련한 주민투표에서는 투표율이 높았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관련한 주민투표도 그랬다"면서 "사안에 따라 투표율이 높거나 낮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두관 지사는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는 투표를 할 사안이 아닌데 해서 문제였고, 거기다가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해서 정치성이 부여되면서 변질됐다"면서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투표는 직접 민주주의의 발현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급식 관련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김두관 지사는 "정치권은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아전인수 해석을 하는데,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문제이기에 보편적 복지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