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해마다 가을이 오면 막 설렙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하나는 부산 영화제 날짜가 다가온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매년 10월 초면 개최되는 이 영화제는 그 한 달 전부터 마구 스케줄을 썼다 지웠다 하게 만들어서, 바쁘고도 즐거운 가을을 보낼 수 있게 해줍니다.
19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홍콩 가수 대니 청이 부르는 노래가 극장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우리 귀에도 익숙한 터틀즈(The Turtles)의 1967년 히트곡<해피투게더>. 동성애를 다뤘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여러 번의 심의 끝에 1년 늦게 상영되기도 했던 영화. 바로 양조위, 장국영이 주연하고 왕가위 감독이 만든 영화<해피투게더>의 주제가였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탱고의 발상지인 보카 항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음식으로도 유명한 아르헨티나. 그 중 특히 유명한 것으로 엠파나다(Empanada) 가 있습니다.
남미인들 발음으로는 '엔파나다', '엠빠나다'라는 음에 가깝게 들리지만 여기선 글자대로 엠파나다 라고 표기하겠습니다. '엠파나다'는 에스파냐어로 '빵' 혹은 '속을 채워 구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아르헨티나의 일반 가정에서 흔히 만들어 먹는 전통음식이고, 우리가 흔히 먹는 만두와 매우 흡사한 모양을 가지고 있지요. 반달 모양부터 동그란 것까지 다양한 모양이 있답니다. 조리법은 오븐에 굽는 것도 있고 튀겨내는 것도 있고요. 게다가 남미 길거리 어딜 가든 흔히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이고 저렴한 음식이랍니다.
원래 엠파나다는 에스파냐 북부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페인․아르헨티나·칠레·멕시코 등 남미 전역에서 흔히 만들어 먹는답니다. 나라마다 속에 넣는 재료와 크기나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것도 특징이고요. 속에 넣는 재료는 다진 고기·소시지·베이컨·삶은 달걀·양파․버섯·치즈·건포도·올리브 등 매우 다양합니다.
엠파나다를 만들려면 밀가루에 달걀과 소금, 버터 등을 넣고 반죽을 해야 합니다. 요즘은 대형 마트에 페스트리 가루가 나와 있으니까 이걸 사서 이용하시면 좀 더 간편하답니다. 현지인들은 반죽에다 돼지기름이나 닭 육수 혹은 치킨 파우더를 넣어서 구수한 맛이 나도록 합니다.
맛있는 엠파나다를 만들려면 속에 들어갈 재료들은 팬에 한번 볶아서 준비하고, 반죽은 만두피보다 조금 도톰하고 크게 밀어야 한답니다. 소를 넣고 반으로 접은 후, 가장자리를 주름을 잡아서 오므리거나 포크로 눌러 무늬를 만들면 더 예쁜 엠파나다가 됩니다. 튀기거나 오븐에 넣어 굽기 때문에 껍질이 바삭바삭한 것도 특징이지요. 디저트로 먹는 엠파나다 속에는 과일을 넣기도 합니다.
으흠~구수한 엠파나다 냄새, 집 안 한가득이네요. 올리브를 넣어서 더 좋은 향이 나는 것도 같고요. 세상 끝에 가고 싶어 하던 <해피 투게더>의 두 주인공들, 격정의 사랑만큼이나 확 하고 사로 잡는 엠파나다의 맛, 아마도 알고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