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1일, 사복체포조를 강정마을에 투입해 제주참여환경연대 김아연 팀장을 비롯한 6명에 대해 체포 작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김아연 팀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사람 소속 김종일씨, 강정마을 주민 김민수씨 등을 추적 끝에 체포했다.
경찰은 그러면서도 "9월 3일 예정된 문화행사에 대해서는 방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적으로 발표했다. 경찰의 이런 태도를 심상치 않게 여긴 강정마을 대표들과 평화운동가들은 이후의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대책회의에 돌입했다. 매일 밤 열던 촛불문화제도 9월 1일 밤에는 열리지 않았다.
2일 새벽부터는 경찰이 병력 수백 명을 동원하여 강정마을 중덕해안으로 들어가는 농로 입구 주변을 모두 봉쇄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들도 모두 차단했다.
그리고 6시 무렵 동이 트자, 중덕해안으로 들어가는 농로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려 했다. 해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완전히 봉쇄당하자 주민들은 경찰에 저항했고, 경찰은 저항하는 주민과 평화운동가들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경찰은 연행자 수가 35명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농로를 폐쇄하고 저항하는 주민을 무더기로 체포하는 현장을 지켜본 한 주민은 "경찰이 공사를 위해 굴착기를 동원했는데, 그 굴착기 주인이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했던 주민이었다"며 "해군과 경찰이 해군기지를 추진하면서 비열하게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천주교 사제들이 평화의 미사를 드리던 천막도 강제로 철거되었다. 지난달 24일 경찰이 병력을 동원해서 강동균 마을회장 등을 연행한 이래, 천주교 사제들은 해군기지 정문으로 통하는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24시간 미사와 기도로 현장을 지켰다.
그런데 경찰이 삼거리에서 펜스설치를 끝내고 난 오후 2시 30분께 차량 등을 이용해 현장을 봉쇄하고 사제들의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현장에 남아있던 신부 7명과, 수녀 2인, 신자 2인 등은 경찰에 의해 격리된 상태에서 경찰의 강제철거에 항의했다.
한편, 강정마을에 공권력이 투입되었다는 소식이 휴대전화 문자와 방송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자, 경찰이 마을을 봉쇄한 상황에서도 종일 많은 시민이 강정마을로 몰려들었다.
강정마을을 지역구로 둔 제주도의회 김경진 의원(민주)은 "새벽에 문자를 받고 6시 20분에 마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아침에 현장에 도착한 같은 당 소속 박원철 의원은 "도의회가 이렇게 힘이 없는 기관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며 시종일관 의회 요구나 중재 노력을 무시하는 경찰과 해군의 처신을 비난했다.
공권력 투입 소식에 시민과 도의원 집결이날 현장에는 문대림 의장을 비롯하여 김태석, 박원철, 오영훈, 위성곤, 윤춘광, 박희수, 박규헌, 김경진(이상 민주), 강경식, 안동우(민노) 박주희(참여), 이석문(교육) 도의원 등이 방문했다. 의원들은 현장에서 성명을 내고 "내년도 해군기지 정부예산안이 전면 보이콧 되도록 대국회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제주해군기지전국대책위 이강실 대표는 "살면서 제주를 와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강정마을 때문에 최근에만 7, 8회 방문했다. 돈이 많이 들지만 평화를 지키는 것이 소중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강실 대표는 "강정마을에 공권력이 투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평화비행기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비행기 한 대로는 부족할 것 같다"며, "내일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2차, 3차로 비행기를 띄울 것"이라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최근 제주시내에서 강정마을로 가는 평화버스를 준비했던 일도2동 대책위원회도 아침 일찍 강정마을을 찾았다. 김대원 일도2동 공동대책위원장은 "제주시내 주민들이 강정마을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평화버스를 준비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제주시민들이 이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오전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희 대표는 "국민들이 경찰의 강압적인 진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찰을 비난했다.
제주시내에서 내과 병원을 운영하는 고병수 원장은 "아침에 뉴스를 보고 병원 문 닫고 달려왔다. 직업이 의사이니 만큼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해 무료 진료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강우일 주교가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강 주교는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들 때문에 평화를 위해 싸우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중덕해안으로 진입하는 삼거리에서는 오후 6시 현재도 주민과 시민들이 모여 경찰의 공권력 투입에 항의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장의 망루 위에서는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대책위원장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고권일 위원장과 주민들은 경찰이 물러갈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