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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 앉아 여유 있게 책을 읽고 있는 프랑스인들.
카페에 앉아 여유 있게 책을 읽고 있는 프랑스인들. ⓒ 한경미

프랑스인의 지속적인 독서량과 도서 구매, 탄탄한 도서정가제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서점가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 위기를 피해 가지 못했다. 특히 소서점은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리브르 엡도(Livres Hebdo, '주간 책'이라는 뜻)> 5월 13일자 자료에 의하면 2003년에서 2010년까지 7년간 소서점의 매출은 5.4% 하락하였다. 특히 2009년과 2010년에는 하락률이 각각 2.5%와 3%로 다른 해에 비해 더 많이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에 프랑스 전체의 도서 구매액이 39억6000만 유로에서 41억8000만 유로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독립서점의 위기는 무엇 때문일까?

프랑스에서 소서점은 독립서점의 개념과 일치하는데 이는 어느 출판사나 기업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서점을 지칭한다. 한국의 동네 책방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규모와는 관계가 없어서 규모가 큰 서점도 존재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나 할까. 현재 프랑스에는 2500여 개의 독립서점이 존재한다.

독립서점은 1998년까지 전체 도서 판매량의 20.8%를 차지하며 도서 판매 장소 중 제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 후 점유율이 3.6%포인트 하락해 2010년 독립서점에서 팔린 책은 전체 도서 판매량의 17.2%를 차지했다. 이는 도서 판매 장소 중 3위다.

현재 프랑스 도서 판매량 1위와 2위는 대형문화상품 판매 공간과 대형할인매장으로 각각 22.5%와 20.1%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도서 구매도 활발해졌다. 2007년에는 7% 미만이었으나 2010년에는 11%로 증가해 독립서점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방 일간지인 <우웨스트 프랑스(Ouest France, 프랑스 서쪽 지방이란 뜻)> 8월 6일자에 실린 '어려움에 처한 독립서점'이란 기사는 프랑스인들이 도서 구매를 위해 대형 공간으로 몰리는 이유가 가격이 더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여론조사기관인 GFK가 2009년에 행한 조사에서 83%의 프랑스인이 자국에서 도서정가제가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밝혔다.

사실 프랑스의 대형문화상품 판매 공간과 대형할인매장의 고객 서비스는 일반 서점보다 부실하다. 필요한 조언을 들을 만한 판매원을 찾기도 힘들거니와, 어렵게 접한 판매원은 무뚝뚝하기 짝이 없고 그에게서 자세한 정보를 듣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프랑스인들이 대형공간을 선호하는 것은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프랑스 서점상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낮은 마진율이다. 이들의 평균 마진율은 32.7%인데 이는 다른 제품의 마진율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아래에 있는 품목별 마진율 표 참조. 예를 들어 가장 높은 안경점의 경우 마진율이 61.7%이고 두 번째로 높은 꽃가게의 마진율은 55.6%이다.) 이렇게 마진율은 낮은데 서점상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2003년에서 2010년 사이에 운송비, 임대료 등의 비용은 14%나 상승하였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에 기록된 10%의 인플레이션을 웃도는 수치이다.

같은 기간 동안에 서점상의 월급 등은 1% 상승하여 전체 판매 실적의 18.9%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서점의 월 판매실적이 6000유로일 경우 서점상이 본인 월급으로 가져가는 금액은 그것의 18.9%인 1134유로라는 말이다.) 그러나 많은 독립서점상들은 증가하는 비용과 낮은 마진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몫인 수입을 줄이고 있다.

 품목별 마진율(Optique : 안경점 / Fleurs : 꽃가게 / Journaux, papeterie : 신문, 문방구 / Habillement : 의류 / Chaussures : 신발 / Articles de sport : 스포츠용품 / Commerce de detail : 소매상 / Jeux et Jouets : 놀이와 장난감 / Electromenager : 가전기구 / Ordinateurs et logiciels :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 livres : 도서).
품목별 마진율(Optique : 안경점 / Fleurs : 꽃가게 / Journaux, papeterie : 신문, 문방구 / Habillement : 의류 / Chaussures : 신발 / Articles de sport : 스포츠용품 / Commerce de detail : 소매상 / Jeux et Jouets : 놀이와 장난감 / Electromenager : 가전기구 / Ordinateurs et logiciels :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 livres : 도서). ⓒ <리브르 엡도>

