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체헌이 자전거가 없어요."
"뭐라고 체헌이 자전거가 없다고?"
"체헌이 너 자전거 어떻게 했니?"
"내가 집 앞에 세웠어요. 방금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누나 정말 내 자전거 없어? 장난치는 거 아냐."
"아니다. 정말이다. 나가 보면 알잖아."
토요일 오후 딸 아이가 갑자기 뛰어들어 오면서 막둥이 자전거가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딸 아이를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집 앞에 세워두어도 잃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아무 의심없이 그냥 두었습니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지요.
"빨리 나가서 찾아봐야지."
"막둥이 너부터 빨리 나가. 자기 자전기 잃어버렸다는데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하니."
"내가 세워두었는데. 누가 가져간 거야."
"자물쇠를 채워두는 건데. 설마 가져 갈 줄 알았나."
아내와 막둥이 온 가족이 함께 나가 자전거를 찾았습니다. 이웃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설혹 봤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가 막둥인 줄 알지 다른 아이가 훔쳐가는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막둥이는 자전거를 정말 아꼈습니다. '애마'였지요. 시간만 나면 타고 나갑니다. 아빠 엄마와 함께 마트에 갈 때도 자기는 꼭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우깁니다. 비만 오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자기 분신처럼 여겼던 자전거를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낙심되겠습니까. 막둥이는 지난 2009년 여름방학 때 할머니 집에서 자전거를 배웠습니다.
"아빠 나 두 발 자전거 탈 줄 알아요!"
"뭐 네가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그래요, 할머니 집에서 배웠어요."
"아빠보다 훨씬 낫네. 막둥이 축하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자전거 타기 시범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전거 타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생각하면 막둥이는 대단한 아이입니다. 막둥이 손을 거치면 망가집니다. 엄마 혼수품인 오디오, 텔레비전를 망가뜨렸습니다. 냉장고문을 타다가 망가뜨려 문을 교체했고, 별자리 지구본과 디지털 카메라도 망가뜨려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전거를 잃어버렸습니다. 2009년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 마음 먹고 누나 거와 함께 자전거를 사줬습니다. 자전거도 참 예쁘고 깜찍해 참 아꼈는데 그만 가져가버렸으니 얼마나 섭섭한지 모르겠습니다. 자전거를 잃어버린 것도 문제지만 다른 사람이 훔쳐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픕니다.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나쁘잖아요."
"나쁜 일이지."
"왜 훔쳐가는지 모르겠어요. 자전거가 필요하면 아빠에게 사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훔쳐갈 이유가 있었을 거다." "누가 훔쳐갔는데 대충 알 것 같아요." "막둥아, 남을 의심하면 안 된다. 자전거를 훔쳐가는 것을 직접 네 눈으로 보지 않는 그 아이가 훔쳐갔다고 생각하면 안 돼. 남의 것을 훔치는 것도 나쁘지만 의심하는 것도 나쁜 일이야."
"알았어요."
"앞으로도 사람 의심하면 안 되는 것 꼭 명심해라."
2008 추석때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도 이렇게까지 마음이 아프지 않았습니다. 애마를 잃어버리고 울먹거리고, 어깨에 힘이 빠져버린 막둥이를 보니 마음이 참 아픕니다. 정말 필요해서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남의 것을 훔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마음 한쪽이 아픈 사람이 있다면 우리 막둥이 자전거 돌려주세요. 조용히 갖다놓고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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