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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왔다'고 생각한 것 같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2억원 사건' 파문이 확산되자 한나라당이 교육감 직선제 흔들기에 나섰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한나라'는 30일 모임을 열어 교육감·교육위원 주민직선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정태근 의원은 "개인 자질의 문제도 있지만, 교육자로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선거를 치르면서 발생하는 정치적 미숙함, (탈법) 유혹의 근본적 문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정치적 미숙함이라고 강조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지난해 10월 6일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는 "현재 교육 자치는 교육자 자치로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정한 교육자치를 위해서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하고 지방교육청을 지방정부에 통합해야 한다"고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요구했다. 그러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빚을 내 당선된 교육감들은 돈을 빌려주거나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들에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자기 돈을 몇억원씩 쏟아붓고 당선된 교육감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현재와 같은 교육감 직선제는 바꿔야 마땅하다."
-2010.10.08 <조선일보>  교육감 직선제 대안을 찾을 때다

 지난해 10월 8일자 <중앙일보> '교육감 선출 방식 이대로는 안 된다'. 사직설은 고비용 따위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핵심은 진보교육감이 싫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8일자 <중앙일보> '교육감 선출 방식 이대로는 안 된다'. 사직설은 고비용 따위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핵심은 진보교육감이 싫다는 것이다 ⓒ 중앙일보

"'로또 선거'로 불리는 이유다. 고비용 선거라는 점도 문제다. 많게는 30억~40억원씩 드는 선거비용을 수십 년간 교육에만 종사해 온 후보자들이 감당하라는 건 애초부터 말이 안 된다."
-2010.10.08 <중앙일보> '교육감 선출 방식 이대로는 안 된다'

물론 '새로운한나라'와 <조선>과 <중앙>이 지적한 선거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문제다. 지난해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감의 법정선거비용만 38억5700만원, 40억7300만원이 들어갔다. 교육감은 정당 소속이 아니라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교육감에 나서는 사람들이 교육계에 몸담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빚을 내지 않는 한 수십 억이 들어가는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자력가가 아닌 이상 어렵다. 교육계에만 평생 몸담은 사람이 그 많은 재산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50년 이상 기다렸던 교육자치 근간을 선거 한 두 번 치르고 뒤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정희, 민주주만 아니라 교육자치까지 유린

우리나라에서 교육자치는 해방 후 미군정하에서부터 시작됐다. 군정 말기인 1948년 8월 12일에는 공립학교 유지·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 지방자치단체로서 교육구 및 교육구회를 설치하는 법령을 제정·공포하여 교육자치제의 근간을 마련했다.-<다음백과서전>'교육자치제(敎育自治制)

하지만 3일만에 대한민국은 정부수립을 한다. 미 군정이 만든 교육자치법이 사문화 된 것이다. 하지만 신생독립국인 대한민국 정부는 1949년 교육법 제정 이후 비록 지방의회에 의한 간접선거를 통해 교육자치로 나아가는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1952년 5월 24일 시·구 교육위원회 위원선거가 치러졌고, 6월 4일에는 부산을 비롯한 한강 이남지역에서 시교육위원회와 교육구 교육위원회가 발족되었다.

비록 이승만 독재정권이 이를 악용하기도 했지만 한국전쟁 와중에서도 지역주민이 직접 뽑는 교육자치가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1961년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교육감제도만 남았던 교육자치제는 같은 해 10월 6일 지방행정기구 개편이 단행됨과 동시에 내무행정에 완전히 흡수해버렸다.-<다음백과서전>'교육자치제(敎育自治制)

 박정희는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만 아니라 교육자치도 유린했다.
박정희는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만 아니라 교육자치도 유린했다. ⓒ 한겨레

박정희는 이처럼 민주주의만 아니라 교육자치까지 유린 한 것이다. 이후 30년 동안 교육은 국가 통제하에 들어갔고, 권력자들 입맛에 맞는 교육행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1991년 2월 국회에서 통과돼 3월 26일부터 발효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현행 교육자치제다.

그리고 약 20년이 지난 지금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직선제로 뽑게 되었다. 공정택 전 교육감도 있지만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의 실질적 첫 직선 교육감이다. 박정희 쿠데타 이후로 보면 무려 50년이다. 이번에 2억 문제가 터지면서 한나라당과 보수세력만 아니라 야당과 진보세력 안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를 빌미로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또 다시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 이상 기다려왔던 교육 자체를 붕괴시키는 일로 민주주의와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조선>·<중앙> 본심은 고비용이 아니라 '진보교육감'이 싫어

<조선일보>는 '교육감 직선제 대안을 찾을 때다' 제목 사설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어긋날 소지가 있다", "교육감과 시·도지사를 따로 뽑다 보니 서로 성향이 다른 교육감과 시·도지사가 무상교육이나 특목고 같은 교육정책을 두고 마찰을 빚는 부작용도 생겨났다"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했다. 즉 직선제 고비용 문제가 아니라 '정치성향'을 문제삼은 것이다. 

<중앙일보>도 별다르지 않다. '교육감 선출 방식 이대로는 안 된다'주민 직선으로 교육감을 뽑은 이후 일선 학교가 갈등과 대립의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정부 주요 교육정책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비용과 겉으로는 보수 교육감 문제도 언급했지만 본심은 진보교육감 당선이 못 마땅한 것이다.

직선제 폐지 여론 높지만, 근간 흔들면 안 돼 

그럼 여론은 직선제 폐지에 대해 어떨까. <김당 톺아보기>' 교육감 직선제 폐지, 찬성 45% vs 폐지 28%'를 보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대한 찬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찬성한다는 의견이 45.0%,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28.0%로, 폐지를 찬성한다는 의견이 17.0%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8월 29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7%p였다. 아마 곽 교육감 사건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언제든지 변한다.

고비용이 문제이면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는 어떤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고 직접 선거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물론 교육감과 국회의원 선거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대선과 총선은 모든 유권자에게 영향을 끼치지만 교육감은 교육 당사자를 둔 학부모들에게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교육은 100년대계다.' 교육감이 교육정책을 잘못 세우면 4년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미래세대 교육 자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우리 아이들과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교육철학을 가진 사람을 직접 뽑는 것이 중요하다.

임명제 교육감은 집권당 또는 단체장 성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육 일관성 면에서는 좋은 점도 있지만 교육이 집권당 정치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됨으로써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직선제 직전 교육계와 학교운영위 등을 중심으로 간선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편가르식 부작용이 많았다. 평소때는 학운위를 쳐다보지도 않다가, 교육감 선거 때만 되면 학운위를 서로 하려고 한 기억이 난다. 엄청난 부작용이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시도지사와 런닝메이트 도입은 간선제보다는 낫지만 교육감이 단체장에 예속될 가능성도 있다. 전국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지난달 3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시행한 지 얼마 안 된 제도를 정치권에서 정치논리로 논의하는 것은 지방교육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우려한 후 "주민들이 교육감을 선택해야 교육감이 주민들의 뜻에 맞는 교육을 펼칠 수 있으므로 유지돼야 한다"며 직선제가 유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육감 문제로 교육 자치를 뒤흔드는 것은 안된다. 고비용 문제는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정치권이 할 일이고, 언론 역시 근간을 흔드는 딴죽걸기는 그만해야 한다. 직접 민주주의가 그토록 싫은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육감#직선제#곽노현#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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