파리 시의 소서점 장려 정책

이런 상황에서 파리 5, 6구 학생가에 밀집되어 있었던 소서점들이 파리에서 가장 비싼 상가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점차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는 의류 가게와 신발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서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주시하던 파리 시가 소서점을 돕기 위해 나섰다. 파리 시는 2000년 초부터 점점 사라져가는 동네상가를 살리는 업무를 위임했던 사기업 세마에스트(SEMAEST, 파리 동부 도시계획 합동 경제 협회, <권리금 한푼 없이 개업,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참조)에 2008년 소서점 살리기 운동도 위탁했다.

소서점 살리기 운동은 파리의 대표적인 문화지역인 5, 6구 학생가를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세마에스트는 이 지역에서 비어 있거나 팔려고 내놓은 상가를 구입하여 서점이나 출판사가 자리 잡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세마에스트의 도움으로 2008년 이후 파리 시내에 새로 생긴 서점이 5개, 출판사 겸용 서점이 3개이고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3개의 서점이 계속 영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새 서점 하나가 조만간 개업할 예정이다. 코엔-솔랄(Cohen-Solal) 파리 구청장 보좌관은 서점 인수 후보자가 상당히 많으며 이들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아직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층이 두텁다는 사실에서 많은 위안을 받는다고 밝혔다.

세마에스트의 도움으로 소서점을 열게 된 알렉상드르

아르헨티나-프랑스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 알렉상드르(Alexandre, 44세)도 세마에스트의 도움을 받았다. 팡테옹 근처에 사는 알렉상드르는 어느 날 동네를 산책하다가 한 상가에서 서점상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고 있던 알렉상드르는 마침 전직을 생각하고 있던 참이어서 서점 경영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과감하게 응모 서류를 내었다.

알렉상드르는 아르헨티나 국적을 활용한 스페인어 서점 운영 계획서를 제출하였다. 알렉상드르의 제안서는 즉시 받아들여졌다. 당시 꽤 알려진 한 스페인어 서점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알렉상드르의 제안을 받아들인 세마에스트는 서점이 개업할 때까지 계속 도와주었다.

"전직을 생각하고 있던 상황에서 세마에스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서점상이 못 되었을 겁니다. 상가 선정(지금 서점이 들어선 곳은 이전에 TV상점이었다)부터 내부공사까지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세보다 싼 월세와 처음 3개월간의 월세 무료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죠. 또한 권리금 없이 적은 자본금(3만5000유로)로 서점을 열 수 있었던 것도 다 세마에스트의 덕이었죠."

이미 다른 서점을 운영하고 있던 아내의 조언도 알렉상드르에게 큰 힘이 되었다. 알렉상드르의 서점은 개점 후 판매가 계속 늘어 현재 판매 실적이 월 6000유로에 이른다.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50제곱미터에 해당하는 서점세 1200유로이다. 특별히 광고료로 나가는 비용은 없다. 2010년 1월 개업할 때 들라노에(Delanoe) 파리 시장을 비롯해 문화계, 언론계 등의 많은 인사들이 참여해 무료 광고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1주일에 일요일을 제외하고 6일 문을 여는 이 서점에서는 매주 한두 번 콘서트가 열린다. 스페인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라틴음악 콘서트를 여는데, 항상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고 한다.

 파리 5구에 위치한 엘 살롱 델 리브로(EL Salon Del Libro, 도서전시회란 뜻의 스페인어)의 서점상 알렉상드르.
파리 5구에 위치한 엘 살롱 델 리브로(EL Salon Del Libro, 도서전시회란 뜻의 스페인어)의 서점상 알렉상드르. ⓒ 한경미

파리 6구의 유서 깊은 서점을 살린 필립

파리 6구, 뤽상부르 공원 근처의 무슈 르 프랭스 거리(rue Monsieur Le Prince)에는 유서 깊은 서점이 하나 있었다. 19세기에 발자크가 커피를 사러 오던 식료잡화상이었는데, 1933년에 서점으로 바뀌어 2007년까지 무려 74년을 버티었던 곳이다. 그러나 이곳도 경제 위기를 피해 갈 수 없어 2007년에 문을 닫았다. 그 후 3년 동안 비어 있던 이곳에 2010년 4월 새로운 서점인 '두 강변의 산책자(Le flaneur de deux rives)'가 들어섰다. 이곳 주인인 필립 우브라르(Philippe Ouvrard, 51세)도 세마에스트의 도움을 받아 서점을 개업했다.

22년 동안 서점 주인과 출판인으로 활동했던 필립은 5년 전에 서점을 열 생각으로 같은 동네에 있는 가게를 인수하려 했다. 그러나 한 부동산이 중간에 끼어들어, 필립이 염두에 두고 있던 가게를 가로챘다. 이 때문에 필립은 서점을 낼 생각을 아예 포기했었다. 그러다가 74년간 서점이 있던 곳을 인수할 사람을 찾는다는 세마에스트의 광고를 봤다. 필립은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으로 서류를 제출했고, 그 결과 꿈을 이루게 되었다.

필립은 면적이 72제곱미터 정도 되는 아담하고 유서 깊은 장소에 다른 3명의 동업자와 같이 서점을 냈다. 그 후 다른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특이하고 귀한 서적을 판매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근처에 있는 지베르(Gibert)라는 대형 서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특별한 판매 전략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이 서점에는 역사와 정치, 그리고 초현실주의와 파리에 관한 책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다. 개업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 파리 사람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역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서점이 붐빈다고 한다.

서점을 새로 열거나 운영난에 빠진 서점을 인수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제도는 파리 이외 지역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주로 문화홍보부에 속한 DRAC(Les Directions regionales des affaires culturelles, 문화사업의 지역 관리부)와 CNL(Le Centre national du livre, 도서국내센터)가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파리 6구에 위치한 서점 '두 강변의 산책자'.
파리 6구에 위치한 서점 '두 강변의 산책자'. ⓒ 한경미

아직도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는 직업

일부 전문가들은 많은 소서점상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현재 2500여 개인 소서점이 5년 안에 1500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서점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꿈을 선사하고 있는 듯하다. 서점상은 일부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꿈을 주는 직업이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교사직을 포기한 사람도 있다. 기자가 살고 있는 파리 19구에 롱땅(Longtemps, 오래도록이란 뜻)이란 독립서점을 연 그레고와르(Gregoire, 38세)는 교사직을 그만두고 2006년에 책방이 거의 없던 이 동네에 서점을 열었다. 파리시의 도움 없이 순전히 자신의 의욕과 경제력만으로 자본금 5만 유로를 마련했고, 그 돈으로 몇 년간 비어 있던 세탁 매장에 당시 동네 주민들에게는 생소하던 서점을 냈다.

꽤 넓은 매장에 1만여 종의 도서를 구비하고 있는 이 서점은 아동용 도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해마다 이 부분의 판매 실적이 21~22% 증가하고 있다. 그레고와르는 전문 판매원 한 명과 같이 둘이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서점의 영업시간은 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이고 일요일은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이다.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개업 후 2년 동안에는 고객이 많지 않아 조금 고생했으나 지금은 동네 주민들이 단골손님으로 찾아온다. 파리에서 가장 넓은 공원인 뷧-쇼몽(Buttes-Chaumont) 공원길에 자리 잡고 있어 주말에 공원을 찾는 이들도 서점에 들러 매상을 올려준다고 한다.

평소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점 운영을 직업으로 택할 생각을 하기 쉽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그레고와르는 서점을 운영하면 책 읽을 시간이 아주 많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책 파는 업무 외에 책 주문, 수납, 관리부터 재고 정리, 고객 관리, 저자 사인회 등의 이벤트 기획까지 의외로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교사일 때보다 수입이 적다. 그렇지만 하고 싶던 일이어서 지금이 훨씬 더 만족스럽다는 그레고와르의 밝은 얼굴에서 프랑스 서점의 희망을 읽는다.

 파리 19구에 있는 롱땅의 서점상 그레고와르.
파리 19구에 있는 롱땅의 서점상 그레고와르. ⓒ 한경미


#서점#책#도서정가제#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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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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